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도민회의, 윤석열정권 출범에 맞춰 "제2공항 백지화" 외쳐
제2공항 건설 중단, 원희룡 국토부 장관 임명 철회 요구
도민 대상 여론조사도 '제2공항 건설 반대'가 우세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비상도민회의)가 주최한 '제주도민 결정했다! 제2공항 백지화! 도민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참가하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비상도민회의)가 지난 5월 10일 오후 7시경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도민 결정했다! 제2공항 백지화! 도민 결의대회’(이하 도민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윤석열 정권 출범일에 맞춰 열린 도민 결의대회는 제주도민 3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날 도민들은 윤석열 정권이 도민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제2공항 건설을 중단하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국토부 장관 임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태종 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황태종 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황태종(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장) 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는 “제주가 관광지로 개발된 이래 쓰레기 매립장과 하수처리장이 가득 찰 정도로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관광수요를 근거로 제2공항까지 건설하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다”라며 “세계자연유산이자 천혜의 자연을 가진 제주에 제2공항을 짓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황 상임대표는 제2공항 건설이 제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반(反)경제적”이라고 꼬집었다. 황 상임대표는 “아름답게 보존되고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이야말로 제주의 경제적 가치인데, 제2공항 건설은 필연적으로 환경을 파괴한다. 일각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반(反)경제적’인 셈”이라며 “극소수 자본의 이윤을 위한 제2공항이 아니라, 진정 도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제2공항 강행에 대한 도민들의 규탄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상영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 대책 위원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영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 대책 위원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영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 대책 위원도 도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행보를 규탄했다. 이상영 위원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선흘리는 지난 3년간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두고 큰 갈등을 빚어왔다”며 “원희룡 지사는 동물테마파크 건설에 반대하는 마을 총회 결과를 두고 이를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의 갈등 양상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또 이상영 위원은 “이처럼 도지사 시절 개발사업자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한 원희룡이 한 나라의 국토부 장관이 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뒤, “더욱이 원희룡은 도민의 여론을 수용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제2공항 추진을 강행했다”며 윤석열 정권과 원희룡 전 지사를 향해 제2공항 건설 계획 철회와 국토부 장관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오면신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오면신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오면신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장은 제성마을 설촌(設村) 당시 심은 12그루의 왕벚나무가 제주시의 행정 폭거로 인해 주민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철거된 사건을 언급하면서 “제주의 환경과 생태가 더 이상 훼손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2공항 반드시 전면 백지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보 집행위원장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강원보 집행위원장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강원보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도민 대다수가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기존 제주공항의 확장을 바라고 있는데 여전히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며 “또 어떤 사람들은 마치 제2공항이 제주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처럼 말하지만 청년들을 관광산업의 노예로 만드는 것이 어떻게 청년의 미래인가”라고 제2공항 건설 찬성 입장을 비판했다.

또 강원보 집행위원장은 “윤석열정권 출범으로 앞으로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일지 알 수 없지만 4.3항쟁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되새기며 도민이 뭉쳐 싸운다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도민들을 격려했다.

끝으로 비상도민회의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윤석열 정권과 차기 제주도정을 향해 거듭 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했다.

성산읍 주민(좌측)과 제주주민자치연대 좌광일 사무처장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성산읍 주민(좌측)과 제주주민자치연대 좌광일 사무처장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비상도민회의는 “도민의 삶 자체인 제주의 자연환경은 상품과 이윤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제주의 자연환경은 불과 한두 세대 만에 파괴되었다. 더 이상의 난개발은 도민의 삶 그 자체를 파괴하리라는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국토교통부의 3자 합의로 진행된 제2공항 찬반여론조사에서 제주도민은 제2공항 반대를 천명했다. 하지만 정권과 국토부는 그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공정과 상식을 국정철학으로 내세우며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던 윤석열 정권은 도민의 민의와 환경부의 반려 결정에도 불구하고 제2공항 추진을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제주의 환경이 중요하다면서 정작 과잉관광을 부추기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비상도민회의는 “제주도민은 더 이상 정권·여당이 도민의 삶을 외면하고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려는 행보에 동의하지 않는다. 제주도민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제2공항 백지화를 달성하는 그날까지 당당히 싸워나갈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과 국토부, 차기 도정이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할 경우 가능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이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2공항 건설을 두고 수차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도민들은 대체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지난해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의 조사에서 제2공항 건설 반대(▲51%(엠브레인퍼블릭), ▲47%(한국갤럽))가 찬성을 앞섰다.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코리아리서치가 제주의소리·제주일보·제주MBC·제주CBS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제2공항 건설 반대 여론(48.8%)이 찬성(44.9%)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민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촛불을 손에 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도민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촛불을 손에 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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