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톡의 노동자 마음건강
통통톡의 노동자 마음건강

이 주제로 강연을 해 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습니다. 마음의 상처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활동가가 주변에 있는데 도움을 줄 방법을 알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 활동가들은 주로 어떤 상처를 마주하게 될까요? 활동가가 아닌 분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궁금하시죠?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이미 많이들 해보았을 터이니 여기서 굳이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이 글에서는 여러분들이 내린 처방과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 빠지거나 과소평가 된 것 하나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정표현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는 세대에 따라 감정표현에 대한 태도가 다른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모든 세대가 감정이 드러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라고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이나 정도는 개인차가 큽니다. 감정은 스스로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거쳐서 밖으로 드러납니다. 이 과정을 삶의 매 순간에서 건강하게 만나며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바쁘게 쫓기는 현실에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감정을 다루는 방법은 견딜 수 있을 만큼 견디며 삭이는 것이고, 견디기 힘든 순간에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답답함은 ‘어떻게’의 영역입니다. 올라오는 감정을 알아차리려면 자신의 마음 혹은 감정에 충분히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일을 쳐내다 보면 그럴 여유조차 없다는 것 잘 압니다. 그래도 감정이나 마음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걸 자꾸 미루면 밀린 숙제를 해야 할 시간이 찾아옵니다. 그때가 되면 벼락치기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번 정도는 결론을 내리고 가야 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자신의 마음이나 감정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매기는 인생의 성적표에 평안하게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감정을 인정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만나기 싫은 감정을 인정하는 조금 어려운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만나기 싫은 감정을 기분 좋게 만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만나면서 그 감정이 내 삶을 얼마나 피곤하게 하는지, 얼마나 곤란하게 하는지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기는 너무 아깝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찬찬히’입니다. 감정에 빠지지 않을 만큼 거리를 두고 힘든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습관이 되기 전까지는 낯설고 재미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변에 이런 걸 잘하는 사람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도움을 청해 보기 바랍니다. 같이하면 한결 쉽기도 하고 좀 특별한 친구를 사귈 수도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용기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자제력과 기술도 함께해야 합니다. 표현하겠다는 용기와 함께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힘을 실어야 합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함부로 힘을 쓸 때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감정표현을 하지 않은 세월을 오래 산 사람은 감정이 ‘쌓여’있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감정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감정표현을 시작하면 어렵게 용기를 냈지만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은 내가 평범한(혹은 평균적인) 사람으로 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건 들어서 알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운동이나 음식 조절하고 비슷합니다. 관심이 커지면서 차차 나아지고 있고 성공하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으며 점차 더 나아질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의견을 물어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보기 바랍니다. 분명한 것은 ‘감정표현을 하지 않고 마음이 건강해지길 바라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건강하게 타고났더라도 관리(운동)를 하지 않으면 건강하게 살기 어렵습니다. 

치유의 시작은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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