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책임, 여성노동자에게 전가 말라!”...3.8세계여성의 날 101주년 기념 민주노총 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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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계여성의 날 101주년을 맞아 반인권, 반여성적 사회 구습에 시달리며 일상적 차별과 고통을 강요받아온 여성노동자들이 일하는 여성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3.8세계여성의 날 101주년 기념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남녀조합원과 여성단체 등 연대단체 성원 1천여 명이 모임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3.8세계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비정규직 노동이라는 생존권 위기에 놓인 여성노동 현실을 되돌아보고, 특히 경제위기책임을 여성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이명박정권에 대한 강력히 규탄이 이어졌다.

[사진3]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 임성규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12시간 이상 노동하면서도 저임금에 시달리던 미국 섬유공장 여성 노동자들이 최초로 집회를 가진 이후 1908년 1만5천명 이상 모여 투쟁하는 과정에서 많은 목숨을 잃었고, 네덜란드 코펜하겐에서 여성노동자의 날을 정하자고 제안하고 나서도 한참 후가 돼서야 세계여성 노동자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다”고 전하고 “한반도에서는 일제치하에서 최초로 1922년 여성노동자들 행사가 있었고 오랜 시련의 세월을 거쳐 1985년부터 3.8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노총에게 있어서 오늘은 특히 더 중요한 날”이라며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와 그 주변인들, 민주노총에게 큰 기대와 희망을 갖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사죄드린다”고 말하고 “민주노총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직내 성인지적 감수성을 높여내고 성평등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뿌리부터 바꾸는 조직문화 혁신에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 위원장은 “정부와 자본은 경제위기를 빌미로 전체노동자의 70%에 달하는 여성노동자에게 더 많은 고통을 강요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해고와 임금삭감 등 탄압이 조여들어오고 있다”고 전하고 “이는 이명박 하에서 더욱 그 본질이 천박하게 드러나는 자본주의 본래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임성규 위원장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남성, 정규직 노동자들은 조직적으로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개혁을 위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오늘을 계기로 한국사회에 성차별을 없애고 여성이 핍박받지 않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오는 4월1일 민주노총 임시대대 지도부 선출에서 뛰어난 여성지도자를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세우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사진4]전국여성연대 이강실 상임대표는 연대사를 통해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거리시위를 벌인지 무려 101년이 지난 오늘 우리 현실은 변화된 것이 없다”고 통탄해하고 “우리 여성들의 피와 땀과 희생으로 어렵게 제도들을 만들어냈지만 이명박정권은 그마저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명박정부는 재벌을 위해서는 간과 쓸개를 다 빼주면서도, 여성부를 축소하고 구석으로 처박아 반신불수로 만들고 비정규직법과 최임법을 개악해 여성노동자들을 고통으로 내몰고 여성노동자들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동전까지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상임대표는 “사회서비스가 민영화되면 여성노동자들에게 돌봄노동, 가사노동이 더 가중되고 모든 사회적 폭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으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무너진다”고 말하고 “절망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고 절망적 현실을 희망으로 뒤집어야 한다”며 “여성으로부터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우리 모두 느끼고 실천하자”고 역설했다.

이강실 여성연대 상임대표는 민주노총에 대한 따가운 충고도 잊지 않았다. “저는 민주노총을 사랑한다”고 말을 뗀 그는 “민주노총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상명하달식 권위주의적 조직문화를 벗어던지고, 양성 평등적이고 열린 대화와 소통이 자유로운, 모두 서로 행복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뿌리부터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그로부터 세상을 바꿔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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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용산참사 희생자 유가족 중 고 이상림열사 며느리인 정영신 씨가 무대에 올랐다. “제 시아버지와 남편은 용역들에게 시달리며 맞지 않으려고, 무차별 개발로 인해 내쫓기지 않으려고, 우리 가정을 지키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망루에 올랐다”고 말하고 “다섯분 열사들이 돌아가신지 49일이 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지만 오늘 여러 여성노동자들을 만나니 힘이 난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싸울 뜻을 밝혔다.

[사진6]여성 비정규, 최저임금 투쟁사업장 발언이 이어졌다.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유명자 지부장과 여성연맹 이찬배 위원장, 이주여성노동자,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김소연 분회장이 각자 처한 현장 투쟁 상황을 보고하고 이후 투쟁을 결의했다.

특히 네팔노총에서 온 지푼트 먼주 씨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어느 나라든지 여성노동자들은 모두 같은 고통과 시련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3.8세계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여성노동자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꾸자”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 승리하리라’라는 노래를 네팔어와 한국어로 불러 대회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 김경자 비대위원은 ‘여성노동자 선언’ 낭독을 통해 “1908년 미국 뉴욕 봉제공장 146명 여성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임금을 보장하라’, ‘10시간 노동을 보장하라’고 외치다 작업장에서 화염에 싸여 죽어갔다”고 말하고 “노동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개된 지 101년이 흐른 지금도 ‘노조활동 보장하라’, ‘고용을 보장하라’, ‘최저임금 현실화하라’, ‘비정규직 철폐하라’는 여성노동자들 외침은 변함없이 울려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제 치하 광폭한 탄압 속에서도 평양 을밀대에 올라 첫 고공농성을 펼친 강주룡 열사의 의연함, 외환위기 당시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거대 권력과 자본에 맞섰던 현대자동차 식당 여성노동자들의 처절한 알몸투쟁, 07년 비정규직노동자 대량해고 학살에 난생처음 파업이란걸 해본 이랜드-뉴코아 여성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을 상기시켰다.

김 비대위원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파탄 속에서 사회양극화 심화로 저임금과 빈곤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차별로 얼룩진 여성노동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해 오늘도 거리로 나섰다”고 말하고 “이 땅 모든 여성과 소외받는 이들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고 일하는 여성이 행복한 세상,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기 위해 먼저 연대 손을 내비는 세상을 만들자”고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3.8세계여성의 날 101주년을 맞은 이날 여성노동자 선언을 통해 ▲노동자를 생존 벼랑으로 내모는 최저임금삭감, 비정규직법 개악을 중단할 것 ▲구조조정을 이유로 여성을 우선 해고하는 성차별적 해고를 중단할 것 ▲여성노동자 경력단절 주요원인인 육아문제를 국가가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또 ▲남성중심적 문화를 성인지적 문화로 바꾸고, 여성이 행복한 조직을 건설하자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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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과 연대단체 성원들은 민주노총 로고와 “경제위기책임 여성노동자에게 전가말라!”고 씌어진 노란색 풍선을 ‘딸들아 일어나라’를 부르며 일제히 날려보냈다. 또 ‘저임금NO!’, ‘비정규직NO!’, ‘성폭력NO!’, ‘성차별NO!’라고 씌어진 바람개비를 돌리며 모든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노동자로서 당당히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대회 참가자들은 “여성노동자 다죽이는 이명박정권 끝장내자!”, “여성노동자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 “최저임금 삭감반대! 비정규법 개악중단!”, “성평등 문화혁신 실천으로 쟁취하자”, “여성노동자 단결투쟁 반드시 승리하자”, “살인진압 폭력만행 책임자를 처벌하라!”, “노동자민중 다죽이는 이명박정권 끝장내자!”고 구호를 외치며 여성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경제위기 책임을 전가하는 이명박정권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각 산별연맹별로 여성노동자 생존권과 차별철폐를 촉구하는 피켓, 몸벽보, 풍선, 장갑 등 소품들을 마련해 단결된 모습으로 아름다운 저항을 전개했다.

건설연맹에서는 요구사항이 적힌 우산을 들고, 여성연맹 조합원들은 ‘최저임금 현실화’가 적힌 익숙한 노란색 몸벽보를 착용하고, 사무금융연맹에서는 모든 차별을 거부한다는 의미의 “NO”를 적은 노란색과 빨간색 벙어리장갑을 끼고 각자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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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행사장 주변에서는 3.8세계여성의 날 101주년을 맞아 비정규직 저임금과 차별이 만연한 여성노동 실태를 전하고 여성노동자들이 주체가 돼서 세상을 바꾸기 위한 각종 선전전, 부스 등이 마련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공공노조와 사회서비스시장화저지공대위는 다트 던지기 이벤트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쏴라! 돌봄노동자에게 필요한 것” 밑에 “5대보험 보장하라”, “인력을 충원하라”, “월급제 보장하라”,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공공시설 확충하라”는 돌봄노동자들 요구안을 써 붙이고 다트로 맞히면 떡 등을 증정해 큰 호응을 얻었다.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은 “거꾸로 된 세상 제대로 뒤집어야 산다”며 ‘MB악법’과 ‘여성차별노동정책’을 뒤집는 부치개 무료 시식코너를 열었다. 대회 참가자들은 “그냥 살껴? 한 판 뒤집어볼껴?”라고 씌어진 부치개 시식코너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MB악법을 뒤집는 심정으로 맛좋게 구워진 부치개를 나눠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는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을 전개하는 한편 동원F&B 노동조합에서 제공한 커피와 녹차를 선사하기도 했다.

또 용산범대위에서도 참가해 용산철거민 구속자 석방을 촉구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추모영상을 판매해 용산참사를 기억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에 앞서 3.8세계여셩의 날 기념 여성돌봄노동자 증언대회가 ‘돌봄노동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이 증언대회에서는 요양보호사, 간병인, 보육교사, 장애활동보조인 등 여성돌봄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장 노동실태 증언에 이어 돌봄노동이 사람의 삶을 만드는 노동이며, 돌봄노동자들은 사회를 재생산하는 당당한 노동자임을 선언하는 돌봄노동자 선언이 진행됐다.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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