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최안 금속노조 거통고지회장, 인권의날 기념식서 인권선언문 낭독 거부

유최안 부지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제74주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인권선언문을 낭독 취소를 선언했다. 
유최안 부지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제74주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인권선언문을 낭독 취소를 선언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권 유린을 많이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명의로 수여되는 인권위상은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인권의날 행사에서 인권선언문을 낭독하기로 예정하고 있었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통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그래서 12월 10일 세계인권의날을 하루 앞둔 날, 행사 무대에 올라 선언문 낭독 대신 사람답게 살고싶다고 외쳤다. 

유최안 부지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제74주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인권선언문 낭독 취소를 선언하고, 그 공백을 사람답게 살고싶은 이들을 호명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는 지난 여름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의 임금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자신을 스스로 가로세로높이 1미터(=약 0.3평)의 케이지에 스스로를 가두면서, 비정규 하청노동자의 삶을 폭로했던 인물이다.

유 부지회장은 현재 노조법2·3조 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열흘째 단식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그는 ‘노조법2·3조 직접피해자’로서 단식 등을 통한 개정투쟁에 함께 하고 있다.

낭독에 앞서 ‘인간답게 살고 싶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오늘 인권선언문 23조를 읽기로 했으나, 오늘 행사의 취지가 저와 맞지 않아 이 말을 하고 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죽어가는데 기념식이 웬말이고, 화물노동자를 탄압하는 현실에서 대통령상이 웬말이냐는 항의가 덧붙여졌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인권은 20층 높이의 빌딩 위에 자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며 인권은 사람답게 살아보자라고 외쳤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졸린 눈을 비비며 모두가 잠든 밤을 달리는 화물노동자들, 오늘도 지하에서 햇빛 한번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 병들고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지도 보호 받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 그리고 거리에서 인권을 지키려 곡기를 끊고 싸우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인권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보편적 가치여야 한다고 유 부지회장은 말했다.

더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제일 인권 유린을 많이 하는 사람이 주는 상을 이자리에서 시상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현재 한국사회 인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개인적 권리를 넘어 사회적 권리 속에서 보호돼야 할 인권이 이렇게 희화화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참담함을 느끼고 74년 동안 인권이 보편적 가치를 가진 권리가 되게 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오늘도 인간으로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저항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오늘을 기념하고 싶다”고 했다.

당초 유최안 부지회장이 인권선언문을 낭독하기로 했으나, 지회는 현장에서 인권위 상이 대통령상이라는 것을 알고 지회장 제안으로 선언문 낭독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이 입장문을 현장에서 작성해 낭독하고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최안 부지회장 ⓒ 변백선 기자
유최안 부지회장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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