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민중항쟁의 출발은 노동자들의 투쟁”
“항쟁 정신 이어받아 불평등 세상을 바꿔내자”

민주노총이 주관한 4.3민중항쟁 정신계승 74주년 전국노동자대회가 3일 오전 10시 제주시청 앞에서 열렸다. ⓒ 백승호 기자 
민주노총이 주관한 4.3민중항쟁 정신계승 74주년 전국노동자대회가 3일 오전 10시 제주시청 앞에서 열렸다. ⓒ 백승호 기자 

“제주 4.3 민중항쟁의 출발은 노동자들의 투쟁이었습니다. 자주와 평등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투쟁에 노동자들이 먼저 나섭시다. 탄압에 대응하고 준비하는 것을 넘어 불평등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전 민중의 항쟁을 우리가 책임집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4.3민중항쟁 정신계승 74주년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노동자대회가 3일 오전 10시 제주시청 앞에서 열렸다.

민주노총은 이번 전국노동자대회는 4.3항쟁 정신계승으로 불평등 체제전환과 새로운 사회건설을 위한 투쟁을 나설 것을 결의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취지를 밝혔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미국의 집단학살과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공식사과와 배·보상, 진상규명 촉구하기도 했다.

제주 4.3사건은 아직도 제대로 된 이름을 갖지 못한 채 남아있다. ‘제주 4.3’, ‘제주 4.3 민간인 학살사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을 시작으로 1954년까지 7년 7개월에 걸쳐 자행된 제주도민 학살사건이다. 이승만 정부와 미군정은 이 시기 제주도를 ‘빨갱이 섬’으로 규정하고, 서북청년단과 군대 등을 제주에 투입해 민간인을 학살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제주도민의 3만 명~8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1947년 3월 1일, 좌파 진영인 제주 민주주의민족전선 집회에서 어린아이가 기마경찰에 짓밟힌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군중들이 항의하자, 경찰은 군중을 향해 발포했고 6명이 죽고 6명이 다쳤다. 이에 분노한 제주 도민은 3월 10일 총파업을 벌였다. 이 파업에는 공무원 등을 포함한 제주도 전체 노동자 95%가 파업에 참가했다.

4.3이라는 명칭은 1948년 4월 3일, 남한 단선을 반대하는 인민유격대가 경찰지서를 습격한 사건에서 유래했다. 이 때문에 ‘제주 4.3’은 단일한 소요사태라는 인식으로 남았으나, 사건의 본질은 이념과 사상을 명분삼아, 한 공동체가 오랜시간 학살당하고 파괴됐다는 데에 있다.

민주노총은 이 사건을 새 시대를 염원했던 제주의 노동자-민중들의 저항정신이 담긴 사건이자, 국가폭력에 의해 장기간 벌어진 민간인 학살사건이라는 점에서 ‘4.3민중 항쟁’으로 정명(正名)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이 주관한 4.3민중항쟁 정신계승 74주년 전국노동자대회가 3일 오전 10시 제주시청 앞에서 열렸다. ⓒ 백승호 기자 
민주노총이 주관한 4.3민중항쟁 정신계승 74주년 전국노동자대회가 3일 오전 10시 제주시청 앞에서 열렸다. ⓒ 백승호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제주의 노동자 민중은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에 저항했고, 평등하고 자주적인 새사회 건설을 위해 싸웠다. 74년의 세월의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땅은 여전히 불평등하고,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는 선진국인데 자살률은 1위인 나라,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열에 아홉은 노동조합을 갖지 못한 나라. 자본에겐 천국이고, 노동자에겐 지옥인 나라. 기득권의 곳간은 차고 넘쳐 배가 터지고, 청년들은 빚더미에 올라 희망마저 잃어버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석열 당선자는 노동에 대한 전면적 탄압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고용관계를, 임금체계를 유연화하겠다는 것은 노동자들을 장시간 저임금으로 내몰고 해고마저 자유롭게 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한 뒤 “노동자들의 피로 만들어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개악하겠다는 것은 일하다 죽으라는 사망선고다. 그래서 우리는 제주 민중들의 저항정신을 계승해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이 주관한 4.3민중항쟁 정신계승 74주년 전국노동자대회가 3일 오전 10시 제주시청 앞에서 열렸다. ⓒ 백승호 기자 
민주노총이 주관한 4.3민중항쟁 정신계승 74주년 전국노동자대회가 3일 오전 10시 제주시청 앞에서 열렸다. ⓒ 백승호 기자 

양윤란 민주노총 제주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어떤 이들은 피어난 벚꽃을 보며 아름답다 감탄하지만 제주 민중들의 가슴엔 핏빛 항쟁의 기억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슬픔에만 머물수 없다고 다짐하는 지금이 바로 제주의 4월이다”라며 “제주 민중들은 해방과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기대했다”며 “계층과 직업, 빈부를 뛰어넘는 1947년 3.10년 도민총파업을 시작으로 항쟁이 시작됐다. 수많은 제주 민중들이 저항의 무기를 들었고 수많은 도민들이 죽음을 맞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의 무자비한 학살과 탄압에 끝내 항쟁의 불길은 사그라들었지만, 4.3항쟁의 역사는 여전히 우리의 결의를 다지게 한다”며 “4.3항쟁의 정신을 기억하자 자주적인 민중세상, 누구나 차별없이 평등한 세상을 향했던 4.3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는 길은 우리의 투쟁으로 불평등한 지금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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