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사전대회 '코웨이 본사'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특수고용직' 설움..."우릴 지켜주는 법이 없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가전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쟁취투쟁 선포대회를 진행하고 있다.@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가전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쟁취투쟁 선포대회를 진행하고 있다.@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우리도 노동자입니다! 낡은 법과 제도로 우리를 규정하지 마십시오!”

가전렌탈업계에 종사하는 방문점검원들이 한 목소리로 열악한 노동현실을 토로하며 “표준계약서 마련”을 요구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부와 SK매직MC지부의 방문점검원 조합원 등 500여 명은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방문점검원에 대한 차별을 강요하는 현행 위임계약서 대신 업계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문점검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 신분이다. 법이 강제하는 근로계약서 대신 회사가 임의로 규정한 위임계약서에 따라 일을 한다. 

가전렌탈 업계에 통용되는 위임계약서에는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업무상 비용을 전가하는 등 방문점검원의 일방적 손해와 희생을 강요하는 내용이 관행으로 굳어져있다. ▲일방통보 계약해지 ▲월 단위 계약갱신 ▲수당되물림 ▲책임이행보증금 강요 등이 대표적이다. 

노동조합은 방문점검원들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는 탓에 가장 낮은 수준의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가전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쟁취투쟁 선포대회를 진행하고 있다.@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가전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쟁취투쟁 선포대회를 진행하고 있다.@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이현철 전국가전통신노조 위원장은 “최근 관리자의 갑질에 시달리던 SK매직의 한 방문점검원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고독사했다”며 “언제까지 아파도 소모품처럼 일만 하다가 쓰러져가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 쟁취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표준계약서에 명시돼야 할 핵심 내용으로 ▲일방통보 계약해지 금지 ▲위임계약 연단위 자동갱신 ▲인사․징계위원회 노조참여 ▲관리계정 갑질 봉쇄 ▲정기 건강검진 보장 등을 꼽았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부처가 보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TV홈쇼핑 종사자, 온라인쇼핑몰 종사자, 애니메이션 제작자, 대중문화예술인(연기자․가수) 등의 업종에도 표준계약서를 제시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노동자의 처우개선 문제는 회사를 상대로 헌법상 권리인 단체교섭을 통해 해결한다. 그러나 특수고용직인 방문점검원에게는 이조차 쉽지 않다. 

이현철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열린 가전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쟁취투쟁 선포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이현철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열린 가전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쟁취투쟁 선포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대표적으로 코웨이 코디․코닥지부가 2019년 11월 노동조합을 설립했지만, 1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9월에야 업계 최초로 단체교섭을 시작할 수 있었다. 회사가 방문점검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탓에 지루한 법적 분쟁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왕일선 코웨이 코디․코닥지부장은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인 단체교섭을 열어내는 것조차 긴 투쟁이 필요했다”며 “힘들게 마련한 교섭 자리에서도 회사는 ‘법적 미비’를 들어 열악한 처우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SK매직의 방문점검원도 현실은 다르지 않다. 업무계통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관리자의 갑질에 노출되면서 언제 계약해지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관리계정(제품점검 건)을 빼앗겨 생계문제를 겪기도 한다.   

임창도 SK매직MC지부장은 “방문점검원에게 노동기본권이 보장됐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관리계정을 빼앗기겠느냐”며 “법도 우리를 지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표준계약서가 절실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노동조합은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해 국회 증언대회․토론회를 비롯해 관련 정부부처와 협의 테이블을 마련하는 등의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방문점검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적인 방안은 당연히 특수고용직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이다. 민주노총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하루가 절박한 이들이 기약 없이 법 개정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현행 위임계약부터 교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가전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쟁취투쟁 선포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호나이스지부 이도천 지부장, 가전통신노조 이현철 위원장,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왕일선 지부장.@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가전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쟁취투쟁 선포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호나이스지부 이도천 지부장, 가전통신노조 이현철 위원장,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왕일선 지부장.@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이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열린 가전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쟁취투쟁 선포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이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열린 가전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쟁취투쟁 선포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가전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쟁취투쟁 선포대회를 진행하고 있다.@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가전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쟁취투쟁 선포대회를 진행하고 있다.@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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