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산재 사망자만 다섯 명째, 열악한 환경 속 혹사당하는 급식노동자
절대 혼밥 안 할 거라던 대통령 밥하는 급식노동자의 안전은 외면하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통령 집무실 앞 기자회견

전국학비노조가 급식판과 장화, 영정 사진을 앞세우고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급식 운영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전국학비노조가 급식판과 장화, 영정 사진을 앞세우고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급식 운영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15일 (수) 오전 11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전국학비노조) 조합원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특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급식 담긴 식판과 폐암 산재 사망자의 영정사진을 들고 집무실로 행진한 것이다. 

급식판과 영정사진을 든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경찰 대열이 가로막고 있다.
급식판과 영정사진을 든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경찰 대열이 가로막고 있다.

참가자들은 ▲학교 내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립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급식 운영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사망, 산재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대통령과 점심 한 끼 하며 대화하고 싶다"고 요구했다. 경찰에게 가로막히자 급식판, 산재 사망자를 기리는 고무 장화 5켤레를 전열에 배열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미향 전국학비노조 위원장이 급식판을 들고 앞서자 경찰이 가로막고 있다.
박미향 전국학비노조 위원장이 급식판을 들고 앞서자 경찰이 가로막고 있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이 대통령에게 직접 대화를 청한 것은 교육당국의 책임 회피 때문이다. 학교 급식조리실의 열악한 환경으로 폐암 산재 사망자만 5명에 이르렀으나 환경 개선을 추진해야 할 교육당국은 대책 마련을 미루고 있다. 노동부가 제시한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시설 가이드라인> 무시, 환기시설 미개선으로 학교급식노동자는 여전히 폐암 위험을 떠안고 일하고 있다. 폐암보다 더욱 빈번한 근골격계 질환을 막기 위해 적정인원을 배치해달라는 요구 역시 묵살당하는 상황이다.

이에 전국학비노조는 행정 수장인 대통령이 직접 학교급식노동자와 대화하고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0대 국정과제로 '산업재해 예방 강화 및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지원'을 공표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되면 절대 혼자 식사하지 않을 것", “나이, 가치관, 여야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과 한 끼 먹으며 편안히 대화 하고 싶다”며 식사 소통을 과시한 바 있다. 전국학비노조는 금일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학교급식노동자에게도 본인의 약속을 지키기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 앞에 영정 사진과 조리실의 장화, 급식판이 놓여 있다.

여는 발언에 나선 박미향 전국학비노조 위원장 “오늘 5켤레 장화와 식판의 밥은 학교급식노동자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먹이고자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온종일 만드는 그 급식"이라며 노조를 가로막는 정부와 공권력을 비판했다. 윤석열 정권이 계속 약속을 저버린다 해도 “7월 2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1만 상경 투쟁으로 급식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며 투쟁 결의를 다졌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폐암 산재 사망자 다섯 명을 기리는 영정을 들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폐암 산재 사망자 다섯 명을 기리는 영정을 들고 있다.

이미선 전국학비노조 서울지부장은 노동자를 배려하지 않는 급식조리실 배치기준 문제점을 강력 규탄했다. 아울러 "학비노조는 계속 투쟁해 온 조직, 올해는 급식실 환경 개선 문제를 끝장내보자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투쟁이 우리 모두가 잘사는 길,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투쟁하자"고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김정희 전국학비노조 광주지부 부지부장은 교육부, 교육청의 사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더이상 급식실에서 죽는 일 없도록 끝까지 정부와 싸워 건강권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앞으로는 학생들의 점심을 마련하는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당국의 각성을 간곡히 요청했다.

임채정 전국학비노조 경남지부 노안위원장은 마지막 규탄 발언을 맡아 규탄 수위를 올렸다. "학교급식실이 죽음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며 "더이상 일하다 폐암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생기지 않도록, 하루빨리 환경개선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이 정부가 책임지고 나설 것"을 강력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노조의 요구와 대통령의 발언을 담은 피켓을 들고 투쟁 결의를 다지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노조의 요구와 대통령의 발언을 담은 피켓을 들고 투쟁 결의를 다지고 있다.

김수정 전국학비노조 노안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기자회견이 마무리되었다. 전국학비노조는 다가오는 7월 2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맞아 급식노동자 1만 상경 사전대회를 진행한다. 또한 교내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립,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실 환경이 마련되는 그날까지 강력히 투쟁할 예정이다.

영정사진과 급식판에 일터에서 죽지 않고 일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과 추모의 마음이 담겨 있다.
영정사진과 급식판에 일터에서 죽지 않고 일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과 추모의 마음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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