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제연의 해보자 평등일터!
차제연의 해보자 평등일터!

지난 11월 8일, 전국 692개 노동인권시민종교계 단체들이 모여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이 발족했다. 전국행동에는 여성계로 분류되는 단체뿐 아니라 각 영역을 총망라하는 다양한 단위들이 함께 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그 중 하나이다. 

여가부폐지 반대에 여러 범시민사회가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이것이 현재 한국사회의 구조적 차별과 맞서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차별은 없다는 초유의 발상은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로 이어지더니 결국은 정부조직개편안으로 발의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폐지 흐름을 막아서겠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구조적 차별은 없다는 신념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 단 6개월만에 단행하고 있는 여성정책 독립부처의 폐지, 교과과정에서 성소수자는 삭제하고 노동자 용어는 다시 근로자로 회귀하는 등의 행보는 모두 윤정부의 차별관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그러하다. 그자의 신념이 얼마나 확고한 것인지 취임 6개월만에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기에 우리는 구조적 차별의 전선이 된 여가부폐지 국면에 함께 맞선다.

한동안은 이 무지한 정권에 맞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아서는 것이 전국행동의 주된 활동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회를 움직여서 무언가를 하도록 만들거나 무언가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은 나타나는 간결한 성과와는 다르게 수많은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더 중요한 목표는 전국행동의 명칭 중 ‘성평등 정책 강화’라는 이름이다. 여성가족부는 이미 소명을 다했다거나, 독립부처가 아닌 예산이 100배쯤 많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본부로 들어가는 것은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이 많아진다는, 그래서 결국 여성정책을 전담하는 독립부처를 폐지시킨다는 어처구니 없는 정부의 방향으로 인해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정부부처의 유지를 위한 투쟁을 시작하였지만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이 거기에 그치지는 않는다. 성평등부처로써 여성가족부에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부처로 나아가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매우 많으나 두 가지는 필수적이다.

최우선은 여성가족부의 평등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다. 포괄적 성교육 수립과 지원, 법적인 의미의 가족을 넘어서 이미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의 지원을 위해 가장 앞장서야하는 정부부처이다. 한부모 가족 지원이나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등이 있지만 여전히 비혼가구, 성소수자 부부와 가족 등은 사회제도 바깥에 존재한다. 제대로 된 성교육이나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혐오발언에도 쉽게 굴복한다. 다문화가족정책의 담당부처이지만 이주여성 대책 등에 있어서 비판이 꾸준히 있어 왔다. 당장 지난 해에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선주민 여성과 이주민 여성 사이의 직제와 임금 차별 문제로 이주여성들이 여성가족부에 직접 항의행동을 이어나가기도 하였다. 여성 정책 전담부처에도 젠더감수성뿐 아니라 다양한 인권감수성이 고루 갖춰져야하는 이유이다. 성평등 단순한 생물학적 남녀평등으로만 접근하기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가 분리할 수 없이 엮여 있다. 

두 번째는 행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예산의 확대다. 그것도 대폭 증액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여가부 예산의 7프로 정도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및 성평등 문화 조성에 배정. 다른 국가의 성평등기구 운영을 살펴보면 중요하게 차지하는 것은 바로 여성의 경제활동과 관련한 정책과 예산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여성가족부는 그러한 정책도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 대다수를 차지하는 예산은 불필요하거나 삭감해야하는 것인가하면 그렇지 않다. 지원이 필요한 가족, 청소년, 폭력피해자 지원 사업 등 언뜻 다른 부처가 할 수 있는 지원사업같아 보이지만 다른 부처의 시각에서 발굴하기 어려운 지원들이 많기에 그 역할을 축소하기 어렵다. 결국 전체 나라살림의 0.18%만 배정받는 초미니부처 여성가족부의 예산을 여타 정부부처 수준으로 대폭 증액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근 직장갑질119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 4명 중 1명은 직장에서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가해자는 68.4%가 상급자 혹은 임원. 피해자의 63.1%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하였고 37.8%는 직장을 떠났다. 성별임금격차는 최하위권을 벗어난 본 적이 없다. 일터는 평등하고 안전해야 한다. 직장갑질119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남성 노동자의 10%도 성폭력을 경험한다고 응답하였다. 지난 한 주동안에도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죽어갔다. 성별임금격차가 극심한 한국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극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월160만원까지 격차가 벌어졌고 이 격차는 역대 최대규모라 한다. 일터의 평등도 안전도 어느 한 요소만으로 도달할 수 없다. 모든 것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정부의 횡포에 맞서는 것이 노동의 문제이기도 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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