현대제철소 노동자들은 호소합니다
죽지 않게 해 주십시오
다치지 않게 해 주십시오
병들지 않게 해 주십시오

현대제철 노동자들은 힘겨운 노동을 마치며 공장문을 나설 때 긴 숨을 내쉬며 "오늘도 살았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고 한다. 이유는 매일 머리 위로 구조물이 떨어지고 공장 바닥이 가라앉아 울퉁불퉁하고 방호울 설치가 되지 않아 언제 쇳물 구덩이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노조는 공장의 환경과 설비, 시설물의 관리가 엉망이다 보니 하루에도 몇 차례 아차 사고(무재해 사고, 또는 인명 사고가 발생할 뻔한 사고)를 경험한다고 한다.

한 예로 지난 3월 11일 오전 10시경 당진현대제철소 1 후판 46호기 대형 크레인에 부착된 풋 사이렌이 20여 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크레인에 부착된 사이렌
크레인에 부착된 사이렌
크레인에서 낙하된 스피커 혼

풋 사이렌은 크레인 운전 중임을 알려주는 경보장치인데 무게 약 3kg 정도의 소형 혼(나팔)스피커가 안전 통로로 떨어진 것이다. 구조물의 낙하 원인은 체결된 볼트가 허술하게 조여진 상태였고 크레인이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진동으로 인해 조임 나사가 이탈해 떨어진 것이라고 한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서현수 노동안전보건부장은 풋 사이렌처럼 부속품으로 설치된 장치라고 해도 오래된 설비이고 정기적으로 점검을 해서 상태를 점검하고 조임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또한 점검 부실로 인해 위험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낙하 방지용 방호울 또는 커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경보장치, 조명 장치, 충돌 방지 스토퍼 등 꼭 필요한 부속물 또는 장치들이 너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고 있다. 이유는 지난 3월 2일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와 예산 공장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고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안전사고들 때문이다. 

끈으로 겨우 걸쳐 묶은어놓은 조명기구
끈으로 겨우 걸쳐 묶은어놓은 조명기구

그러나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할 뿐 적극적인 관리 감독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현대제철 정규직노조도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공정이 협력사 비정규 노동자들의 공정이라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지회는 원청과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 개최를 요구하고 있으나 원청사인 현대제철은 비정규직노조와는 산보위 개최 의무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하고 있다. 

산보위는 사업장의 안전과 보건 문제에 대하여 노동자와 사용자가 상호 이해와 협력을 도모하게 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노사 동수의 위원회이다. 일반 업종의 경우 상시 100일 이상의 사업장, 기계 장비 제조업 등 유해 업종이나 위험업종의 경우 상시 50인 이상의 사업장에 설치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현대제철소는 모든 시설물과 설비와 장비는 현대제철이 운영관리하고 있다. 그중 감시와 관리 업무 이외에 노동자가 직접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공정은 협력사 소속의 비정규직과 현대ITC자회사, 그리고 일부 외주업체 노동자들이 투입된다. 원-하청구조에서 안전사고에 직접 노출되어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안전사고의 위험이 발견되어도 제대로 된 원청과의 창구가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특히 원-하청 공동산보위를 수 차례 요구하고 있으나 현대제철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직접사용자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거부 뜻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 역시 회사의 입장을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안전보건 관리체계 가이드북(고용부, ʼ21.8월)을 통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핵심요소를 ▲경영자 리더십 ▲근로자의 참여 ▲위험요인 파악 ▲위험요인제거, 대체 및 통제 ▲비상조치 계획 수립 ▲도급,용역,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 ▲평가 및 개선등 7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ʻʻ근로자 참여ʼʼ 체계를 마련하는 핵심기구이며, 이러한 ʻʻ근로자 참여ʼʼ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의 관심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토대로 전체 근로자의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고지하고있다. 

2021년 직접고용 쟁취 투쟁 결의대회
2021년 직접고용 쟁취 투쟁 결의대회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노동안전보건부와 산업안전보건위원들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아차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달려가 원인을 파악하고 원인에 따른 근본적인 조치를 현대제철에 요구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즉시 근로감독 또는 점검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협력사에 미루고 감독과 지도를 해야 할 노동부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현대제철의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와 원-하청 구조 속에 제한적인 책임 의무 부재 그리고 관계 관청의 소극적인 태도로 현대제철소에서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은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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