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탁종열의 노동보도 톺아보기

#1. 영국 - 감세냐? 증세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후임을 결정하는 보수당 대표 결선투표에서 ‘감세 공약’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결선투표에 오른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은 300억 파운드(약47조3천억원)의 감세를 공약했다. 영국 정부가 지난 3월 법인세율을 19%에서 내년 25%로 올리겠다고 했는데, 이 계획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수당 원로들이 감세에 반대하고 나섰다. 보수당 원로들은 감세에 반대하며 ‘마거릿 대처’를 소환했다. ‘대처라면 이 공약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란다. 신자유주의의 대명사인 마거릿 대처가 ‘감세’를 반대한다고?

쟁점은 ‘감세’가 아니다. 트러스 장관은 “감세를 위해 정부의 차입을 늘리자”고 하는데, 대처가 반대하는 것은 ‘재정적자’이다. ‘감세’와 ‘재정적자 축소’,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2. 스페인 - 횡재세
스페인 정부가 은행과 에너지 기업의 초과 이익에 대해 횡재세 도입을 발표했다. 스페인은 금리인상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본 기업으로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은행업계로부터 30억 유로를,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40억 유로를 걷을 계획이다. 스페인 정부는 이를 통해 물가상승에 취약한 저소득층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에 공공주택 1만2000가구를 짓는데 사용한다. 이외에 오는 9~12월 국영철도 승차권을 무료화하고, 16세 이상 장학생들에게 총 20억 유로의 장학금 지급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 산체스 총리는 “인플레이션으로 발생한 수익은 대기업 경영진의 연봉을 높이는데 쓰일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기업이 위기로부터 이익을 취해 자신들의 연봉을 살찌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 윤석열 정부 - 부자 감세
윤석열 정부는 지난 21일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법인세 최고 세율은 25%에서 22%로 낮추고,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종합부동산세 기본 공제 금액 6억 원에서 9억 원 상향, 근로소득세 과세 표준 구간 조정 등이 핵심이다. 이밖에 가업 상속 혜택을 확대하고 불공정한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한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세제개편안을 <재계 숙원 들어준 ‘종합선물세트’>라고 비판했다.

이번 세제 개편안으로 공시가 11억 원인 다주택자의 보유세는 287만원 감면되고 공시가 30억 원(시세 42억 원)은 3248만원 감면된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연봉 1억 안팎 노동자는 연간 83만원의 소득세가 감면되지만 연봉 2500만원을 받는 1인 가구 노동자는 7천 원 정도 혜택을 본다. 전체 1%도 안 되는 대기업들은 4조1천억 원을 덜 내는데 나머지 99%인 중소기업은 2조4천억 원 덜 내게 된다. 가업 상속세와 대주주들의 주식양도세도 모두 깎아주기로 했는데 모두가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다. 정부는 ‘부자 감세’로 5년간 6-조원의 세수가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4 조선일보 – 복지축소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자 그동안 ‘감세’를 주장한 신문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서울신문은 22일 사설 <쓸 데 안 쓰고 줄일 데 안 줄이면 감세효과 못 본다>에서 “윤석열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쓰겠다고 대선 때 약속한 돈만 209조원에 달한다. 더욱이 더 이상 적자국채는 찍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고물가, 고금리에 코로나가 재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서민 취약계층은 정부의 집중 지원을 필요로 한다. 세수는 줄어드는데 앞으로 얼마나 돈이 더 들어갈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정부의 역할을 포기할 수도 없다”고 자신들이 처한 딜레마를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대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부응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면서 옹색한 주문을 했다. 하지만 서울신문의 옹색한 주문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중앙일보는 25일 “기업이 정부의 바람대로 적극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고백했다. 불확실한 경제 여건하에서 기업에 대한 세 부담 완화 정책이 투자-고용 증가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제개편안이 국회에서 본격 논의도 되기 전에 대기업과 재벌의 바람잡이 역할을 한 신문들이 벌써부터 손절하고 나선 것이다.

난감한 상황에 놓인 윤석열 정부에 조선일보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꺼려하자 맏형 조선일보가 해결책을 내놓았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19일 사설 <감세 앞서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 없으면 나랏빚만 늘 것>에서 정부 지출의 거품을 과감히 걷어낼 것을 주문했다.

"경제성이 결여된 수십조원의 예타 면제 SOC 사업, 2000개에 달하는 과잉·중복 현금 복지,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과다한 국방 관련 예산, 인구감소 시대에 비만증에 걸린 공공부문, 불필요한 세금 일자리 등이 모두 지출 구조조정 대상이다."

예타면제 SOC 사업으로 대표적인 것이 가덕도 공항과 대구 신공항, 공공병원 및 권역감염병전문병원이다. 무엇을 먼저 없앨까? 언론이 ‘세금일자리’, ‘단기 알바’라고 비하하는 ‘직접일자리’ 올해 예산은 3조2000억 원인데, 연금을 받지 못하고 기초연금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운 노인을 위한 복지성 일자리다.

조선일보는 거품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복지를 축소하고 공공성을 포기하라’는 주문이다.

불평등이 가장 심하지만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가의 역할에 가장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나라!

‘혼란스런 인식을 가진 국민이’란 오명을 벗어나는 첫 걸음은 ‘재벌신문 정체 바로 알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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