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9일 공안당국이 말기 암 투병 중이던 강은주 전(前)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의 자택을 침탈하고 16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을 강행한 사실이 알려져 도민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제주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정권의 공안탄압에 대한 공동대응에 나섰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본부장 임기환)를 비롯한 32개 제주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2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공안탄압 저지 및 민주수호 제주대책위’(이하 제주대책위) 발족을 공식화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와 공안탄압 저지·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부순정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규탄발언을 통해 “지난 11월 9일 말기암으로 1년 넘게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강은주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의 자택이 국정원과 경찰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지 오늘로 14일째가 되었다”며 “제주에서 국가보안법 망령이 다시금 시민을 희생양으로 삼아 사회적 참사를 ‘공안 정국’ 조성으로 덮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부순정 공동운영위원장은 이어 “국정원과 경찰에 의해 자택이 침탈당하면서 언제 끝날지도 모른 채 새벽녘까지 이어진 압수수색을 견뎌내야 했던 그 고통의 시간들을 생각해본다”면서 “우리의 동료 시민이 뻔뻔하고 무능하고 패륜적인 윤석열정권의 공안 조작 희생양이 되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신 제주여민회 공동대표는 “공안당국이 말기 암 환자의 자택을 급습하여 16시간 동안 잔인한 압수수색을 자행했다. 혐의는 국가보안법 위반이었다”며 “국가보안법이 오늘날까지도 우리 국민들의 인권을 잔혹하게 탄압하는 도구로 쓰이는 것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이양신 공동대표는 “오늘 우리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되는 일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더 이상 이런 악법을 근거로 시민들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문은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대표가 낭독했다.

제주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권 책임론을 무마하기 위해 국정원이 민간인을 사찰한 것이 밝혀졌다. ‘참사’를 막지 못한 정권이 사후에 정권 책임 모면용 사건을 만드는 모습은 박근혜정권의 데자뷰”라며 “말기 암 환자의 건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반인륜적 압수수색 행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대책위는 이어 “케케묵은 색깔론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다. 국민은 이미 세월호 참사를 통해 정권 위기 탈출용으로 만들어진 사건을 경험했다”면서 “참사 책임을 모면하고 범국민적 촛불항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윤석열정권이 벌인 행태를 국민들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제주대책위는 또 “상식과 인권,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추구해야 할 이 때 사문화된 악법 중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저질러진 만행은 명백한 인권유린이자 반민주적 국가폭력”이라며 “오늘 함께하는 32개 제주지역 진보정당, 시민단체들은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인 12월 10일에 국가보안법 폐지, 윤석열정권 공안탄압 저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공동입장을 담아 ‘제주도민 시국선언’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대책위에는 ▶6.15남측위 제주본부 ▶강정마을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강정친구들 ▶강정평화네트워크 ▶노동당 제주도당 ▶민주노동자 전국회의 제주지부 ▶비무장평화의 섬 제주를 만드는 사람들 ▶서귀포시민연대 서귀포여성회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전국농민회총연맹제주도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제주지역본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제주도연합 ▶정의당제주도당 ▶제주녹색당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제주대학교민주동문회 ▶제주민예총 ▶제주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제주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여민회 ▶제주여성회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통일청년회 ▶제주평화나비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제주풀무질 ▶제주환경운동연합 ▶진보당제주도당 ▶평등노동자회제주위원회 등 32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