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접수대장 1번으로 ‘11월 전노대’ 집회 신고 했지만 후순위로 밀려
경찰, 접수 시간 01분→04분으로 바꿔 교부하며 “관례 때문” 집회 금지통고

‘민주노총 집회 금지 남발 경찰청(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19일 오후 1시 경찰청 정문 앞에서 열렸다. ⓒ 조연주 기자
‘민주노총 집회 금지 남발 경찰청(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19일 오후 1시 경찰청 정문 앞에서 열렸다. ⓒ 조연주 기자

경찰당국이 민주노총 집회신고 접수 순서를 임의적으로 조작해 민주노총의 집회를 불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지난 13일 0시, 가장 먼저 다음달 12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 집회신고를 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리면서 집회금지 통고를 받았다.

민주노총은 13일 자정, ‘11월 12일 전태일 열사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위해 종로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했다. 당일 경찰당국이 직접 작성한 집회신고 대장에는 13일 0시 1분에 1순위로 접수됐다고 기록됐다. 그러나 이후 작성된 집회 신고서는 13일 0시 4분으로 기록됐고, 후순위로 신고됐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집회 금지 남발 경찰청(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19일 오후 1시 경찰청 정문 앞에서 열린 가운데 이같이 밝혔다. 이는 공문서 위조이며, 접수 순서 바꿔치기로 불공정 행위이자 범죄행위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집행정지 가처분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제공
민주노총 제공

접수 당시 상황을 박지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가 전했다. 박 변호사는 “그날(13일) 밤, 경찰관은 현장에서 집회신고서의 접수 방식에 대해 모두에게 안내했고 위 안내에 따라 민주노총은 10월 13일에 가장 먼저 집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집회신고서 제출 직후, 옥외집회신고 대장에 접수 시간을 00시 01분으로 하고 동화면세점 및 원표공원 부근에 대해 집회 신고 사실을 기재했다. 신고서를 제출한 시점은 00시 00분, 대장에 기재할 당시의 시각을 기준으로 대장에는 00시 01분으로이었다. 이 과정은 모두 당직 경찰관 1명의 관리하에 이루어졌다.

가장 먼저 신고를 했으니, 옥외집회신고 대장에 기재된 민주노총 집회신고는 연번 1번이었고, 연번 1번 신고 위에는 집회신고에 대한 아무런 기재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접수 시간이 00시 04분으로 적힌 접수증을 받았다. 경찰은 금지통고서를 통해, 00시 01분과 00시 02분에 각 집회신고를 한 선순위 단체가 있다면서, 민주노총이 후순위 신고단체가 됐다며 금지통고를 내렸다. 민주노총 관계자에게 경찰은 “대기 접수 순차라는 관례가 있다”는 근거를 댔다.

13일 집회 신고당시 사진. 1번이 민주노총 집회신고서다. (제공 민주노총)
13일 집회 신고당시 사진. 1번이 민주노총 집회신고서다. (제공 민주노총)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8조 제3항에 따르면, 같은 장소, 같은 일시에 중복해 집회신고를 할 경우, 경찰은 후순위 신고단체에 대해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을 ‘제치고’ 해당 장소에서 집회 신고를 하게 된 단체는 보수 우파 단체다.

이를 두고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은 어떤 경위로 민주노총의 집회신고 시간이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민주노총은 현장에서 경찰관이 안내한 바에 따라 가장 먼저 집회신고서를 제출하였으며, 당직 경찰관을 옆에 두고 옥외집회신고 대장에 연번 1번으로 집회신고 내용을 기재하였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민주노총 집회를 선별해서 제한하고 규제하는 것은 정권의 눈치 보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권의 무능과 폭정에 대한 노동자, 시민의 분노와 항의를 두려워하며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자신의 권력 기반인 수구우파를 동원한 방탄집회를 활용해 이를 타개하려는 정권의 의도에 알아서 조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집회 금지 남발 경찰청(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19일 오후 1시 경찰청 정문 앞에서 열렸다. ⓒ 조연주 기자
‘민주노총 집회 금지 남발 경찰청(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19일 오후 1시 경찰청 정문 앞에서 열렸다. ⓒ 조연주 기자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경찰이 또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서만 금지 통고했다. 윤석열 정권 들어 벌써 5번째”라면서 “방역지침으로, 교통체증을 이유로, 이번에는 일명 ‘관례’라는 이름으로 민주노총의 집회만 금지한 것이다. 비상식적인 이유로 헌법적 권리이자, 법률이 명시한 집회의 권리를 금지 통고로 방해, 남발하고 있다”고 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중립적이어야 할 경찰서가 정권 눈치를 보며 헌법을 위반하고 그리고 공문서를 위조했다. 종로경찰서와 서울시는 집회 시위 자유를 막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고,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윤석열 정부의 공정은 오직 부자만을 위한 공정이고, 노동자에게는 정부와 경찰 스스로가 불법 행위를 불사하며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고 보탰다.

함재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제는 경찰이 하다하다 1자를 4자로 바꿔내는 마술을 부린다. 안녕과 질서를 유지해야 할 경찰의 본연의 업무는 어디가고 공문서 위조라는 질서를 파괴하는 이러한 행위까지 서슴없이 자행하는가”고 일갈하면서 “당신들의 입맛에 맞으면 자유이고 쓰면 통제인가. 민중은 당신들을 심판하는 심판자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말라”고 전했다.

민주노총이 다음달 12일 예정하고 있는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22년 전국노동자대회’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악을 저지하고 노조법 2, 3조 개정, 근로기준법 11조 개정 등 노동, 민생 개혁 입법 쟁취 등을 위한 집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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