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제연의 해보자 평등일터!
차제연의 해보자 평등일터!

2022년 올해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3월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6월에는 지방선거를 치렀습니다. 20대 대통령선거에서 0.7퍼센트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정권을 내주게 되었습니다.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소명이 이제는 다했다면서 정부 부처를 폐지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을 처벌하고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자고 했지만, 누군가는 또 소중한 목숨을 내주어야만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티커가 무작위로 포함된 빵을 사기 위해 편의점을 수소문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빵은 제빵 노동자들의 땀이 아니라 피로 만든 빵이었습니다. 먹을 수도, 구매할 수도 없다며 소비하지 않는 행동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사실, 2022년 5월에는 드디어 평등의 봄이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연초부터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포함한 전국의 인권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숨 가쁘게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평등버스는 전국을 돌아다녔고, 14년 동안 미뤄진 국회의 대답을 듣기 위해 두 명의 활동가가 부산부터 여의도 국회 앞까지 도보 행진을 했습니다. 아무런 대답이 없자 결국 곡기를 끊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14년 전의 질문도, 2022년 현재의 질문도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물음입니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이에 대한 확실하고 명쾌한 대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절망스럽습니다. 

국민이 국회에 던진 그 단순한 질문에 대해 언제 답변을 들을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이제는 단순한 궁금함을 넘어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과 예산은 의석수로 밀어붙이고 몸싸움하면서까지 만들어내더군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이렇게까지 못 할 이유는 있습니까. 국회에 던진 그 단순한 질문은 ‘이제 정말 차별을 그만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서 모두가 더 평등한 사회로 나갈 수 있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2022년 5월 9일까지 ‘또’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2022년 12월의 어느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안건으로 ‘또’ 상정되지 못하고 질문만 하는 자리였으며, ‘또’ 법안심사의 우선순위에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기에 저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봅니다. 올해도 또 차별받았는데 내년이라고 달라지는 게 있겠냐고 말입니다. 이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에 이젠 자괴감이 듭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조금 더 나은 세상이 오길 바라는 것이 가장 소박한 소원이지 않을까요? 매년 같은 소원이지만, 2023년은 ‘정말’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차별을 그만하고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누군가의 작은 소원이 정말 이루어져서 한 사람의 목숨마저 지켜주는 나라가 정말 ‘나라다운 나라’이지 않을까요.

사회는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말은 사회 교과서나 유행가의 후렴구처럼 조금 가벼워 보입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뱉은 이 말 한마디에는 정말 모든 것이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변화 가능성뿐만 아니라 변화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행동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공감대 확인을 넘어 법 제정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불평등한 사회를 평등한 사회로 만들겠다는 것, 싫어하는 대한민국 국민 혹은 세계 시민들이 있을까요.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차별이 가득한 2022년도 버텨주고 함께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따뜻하게 전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2023년에도 변함없이 함께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매우 바쁘다는 사자성어인 ‘공사다망(公私多忙)’을 요즈음에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공사(公事)가 다 망했다’라는 농담으로 의미가 바뀐 것인데요, 며칠 남지 않은 2023년에는 이러한 농담과 ‘또’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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