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톡의 노동자 마음건강
통통톡의 노동자 마음건강

투쟁 노동자들이나 활동가들에게 상담을 연계해 주기 위해 연락하다 보면, 가끔 기운이 빠지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상담이 누군가에 의해 이끌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마음만 앞선다. 주변에서 힘들어 보여 상담을 권했을 텐데, 언제나 ‘난 괜찮아요’라고 하는 그.

‘괜찮아요’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그 의미는 그만 알 수 있다. 듣는 사람은 추측해서 그 괜찮음의 정도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삶의 경험에서 드러나는 괜찮음에 관한 기준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견뎌야 하는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자신의 괜찮음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진다. 무엇이 괜찮은지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다. 괜찮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자신의 안 괜찮음을 외면한다. 해야 할 일들에 밀려, 우선 급한 일을 처리하다 보니 자신을 돌보는 것은 잊었다. 바쁜 일정 속에 괜찮지 않은 마음을 돌볼 여유가 없다. ‘괜찮아요’라는 최면이라도 걸어야 지낼 수 있는 사람들. 안 괜찮음이 몸으로 드러나야 알게 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뭘까?

그 ‘괜찮아요’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자신이 애쓰는 줄도 모르고 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냥 했다는 그, 자신을 살핀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그. 때로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는 그. 그들은 애쓰며 힘든 자신의 모습을 타인을 통해 본다. 자신을 돌보기보다 타인을 돌본다. 타인의 눈동자에 담긴 자신을 보았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삶은 우리에게 그런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자신의 행복을 먼저 챙기는 것은 사치라고 여긴다. 하지만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자기 안에 존재하는 그것을 잘 사용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 진실하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 언제나 곁에 있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안에 있는 것은 보지 않고 멀리 있거나 밖에 있는 것을 찾게 되면 가까이 있는 행복은 그 빛을 잃게 된다. 잠시 눈을 감고 지금-여기를 떠올릴 때 그 사람이 아닌, 그 문화가 아닌, 그 역할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해 마음을 내어주는 작은 틈. 그 틈과의 만남이 자신에게 가는 길이 될 것이다. 

‘기분이 우울하면 과거에 사는 것이고, 

불안하면 미래에 사는 것이며, 

마음이 평화롭다면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노자- 

’우리가 분노할 수 없고, 중독될 수 없고, 우울할 수 없고, 불안할 수 없다면, 

우리는 사랑도 할 수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분노와 우울과 불안을 허락할 수 있어야만 

사랑을 하는 힘이 생긴다.’ 

                   『마음 여섯 얼굴』 정신과 의사 김건종  

그 마음 길에서 만나는 분노, 우울, 불안 등을 허락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괜찮아야 하기에 허락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외부로 향해 문제가 발생한다. 감정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외부로 던져버리면서 온전히 그 감정을 느끼기 어렵다. 지금, 이 순간 충분히 경험하고, 있는 그대로 감정이 일어날 수 있도록 허락해 줘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적인 메시지에 집중해보자. 몸과 가까워질수록 자기 배려, 자기 자비가 생길 것이다. 

자기 배려, 자기 자비는 온전히 세상과 맞설 힘을 준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이다. 곁에서 함께 하는 것이다. 괜찮지 않을 수 있는 그 마음을 받아들이고,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다. 괜찮지 않으면 도움을 청할 수도 있고,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힘든 자신 곁에 쉴 수 있는 마음 한 자락 틈을 내어보자. 괜찮지 않은 자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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