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4차 공판, “국민과 노동자가 행복해진다면 영광스러운 훈장으로 여기겠다”...선고공판 오는 3월19일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4년이 구형됐다.

2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25호 형사법정에서 형사1단독(법관 김정원)으로 열린 4차 공판에서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검찰 측은 4년을 구형했다.

검사는 “(이석행 위원장은)쇠고기 수입반대 투쟁 일환으로 총파업 지침을 내렸고, 쇠고기 운송저지 관련해서도 국민감시단과 공동투쟁을 전개한다는 지침을 내렸으며, 이랜드 업무방해 건에 대해서도 당시 민주노총 성명과 총력투쟁을 지시하는 공지 등 증거자료가 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이석행 위원장에 대한 공소사실들을 지적하며 검사는 “(이석행 위원장은) 08년 7월2일 현재 민주노총 위원장직에서 사퇴한 상황이지만 2007년 3월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민주노총 대내외적 모든 책임을 지는 핵심인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변호인단 진술에서 권두섭 변호사는 “검찰 공소 요지는 미국산 쇠고기수입 재협상을 목적으로 한 정치파업을 전개했다는 것이지만 실제 당시 파업 상황 등을 엄밀히 살펴보면 시기집중 동맹파업이었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7월2일 2시간 파업을 최초로 결정한 6월5일 이후 조합원 찬반투표 등 준비과정에서 정치파업이 어렵다고 판단해 당시 이미 7월초 파업을 결정한 상황이었던 금속노조와 그 외 사업장 중 교섭이 결렬된 노조를 결합시켜 파업을 실시했다”고 전하고 “결국 7월2일 파업은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한 시기집중파업으로 진행됐다”고 진술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또 “쇠고기 냉동창고 운송저지 관련해서도 지난 3차 공판 때 박용석이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한 바와 같이 냉동창고 운송을 저지하러 간 현장 상황은 애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당시 검역이 이뤄지지 않아 반출이 되지 않았고, 냉동차 기사들도 차량 문을 열어주는 등 비교적 협조적인 분위기였다”며 “따라서 운송저지에 나선 사람들 때문에 냉동차가 나가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랜드 업무방해 건 관련해서도 권 변호사는 “2007년 7월1일 비정규직법이 국회에서 제정될 당시 민주노총은 기간을 만 2년으로 제한할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년마다 반복적으로 해고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차별시정도 보완장치가 없다면 실효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석행 위원장은 이랜드노조가 2007년 6월22일 총파업을 벌이기 전에 현장대장정을 통해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수백 명 해고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하고 “이 위원장은 이랜드 박성수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파업이 시작된 후에도 이상수 노동부장관을 5~6차례 만나 ‘교섭이라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홍준표 당시 환노위원장에게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나서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권두섭 변호사는 “노동자들 권익을 대변하는 민주노총의 위원장으로서 100여 만원 안팎의 임금을 받으며 5~10년 일하다가 억울하게 해고된 1,000여 명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어려운 투쟁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배 중 이랜드노조 집행부가 찾아와 손해배상청구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회사 측 주장을 전했을 때도 ‘여성노동자들 복직문제가 해결된다면 괜찮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며 이석행 위원장이 지난 시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썼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민변 김선수 변호사도 변론을 통해 “민주노총이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을 목적의 일부로 삼아 파업을 하거나 비정규직법에 대한 입장을 천명하고자 집회를 개최한 것은 전국 규모 총연합단체로서 적법한 활동을 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고 “유엔산하 국제노동기구도 이 문제를 수차 지적했고, 우리 정부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남용해 노동조합 간부를 처벌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소사실 중 광우병 쇠고기 총파업 부분은 민주노총이 실질적인 총파업을 시행한 것도 아니고 시기집중파업을 조직한 것에 불과하며, 그 방법이 노무제공의 집단적 거부에 불과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비정규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한 이랜드노동조합 투쟁에 대한 민주노총 지원은 총연합단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하고 “회사 행태가 불법적이고 잘못됐음은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확인됐고, 결국 최종적으로 회사가 해고자들을 복직시키고 요건을 충족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하는 것으로 합의함으로써 해결됐다”며 “이랜드 노동자들 요구와 투쟁이 정당함이 증명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수 변호사는 “총연합단체 대표자가 조합원 권익을 위해 제대로 활동하려면 구속과 형사처벌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며 “효율과 경쟁을 최우선으로 하고 시장만능 사조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법치라는 이름으로 권리 주장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진술에서 “이랜드는 30대 후반~40대 후반의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하루에 8~10시간 일하고 최저임금도 안되는 80만원 정도를 받는 알량한 일자리마저 비정규직법을 악용해 빼앗으려 했다”고 성토하고 “현장대장정 당시 만난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제 손을 잡고 ‘여기서 쫓겨나면 생활이 막막하니 민주노총이 지켜달라’며 울면서 애원했다”고 당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 절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저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좌시할 수 없었고 노동부장관과 국회 환노위원장을 찾아가 문제해결을 요청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하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던 뉴코아 정규직 노동자들도 결국 일터에서 쫓겨나 저처럼 평생을 해고노동자로 살아가게 됐다”고 비통해 했다.

이 위원장은 “저는 이명박 정부 들어선 후 몇개월 동안 국무총리실 등 정부부처에 공문을 발송하고 사람까지 보내서 대화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고 말하고 “그것도 모자라 저들은 헌법 33조에 명시된 대로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노동자들의 총단결체인 민주노총을 철저히 무시하고 철저히 탄압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파괴하려고 한다”고 분개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국민촛불을 받아안아 국민과 약속하고 국민들 전폭적 지지 속에 총파업까지 결행하고도 끝내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사죄의 뜻을 전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우리 국민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아내겠다며 국민과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하고 “당시 일본은 20개월 미만 살코기만 수입해서 엄격한 검역을 거치는 것과 달리 뼛조각이 발견된 쇠고기조차 다시 리콜하지 못하고 국민 식탁 위에 올리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국민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지켜내지 못한 죄스러움을 거듭 강조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저는 옳다고 믿었기에 이랜드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싸웠고, 민주노총이 국민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서 촛불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했다”고 말하고 “저는 비록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처투성이 만신창이가 됐고 실정법을 위반해 재판을 받고 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 국민과 노동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을 영광스러운 훈장으로 여기며 평범한 한 사람의 노동자로 살아가겠다”는 말로 진술을 마쳤다.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3월19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525호 형사법정에서 진행된다.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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