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가해자 전출 및 재발방지 위원회 요구하며 본사에서 5개월째 1인시위 중

박엄선 화섬식품노조 풀무원춘천지역지회장이 11월부터 5개월째 풀무원 수서 본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전출 및 재발방지 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박엄선 화섬식품노조 풀무원춘천지역지회장이 11월부터 5개월째 풀무원 수서 본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전출 및 재발방지 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바른 먹거리’ 풀무원 춘천공장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한 피해자는 5개월째 치료 중이다. 노조는 경징계 받은 가해자를 전출시키고, ‘직장 내 괴롭힘 재발방지 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입사한 A씨. 3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마친 뒤 공무팀에 배속됐다. 신입사원 A씨까지 공무팀에는 3명이 근무했고, A씨는 5월부터 10월까지 2명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A씨는 10월 18일, 민주노총 풀무원춘천지역지회에 상담을 받았다. 당시 A씨를 만난 박엄선 풀무원춘천지역지회장은 “첫 마디가 ‘죽고 싶은 심정이다’였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A씨가 회사에 증언한 내용이다. 증언 속 B씨와 C씨는 20년여 경력 차이가 나는 공무팀 선임들이다.

“(가해자) B, C와 근무하는 동안, 특히 C의 강요와 인격모독이 가장 힘들었다”
“C는 사사건건 업무에 대해 질책했으며 ‘다들 나한테 찍히면 회사생활을 오래 못하더라’라는 협박을 했다”
“(C는) ‘네’ 라고만 대답해라. 너는 가면 갈수록 어리바리해진다. 똑똑한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아니다. 하는 말에 토 달지 마라. 나대지 마라 등 인격적인 모욕을 주었다”
“C는 타부서 사람들과 어울리지마라. 너가 걔네들에게 물들어 변했다며, 타부서 애들과 어울리다가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협박했다”
“(B에게) 업무를 배우기 위해 질문을 하면 ‘20년 동안 나한테 이렇게 직접적으로 일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사람은 니가 처음이다. 유튜브 보고 해라’라고 하며 업무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저는 업무를 정확히 모름으로 인해 근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B는) 한 시간 단위로 저의 행적에 대한 보고를 지시했다. 이는 저를 제외한 어떤 근무자에게도 없는 업무 내용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지회는 회사에 이를 알리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조치와 사실조사를 요구했다. 사건을 접수한 풀무원은 피해자 면담 후 병원 치료를 받게 했고, 가해자들을 타 부서로 발령냈다.

11월 17일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회사는 B씨와 C씨에게 각각 감봉 1개월과 3개월의 징계를 했다. 근로기준법은 월급 10%를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풀무원춘천지역지회는 ‘경징계’라 주장하고 있고, 회사는 언론을 통해 ‘중징계’라 밝히고 있다.

C씨는 11월 중 노동조합(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풀무원춘천공장지부)을 설립하고 “사랑하는 한국노총 풀무원 춘천공장 조합원 여러분!”이라는 대자보를 사내에 붙였다.

풀무원 춘천공장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11월경 사내에 붙인 대자보.
풀무원 춘천공장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11월경 사내에 붙인 대자보.

대자보에서 C씨는 “(A씨가) 민주노총 조합에 가입하여 마치 자기가 피해자인 양 행동을 하며 거짓말로 일관”했다며 “아주 질 나쁜 행동”이라 비난했다. 또 “비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회사는 신상필벌에 있어서 반드시 공정하고 치우침 없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C씨는 설비부품을 가져오란 지시에 A씨가 부품을 소리 나게 던지고, 다른 사원들과 비웃었다며 “직장 선임을 괴롭히려고 사전에 모의하고 계획된 사건” 즉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라 주장했다. 이 대자보는 3월 현재까지 붙어 있지만, 이 사안으로 징계위가 열리거나 한 적은 없다.

박엄선 지회장은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에 수개월간 치료를 받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그런 사람이 가해행위를 할 수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C씨의 ‘A가 가해자’란 상황이 있던 10월 8일에 대해서, A씨는 되레 ‘폭언이 있었다’며, 이 일 이후 ‘한 시간 단위 행적 보고서’라는 부당지시가 내려왔다고 증언하고 있다.

피해자와 풀무원춘천지역지회는 11월 17일 징계위 결과가 부당하다며 회사에 재심을 신청했고, 대자보 내용과 관련해 추가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12월에 열린 재심에서도 감봉이란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10월부터 현재까지 출근도 하지 못하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얼마 전 산재를 신청했다. 풀무원춘천지역지회는 11월부터 5개월째 풀무원 수서 본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전출 및 재발방지 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풀무원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이미 분리조치를 완료했다.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전출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박엄선 지회장은 “부서만 타부서로 발령냈을 뿐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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