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임금동결 계약직 노동자에게 월 2만원도 더 못 준다는 더케이호텔
대표이사에게는 850만원 예산 전용해주면서 계약직 차별 일삼아
노동자가 요구한 2만원은 곧 존엄, 더케이호텔지부 당당한 투쟁 나서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가 8일 (화) 오전 11시, 한국교직원공제회 앞에서 무기계약직 노동자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가 8일 (화) 오전 11시, 한국교직원공제회 앞에서 무기계약직 노동자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포했다. 사측의 심각한 계약직 차별이 임금 인상 결렬과 노조 탄압으로 노골화된 탓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관광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하 공제회) 산하 더케이호텔도 어김없이 노동자들에게 경영난을 호소했다. 더케이호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회사의 경영난을 십분 이해해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고물가 고금리가 겹친 경제위기 시대, 동결된 임금으로는 생계를 꾸릴 수 없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월 2만원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교통비 1만원에 근속수당 1만원, 임금인상은 어렵더라도 정규직 호봉승급분 만이라도 반영해 달라는 요구였다. 이들이 요구한 인상액을 총합하면 연 약 400만원이다.

그런데 사측의 답은 완강한 거절이었다. 와중 공제회에서 파견된 대표이사의 임금은 매해 올랐다. 급기야 대표이사 임금을 올리려고 운영예산 850만원을 전용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계약직 노동자에게는 400만원도 허용할 수 없으면서 대표이사 한 명에게는 850만원을 흔쾌히 얹어준 것이다. 노사 중재에 나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마저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이에 분노한 더케이호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파업에 들어갔다.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 조합원들은 8일 오전 11시, 여의도 한국교직원공제회 앞에서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관광레저산업노조 조합원들이 대거 참석해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에 대한 연대의 뜻을 밝혔다.

최대근 관광레저산업노조 위원장이 더케이호텔 무기계약직노동자 파업 선포의 의의를 밝히고 있다.
최대근 관광레저산업노조 위원장이 더케이호텔 무기계약직노동자 파업 선포의 의의를 밝히고 있다.

최대근 관광레저산업노조 위원장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여는 발언에서 "오늘 이 회견은 가장 열악한 처우를 받던 노동자들이 나도 회사의 구성원이고 이 땅의 당당한 노동자라고 외치는 자리"라고 의의를 밝혔다. 최 위원장은 더케이호텔 사측의 무능 경영, 공제회 공적 기능 부재에서 기인한 피해를 계약직 노동자들이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감당해 왔음을 지적했다. 

또 공제회가 공공기관임에도 무기계약직 노조에 대해 악랄한 노조탄압을 자행하는 점, 더케이호텔서울 재개발에 대한 노동자 고용 대책이 전무한 점도 함께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지금은 대화가 아닌 투쟁할 때"라며 관광레저산업노조는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와 함께 공제회의 무기계약직 차별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포했다.

강영숙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장이 교섭 결렬 후 사측의 노조 흔들기 상황을 전하고 있다.
강영숙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장이 교섭 결렬 후 사측의 노조 흔들기 상황을 전하고 있다.

강영숙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장은 11월 4일 교섭 결렬 이후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다 합쳐봐야 연 400만원을 계약직 노동자에게 쓸 수 없다는 사측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위원들마저 당황했다"는 것이다. 사측은 조정위원과의 전화통화에서마저 감정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노사 대화가 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확해지며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는 쟁의권을 획득했다.

그런데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 조합원들이 파업에 들어가는 오늘 8일, 갑자기 관리자들이 조합원 한 명 한 명을 찾아왔다. "이거(파업) 무노동 무임금인 거 알고 계시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라는 비꼬기부터 "사측은 언제나 소통의 문을 열어 두고 있다"는 위선적인 설득까지 다양한 탄압이 벌어졌다. 강 지부장은 관리자들의 행태를 '노조 흔들기'라고 딱 잘라 정의했다. 교섭은 결렬시키고 노동자 개개인을 흔드는 시도가 계약직 노동자에게 더욱 모멸감을 준다는 게 강 지부장의 입장이다. 

강 지부장은 "(계약직 노동자인)우리도 인생 경험, 사고력 판단력은 정규직과 같다, 계약직이라고 최하가 아니다"라며 계약직 노동자를 공공연히 차별하는 공제회를 규탄했다. 아울러 계약직 노동자의 2만원 임금 인상 요구는 노동자로서의 존엄을 건 요구라고 강조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고작 400만원 예산이지만, 사측이 탄압한 순간 그 400만원은 우리의 자존심이 되었다"며 계약직 노동자를 더케이호텔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이상영 더케이호텔서울지부장이 더케이호텔 사측의 다양한 노조 탄압을 고발하고 있다.
이상영 더케이호텔서울지부장이 더케이호텔 사측의 다양한 노조 탄압을 고발하고 있다.

이상영 더케이호텔서울지부장은 3년간 점점 더 불성실해진 사측 교섭태도를 비판했다. "노동자 임금인상은 못 하겠다면서 대표이사 연봉은 예산 전용해 인상 시키는 더케이호텔은 직원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부장은 "공공기관인 공제회가 승진 명단에서 노조 조합원은 전원 배제한 사실"도 고발했다. 공제회가 노조 탄압을 멈추고 교섭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재삼 당부하며 발언을 마쳤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이 민주노총은 더케이호텔의 조합원 탄압을 묵과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이 민주노총은 더케이호텔의 조합원 탄압을 묵과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연대 발언을 통해 더케이호텔 무기계약직 차별 사태를 민주노총이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 본부장은 "서울시청 앞 공동 투쟁 현장에도 더케이호텔 정규직 노조가 와 재개발에 따른 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목격한 상황을 전했다. 더케이호텔 사측의 무기계약직 노동자 차별이 마침내 정규직 노동자 고용 불안으로까지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부조리한 경영이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데도 사측은 공제회에서 파견된 대표이사만 두둔하고 있다"며 더케이호텔 사측과 공제회를 함께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와 함께 투쟁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공제회 측에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공문 발송, 면담을 요청해 사태를 수습하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공제회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도록 사태를 더 키우지 말라"며, 민주노총은 조합원에 대한 사측의 무자비한 행태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 조합원이 기자회견문의 요구사항을 낭독하고 있다.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 조합원이 기자회견문의 요구사항을 낭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 조합원 셋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기자회견문에는 더케이호텔 무기계약직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이 담겼다. 요구 사항은 크게 ▲노조탄압 중단, 지부와의 성실한 대화 ▲무기계약직 노조 차별 즉각 중단 ▲무기계약직 노동자 차별 즉각 중단 ▲김상곤 이사장 노사갈등 해결에 나설 것으로 나뉜다. 

"늘 해오던 대로 억압하다 계약직 노동자가 노조 만드니 그렇게 아니꼬운가, 지금은 21세기고 대한민국은 신분제 사회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다" 기자회견문 말미에 들어간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 무기계약직 노조의 일침이다.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와 관광레저산업노조는 사측의 시대착오적 계약직 차별이 멈출 때까지 파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담은 피켓을 들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담은 피켓을 들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담은 피켓을 들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담은 피켓을 들고 있다.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가 기자회견 전 공제회 앞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더케이호텔앤리조트지부가 기자회견 전 공제회 앞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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