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제연의 해보자 평등일터!
차제연의 해보자 평등일터!

지난 13일,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두 명의 성소수자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동성부부라는 이유로 공단으로부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당하여 소송을 진행 중인 김용민 소성욱 부부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부양을 받는 배우자, 직계 가족 등은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배우자에는 법률혼만이 아닌 사실혼 배우자도 포함된다. 국정감사에서 공단 이사장은 사실혼 배우자도 인정하는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피부양자가 직장가입자와 동거하고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혼 배우자도 포함한다”

이런 취지라면 김용민 소성욱 부부는 거부당할 이유가 없다. 두 사람은 이미 결혼식도 올리고 동거하며 생계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단은 이미 두 사람에 대해 피부양자를 인정했다가 취소했다. 두 사람의 성별이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일터에서 일하지만 누군가는 공공기관을 통해 관계를 인정받고 누군가는 배제당하는 상황. 이런 일은 비단 건강보험만이 아니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가 2019년 동성 파트너와 동거하는 34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의 차별경험을 묻는 질문에 ‘경조사 휴가, 비용 배제(51.3%)’, ‘가족수당 지급받지 못함(37.8%)’, ‘미혼을 이유로 한 승진, 배치 불이익(19.2%)’ 등 다양한 차별이 확인되었다. 

한편으로 이런 직장 내 차별은 동성커플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사실혼 역시 매우 한정적으로만 인정하는 법제도 속에서 비혼 동거커플 역시 마찬가지의 배제를 겪는다.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고용노동부는 가족돌봄휴가 사용을 장려하고 비용을 지원하지만 여기에 사실혼 배우자를 돌보는 경우도 해당하는지도 모호하다.

이처럼 가족을 둘러싼 차별은 일터에서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 모든 차별의 근저에는 혼인과 혈연을 통한 가족만이 바람직하다는 소위 ‘정상가족 신화’가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9월 23일 여성가족부는 정상가족의 개념을 삭제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현행 유지 의견을 냈다. 그러고 비판이 제기되자 설명자료를 내어 ‘소모적 논쟁이 아닌 실질적 지원에 방점을 두겠다’고 이야기했다. 

“관계를 인정받고 사회 속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사회 속에 받아들여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 생각한다” 앞서의 국정검사에서 김용민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 말처럼 엄연히 존재하는 관계를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밀어낼 때, 발생하는 해악은 단지 휴가일수, 복리후생, 건강보험료 등 혜택의 차원을 넘는다. 우리가 동등한 동료시민으로 인정되지 못한다는, 다른 동료들과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그로 인해 겪는 존엄의 손상이야말로 관계를 부정하는 데서 오는 가장 큰 해악이다. 소모적 논쟁이라고 치부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다행히 금속노조가 2021년 배우자 범위에 동성혼, 사실혼 관계를 포함하는 모범단체협약안을 만든 것처럼 일터에서 다양한 관계를 포함하는 논의들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소모적 논쟁을 만들고 있는 정부와 국회의 동참이 없는 한 근본적 변화까지는 아직 길이 멀다. 

성적지향과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이 함께 삭제되었던, 그래서 동성 가족을 비롯해 다양한 가족이 겪는 차별을 역설적으로 드러났던 2007년 누더기 차별금지법 사태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일터에서 모두가 자신의 관계를 인정받고 동료들과 진정으로 평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족X성적지향의 교차적 차별을 해결할 기본법으로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건강가정기본법 개정과 더불어 낡아빠진 정상가족 신화를 깨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 할 것이다. 그러니 다시금 외친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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