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명분으로 무임금노동"
"노동자 권리 못 받는 실습생"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한 780시간의 실습이 교육과는 관계없는 '단순 노무'로 전락했다며, 자신들을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현장실습생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간호조무사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740시간의 이론수업을 수강하고 780시간의 실습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 780시간의 실습은 무보수 노동이며 실습으로 교육내용과 관련 없는 잔업을 도맡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특고노조)은 보도자료를 통해 간호조무사 현장실습생 실태와 법적 보호방안 연구발표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 발표회 자료에 따르면 실습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직장을 병행한다면 주말에만 실습하는 방식으로 이수할 수 있지만, 이수해야 할 시간이 길기 때문에, 평일에 근무하는 실습생들은 교통비와 식비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으며 실제로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교육을 위탁받은 의료기관들은 교육내용과 상관없이 병원 업무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업무를 지시를 받고 병원 내 부족한 인력을 현장실습생으로 메꾸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수시로 업무를 지시한다고 느꼈다고 대답한 실습생은 75.1%였고 단순반복업무로 느낀 실습생은 71.3%였다.
산부인과에서 실습했고, 현재는 피부과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익명의 실습 당사자는 “실습생들은 그 병원에서 배우려고 온 사람이 아니라 공짜로 심부름을 해주러 온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했던 허드렛일에 쫓겨 바쁜 와중에도 은행이나 우체국 등 개인적인 심부름을 해야 했고, 환자가 없을 때도 쉴 공간이나 의자를 마련해주지 않아 점심시간에는 카페나 사내 식당에서 쉴 수밖에 없었다”고도 전했다.
이에 특고노조는 현장실습생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등 노동자로 인정해야 하고 법과 제도로 실습생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고노조는 ‘2022년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한 2만 2,075명 가운데 합격한 1만 8,198명의 실습생은 무임금노동을 한 셈이고 중복응시를 감안해도 한해 최소 4만 명의 실습생이 5개월 동안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현장실습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익 규모는 2,858억 원(4만명)에 달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실습생의 61.7%가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등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간호조무사로 재직 중인 합격자들 또한 53.4%가 같은 응답을 보였다.
이에 대해서도 실습 당사자는 “간호조무사 준비를 하려고 원래 하던 일까지 그만두면서 공부했는데 그동안 돈도 못 벌면서 굴려지는 대로 굴려지는데 무언가를 배운다는 보람도 못 얻었다”고 전했다.
올해 9월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했다고 밝힌 임정은 특고노조 간호조무사분과장은 “실습 대부분이 비전문적이고 단순한 노무, 병원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일이 많았다” 말하며 “과도한 실습으로 어깨에 염증이 생겼고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받을 수 없었다”고도 밝혔다.
임정은 분과장은 “실습하는 동안 외래에서 환자 침대 이송을 할 때 머리 쪽은 간호사가, 다리 쪽은 실습생이 잡는데 방향을 잡고 속도 조절을 해야 했기에 힘이 많이 들어갔고 다른 실습생은 어깨에 염증이 나서 과를 바꿀 정도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임정은 분과장은 “만약 회사의 노동자였다면 산업재해로 보호조치 받을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실습이라고 해도 실습생은 함부로 다루는 게 당연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이런 실습생들의 문제를 하루빨리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