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평균임금, 하계유급휴가 요구 광주전남지역 배전 전기노동자 총파업 장기화
불법하도급 척결과 총파업 사태 해결위해 '원청 한국전력이 나서라'

이경석 광주전남전기지부 광주지회장은 지난 21일, 한국전력에 불법하도급 전수조사를 실시하라며 30미터 높이 철탑에 올랐다.
이경석 광주전남전기지부 광주지회장은 지난 21일, 한국전력에 불법하도급 전수조사를 실시하라며 30미터 높이 철탑에 올랐다.

한국전력 하청 배전 전기노동자가 현장의 불법하도급 척결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 30분경, 이경석 민주노총 건설노조 광주전남전기지부 광주지회장은 나주 한전 KDN 본사 앞 30미터 높이의 교통관체철탑에 올랐다. 그는 '불법하도급 퇴출!’, ‘불법하도급 전수조사 실시!' 현수막을 내걸고 원청인 한국전력이 나서서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광주전남전기지부는 22일 현재, '전국평균임금 수준으로 임금인상, 하계유급휴가 3일 지급'을 요구하며 총파업 45일차를 맞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일까지 진행된 교섭에서 한천 하청업체들은 노동조합의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지부는 양보안까지 제시했으나 사측은 이것마저도 거부했다.

전기노동자들의 파업상황을 장기로 만든 것은 원청인 한국전력의 방치가 큰 원인이라 말한다. 전기노동자들은 배전 현장에 만연한 불법하도급 철폐를 위한 전수조사를 오래전부터 요구해왔지만, 한전 측은 그때마다 불법하도급은 없다며 하청업체들의 불법적인 현장 운영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아왔다. 이에 광전전기지부는 한전이 손놓고 방치하는 불법하도급 업체를 지난 18일 직접 경찰에 고발까지 했으나 여전히 한전은 “경찰조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조합은 한전이 현장의 불법하도급 상황을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감춰왔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고 김다운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한전은 '중대재해처벌법 대비 한전의 안전관리 대책'이라는 내부 문건에서 '페이퍼컴퍼니 증가'와 '편법하도급 문제'를 언급하며 대비해야 함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럼에도 한전은 지부의 불법하도급 업체 고발에 대해 “지난 4월 전수조사를 했지만 단 1건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장의 전기노동자들은 이에 대해 실제 조사를 했는지 조차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불법하도급은 있다”며 “철저한 전수조사를 하면 확인될 일”이라며 즉시 불법하도급 척결을 위한 전수조사를 한전에 요구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배전 전기노동자들은 22일 현재 총파업 45일째다. 이들은 전국평균 수준의 임금과 하계유급휴가 3일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진행 중이다.
광주전남지역 배전 전기노동자들은 22일 현재 총파업 45일째다. 이들은 전국평균 수준의 임금과 하계유급휴가 3일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노동조합은 현재 파업 상황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위해 한전이 즉시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배전 전기노동자들은 전국평균에도 미치지 않는 최하위 임금을 받고 있다. 반대로 한전 하청업체들은 지난해 평균 35억 원의 공사를 진행하며 전국 최고의 수익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평균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해달라는 요구에 하청업체들은 ‘절대 불가’만을 이야기하며, 요구안을 낮춘 양보안까지도 거부하면서 파업상황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하청업체들은 기존 주어지던 하계유급휴가 3일마저도 연차휴가로 대체하라며 노동자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배전 전기현장의 원청은 한국전력이다. 현장은 한전의 지시와 감독이 없으면 공사를 진행할 수조차 없다. 그럼에도 매번 노동자들과 하청업체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한전은 '하청노동자들과는 관계가 없다'며 방관한다. 대법원은 지난 4월 고 김다운노동자 사망사고의 책임으로 원청인 한전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동안 발주자 위치라며 책임을 회피해온 한전에 원청으로서의 책임문제를 못 박은 것이다.

광주전남지역의 한전 하청노동자들은 파업 장기화 해결을 위해 “한전이 나서서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 21일, 전국 방송차 집중 투쟁을 진행한데 이어 오는 27일에도 광주전남전기지부 총파업 승리를 위한 전국 집중 결의대회를 예정하며 한전의 책임을 촉구하고 나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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