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를 목적한 타농협 전적은 부당노동행위
한림농협에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과 위자료 지급 판결
“한림농협, 노조와 피해직원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해야”

2020년 4월 28일 전국협동조합노조 제주지역본부가 농협중앙회 제주시지부 앞에서 한림농협의 부당전적 및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

지난 19일 제주지방법원은 한림농협(조합장 차성준)이 지난 2020년 당시 노조 지회장 등 4명을 다른 농협으로 전적시킨 행위가 노조파괴 목적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농협이 노동조합과 조합원에게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무금융노조 전국협동조합노조 제주지역본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법원은 이 사건 전적으로 인해 노조 지회장 등 조합원 3명이 더 이상 노조에서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해 노조는 조직과 활동에 중대한 방해를 받았으므로 한림농협의 이러한 부당노동행위는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시했다.

한림농협이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적이 ▶노동조합 지회와 피고(한림농협) 간에 단체교섭이 한창 진행되던 중에 실시된 점 ▶노동조합 지회의 교섭 담당자에 대한 전적으로 인해 단체교섭이 사실상 중단된 점 ▶인사교류를 할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미루어 보아 피고(한림농협)가 원고(노조)의 조합활동을 방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한림농협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돼 노동조합과 조합원 3명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위자료 총 7백만원(노조 3백만원, 지회장 2백만원, 조합원 2명 각 1백만원)과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불법 전적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4명의 조합원에 대해 가산이자와 지연손해금을 포함한 총 1천7백52만5천99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그동안 한림농협은 본인 동의 없는 전적이 사실상의 농협 제도로 확립되어 있고, 제주시 지역농협 인사업무협의회에서 지역농협의 인사교류에 대한 협의를 통해 결정된 정기인사교류이므로 노조활동을 방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제주지방법원의 이번 판결은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지역농협의 본인 동의 없는 전적은 무효임과 더불어, 노조탄압을 목적으로 한 전적은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과 함께 한림농협이 조직적인 노조파괴를 기획·실행했음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림농협은 법원의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노동조합과 피해 노동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노조활동 보장과 상식이 통하는 노사관계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림농협이 노조탄압을 목적으로 한 부당전적을 자행한 배경엔 농협중앙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한림농협 감사기관 중 접대·향응 수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동안 본인 동의 없는 부당전적을 남발한 지역농협인사업무협의회에는 농협중앙회 시지부장과 관내 조합장이 함께 참석하며, 협의회 간사는 농협중앙회 농정지원단장이 맡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본인 동의없는 부당전적 관행과 노조파괴 목적의 불법행위를 사실상 방조한 셈이다.

전국협동조합노조 제주지역본부는 “농협중앙회는 지금도 지도·감독 권한을 악용해 농·축협의 노사관계에 부당하게 개입·간섭하고, 농·축협 노사자치주의와 자주적 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농협중앙회는 농·축협 노사관계에 부당한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농협중앙회는 불법행위를 방조하고 지역본부와 업무가 중복돼 사실상 중앙회 관료의 자리 만들기에 불과한 시지부를 폐지하는 등 농협 구조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농협중앙회가 농·축협과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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