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지역 돌봄 노동자 증언대회 열려

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와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지난 14일 ‘충북돌봄 노동자 증언대회’를 열고 필수노동자로 불리고 있지만 상시적 고용불안과 인권침해,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는 돌봄노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

 

충북지역 돌봄노동 환경 실태 발표에 나선 윤남용 공공운수노조 충북본부장은 “돌봄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전체 취업자의 57.3%인 152만원에 불과하며 이 또한 단시간, 고용불안,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돌봄노동자가 처해 있는 노동환경 문제를 지적했다. 윤본부장은 이어 2022년 9월 설립될 예정인 충북사회서비스원에 대해 “장애영역은 제외시켜버리고 아이돌봄지원센터, 종합재가센터 규모도 당초 계획 보다 축소되었으며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계획은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 충북지역 돌봄노동 환경 실태 발표중인 공공운수노조 충북본부 윤남용 본부장.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 충북지역 돌봄노동 환경 실태 발표중인 공공운수노조 충북본부 윤남용 본부장.

 

현황 발표에 이어 돌봄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노인요양시설에서 20년을 일한 안성희씨는 “20년을 일한 노동자가 신규직원과 같은 임금을 받는다. 게다가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노동자의 처우개선수당도 특별한 근거규정 없이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4대보험 기관부담금까지 공제하고 지급하는등 임금 착취의 부당 행위도 지속되고 있다.”고 분노하며 코로나19로 인한 보호자 방문이 제한되자 열악해지는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문제도 연이어 폭로했다. “식단이 부실해지는 것이 확연히 보이고 2년마다 맞췄던 환의복도 장기요양보험에서 비용이 지급되지 않는다며 구입을 미루고 있다. 한번은 돌아가신 어르신의 환의복 소매가 다 닳아 떨어진 것을 보고 부랴부랴 덜 낡은 환의복으로 갈아 입혀 드렸던 것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고 토로했다.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에서 안성희 요양보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에서 안성희 요양보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로 방문재가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최경복씨가 마이크를 전해 받았다.

“재가요양보호사로 일한지 8년차 인데 오히려 급여가 줄어들었다. 시간당 625원이던 처우개선비가 2018년부터 사라졌다. 더구나 요즘 아들이 코로나로 확진되는 바람에 일을 쉬고 있다. 코로나로 서비스가 중단되면 요양보호사는 무급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본인이 확진되어 일을 못하는 경우에만 생계유지비가 지원된다고 한다.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에도 확인했는데 무급으로 밖에 처리할 수 없다고 해서 너무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씨는 코로나로 일하지 못한 것에 대해 휴업수당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센터에서 불이익을 당한 사연도 들려주었다. “휴업수당 문제. 처우개선수당 문제, 지자체 지원금 문제등을 동료들과 이야기 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센터의 눈밖에 난 노동자는 얼마든지 가볍게 해고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노동조합 가입도 개인들에게는 생계를 걸어야 하는 일이다.”라며 돌봄노동자들이 노동조합활동도 눈치보면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최경복씨는 이어 “필수노동자 지원조례도 있고 장기요양보호사 지원조례도 제정되었는데 오히려 노동자들은 더 힘들고, 더 위험한 노동현장에 방치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같은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제대로 된 지원정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에서 재가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최경복씨가 발표하고 있다.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에서 재가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최경복씨가 발표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김덕순씨는 돌봄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감정노동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김씨는 “가족에 의한 장애인학대를 인지했을 때 힘들다.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이 가장 가까운 장애인 가족 곁에서 돌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의 갈등까지 케어해야 하는 경우 힘들다. 서비스 이용자인 장애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돌봐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고 말하며 돌봄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성추행, 성희롱 사례도 폭로했다.“직접 겪은 일은 아닌데 동료중 ‘자기와 만나주면 돈을 주겠다’고 요구해 일을 그만둔 사례도 있었다.”며 신체적, 정신적 폭력도 자주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에서 발표중인 장애인활동지원사 김덕순씨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에서 발표중인 장애인활동지원사 김덕순씨 

 

정민선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이용자의 사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거나 이용자가 부를 때마다 달려가는 상황도 있고 이용자가 갑자기 서비스를 거부하거나 방문을 거절하는 때도 생긴다. 김장, 농사, 제사, 생일파티, 집들이, 노래방, 술친구등의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용자가 간혹 있다. 우리의 생계가 이용자의 결정에 달려 있기 때문에 거절하기도 힘들다.”고 이용자와의 갈등으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많은 활동 지원사들이 1년 이내에 사직을 고민한다고 한다. 10년 일한 지원사나 갓 들어온 신입 지원사나 임금은 똑같다. 오랫동안 일했어도 경력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에서 발표중인 장애인활동지원사 정민선씨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에서 발표중인 장애인활동지원사 정민선씨 

 

마지막으로 아이돌봄 노동자를 대신해 민주노총 충북본부 김순자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이 보육노동 현장 실태도 소개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경력이 올라가면 호봉도 높아지기 때문에 경력이 오래된 보육교사를 해고하거나 권고사직시키거나 인건비 보조금이 높은 영아반으로 배치하기도 한다. 보육노동은 육체적 정신적 강도가 상당하다. 그렇지만 영유아 돌봄의 특성상 휴게공간과 휴게시간의 보장도 미흡하다.”고 말하며 “기관별 임금, 노동시간, 복지제도등의 차별이 심각하고 돌봄 사각지대 문제도 발생한다.”고 밝혔다.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에서 발표중인 민주노총 충북본부 김순자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에서 발표중인 민주노총 충북본부 김순자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

 

증언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필수노동자라고 하며 최저임금도 안 되는 열악한 임금, 불안한 고용, 불안전 노동에 처해 있는 돌봄노동 현장을 조금이라도 바꿔달라고 한결같이 요구했다. 정부가 말로만 돌봄노동을 필수노동이라고 말하지 말고 돌봄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지역중심의 공적 통합 돌봄 실현을 위한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운영 △돌봄 민간위탁 서비스 직공영화 로드맵 마련 △시군마다 통합돌봄 종합재가센터 설치 △민간시설 직영화・정규직고용・월급제시행・생활임금보장 △돌봄노동자의 노동시간보장, 적정임금・경력인정・휴게시간보장과 휴게시설 설치, 안전할 권리, 감정노동 및 일상적 위험의 개선대책마련,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정책마련 등을 요구하며 증언대회를 마무리했다.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
충북돌봄노동자 증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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