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톡의 노동자 마음건강
통통톡의 노동자 마음건강

상담실에 오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사무직, 건설 현장, 돌봄, 콜센터, 판매, 영업, 공익 활동가 등. 다양한 직군의 노동자를 만난다. 일터는 다양하지만 상담실에 오는 이유는 비슷하다. 감정노동자가 아니어도 감정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 그들에게 마음이 어떤지, 마음은 안녕한지를 물으면 답이 없다. 침묵을 하는 사람도 있고,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때로는 마음에 대한 물음에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상담자로서 ‘지금, 여기’에서의 마음에 대해 많이 묻게 된다. 진심으로 마음의 안녕에 대해 묻게 된 것은 준호(가명)씨를 만난 뒤부터다. 30대 중반, 회사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준호씨는 승진도 빨랐다. 하지만 관계는 어려웠다. 상담을 권유받을 정도로 관계가 힘들었던 준호씨. 정서적인 소통에 대한 이해가 없던 그에게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지었던 표정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던 모습. 그리고 이어진 변화들. 지금까지 한 번도 물어봐 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낯설게 받아들이던 그 질문. 촉촉해지는 목소리로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던 그의 모습. 일하면서 힘들어도 견뎌야 했기에 마음이 뭔지 살필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그는 불통이라는 말을 듣고 있었다.

반면, 석규(가명)씨는 누구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주었다. 상담 중 힘들어 보여서 권했던 휴가를 받았다고 해서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안내했는데 자신은 가지 않고 동료에게 전했다. 그는 자신보다 함께 고통받고 있는 동지가 더 필요해 보였다고 한다. ‘그러면 석규씨는 언제 쉬세요?’ 라는 물음에 또 한번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힘들 때마다 표현하지 않으려고 오히려 화를 내는 그의 모습에서 숨겨진 마음을 읽어주었을 때 그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하는 그. 여전히 자신은 돌보지 않고 주변을 살핀다. 자신의 마음은 뒤로 한 채 주변에 힘든 마음을 먼저 보살핀다. 아니 어쩌면 자신의 힘든 마음을 드러내는 길을 잃었는지 모른다.

때로는 일을 하다보니 자신의 마음 길을 잊은 사람들도 있다. 돌봄직군에 노동자들은 직업병처럼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보살핀다. 그분들은 자신을 돌본다는 것도 망각한 채 지낸다.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마음은 병들어가고 상처받지만 참는 게 대부분이다. 가슴에 무언가 바위처럼 꽉막힌 듯, 힘든 마음이 몸으로 드러나는 것도 모른다. 또한 일터의 숨 막히는 업무량으로 마음을 돌볼 틈이 없다.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그들을 돌볼 시간을 주지 않는다. 강도 높은 업무량으로 점점 개인은 자신의 실체를 잊어버린다.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합리적 의심은 거둬지고 실체적인 진실이 드러날’수 있도록 마음이 안녕한지를 물어봤으면 한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건강한 마음으로 지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마음에 합리적 의심을 가지고 퍼즐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의식하지 않고 불통이 되거나 화로 대신한다면 생각보다 더 높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감정 피로, 그 스트레스로 굳어진 마음이 외부로 향하면 거친 언어로 타인에게, 내부로 향하며 취약한 내 몸의 어딘가로 향할 수 있다. 거칠게 외부로 향하는 안녕하지 않은 자신의 마음은 누군가에게 화살이 되어 고통을 줄 수 있다. 그렇게 악순환되는 감정 피로. 이제는 감정에도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 그래야 선순환으로 전환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마음은 있다. 그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마음의 안녕함을 물어보길 바란다. '괜찮아! 넌 그래도 괜찮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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