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과반수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은 무효
MB 정부의 ‘노조파괴 공작’은 불법행위 : 대한민국의 국가배상 책임 확인

 ※ 답답한 노동 현실을 풀어가려면 문제의 원인을 알고 해독할 방법도 찾아야 합니다. 노동법률 디톡스가 해독제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스물여섯 번째 디톡스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의 불법파견 관련 판결과 방송 작가의 근로자성 관련 중노위 판정을 살펴보고 풀어드립니다.

노동법률 디톡스 30호
노동법률 디톡스 30호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과반수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은 무효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1. 25. 선고 2019가합562713(본소), 2022가합518235(반소), 2022가합533524(반소) 판결 >

이 사건 회사(피고)는 2017년 1~2월 경 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② 자녀학자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기로 하고, 이에 관한 동의서를 회람하여 노동자들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성과연봉제 도입 및 자녀학자보조금 제도 폐지에 관해 과반수 이상이 동의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급여규정 등을 개정·시행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위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과정에서 ① 노동자들에게 변경 내용이 충분히 주지되거나 설명되지 않았고, ② 회의 방식에 의한 노동자들의 찬반의견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③ 노동자들의 동의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부당한 개입과 간섭이 있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정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집단적 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지급받았을 임금 차액, 원고들이 지급받지 못한 자녀학자보조금 상당액 등의 지급을 청구하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유효하려면 ‘회의 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① 먼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져야 하고, ② 전체 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이 회의를 통하여 찬반 의견의 자유로운 교환이 이루어지고 집단 의사가 형성되어야 하며, ③ 그 과정에 사용자 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없을 것이 요구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과정에서는, ① 변경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② 직원들 사이의 토론이나 의견교환이 이루어지는 자리가 마련되지도 않았으며, ③ 특히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하여 사용자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에 의해 ‘부동의’ 의견을 ‘동의’로 번복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취업규칙 변경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거나, 노동자들 사이의 토론이나 의견교환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동의서를 회람하는 방식으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집단 의사 형성’을 위해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었다고 볼 수 없거나,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찬반 의견 교환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거나,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당초 의사를 철회하거나 변경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효력을 다투어볼 수 있습니다. 관련 사항은 민주노총 법률원에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유효 요건

 

MB 정부의 ‘노조파괴 공작’은 불법행위 : 대한민국의 국가배상 책임이 확인되었습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8. 선고 2018가합543661 판결 >

MB 정부 시절, 국정원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진 이른바 ‘노조파괴 공작’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2. 12. 8. 대한민국의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민주노총에게 1억원, 전교조에게 7천만원, 공무원노조에게 5천만원, 금속노조에게 3천만원, 서울교통공사노조에게 1천만원, 구 KT 노조 조합원 출신이자, KT의 해고자인 조태욱씨에게 1백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18년 6월 MB정부 노조파괴 공작 국가배상청구 소송 기자회견
18년 6월 MB정부 노조파괴 공작 국가배상청구 소송 기자회견

MB 정부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민주노총, 전교조, 전국공무원노조를 이른바 ‘3대 종북좌파 세력’으로 분류한뒤, 민주노총과 모든 하부조직(산별노조 및 지부, 지회 등)에 대해 지속적인 와해 공작을 실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은 청와대, 고용노동부 등 유관기관과 협업하여 노동조합 와해 공작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판결문을 통해 인정된 주된 불법행위의 내용은 ▲ 국정원이 MB 정부 당시 KT 노조 등 민주노총 산하 21개 하부조직의 탈퇴를 유도한 점 ▲ 민주노총 등이 주도하는 각종 집회, 신규 노동조합 조직 등 각종 조합활동을 방해하고, 민주노총에 대해 비난의 여론을 조성하는 등 소위 ‘여론전’을 실시한 점 ▲ 보수단체에게 금전을 교부하는 등 관변 집회를 사주하며 전교조에게 비난의 여론을 조성한 점 ▲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과 관련된 ‘2차 시정명령’에 국정원이 개입한 점 ▲ 공무원노조의 설립(통합) 과정을 방해하고, 전교조와 마찬가지로 비난의 여론을 조성한 점 ▲ 금속노조 산하 주요 조직의 탈퇴에 관여하고, 조합활동과 쟁의행위를 방해한 점 ▲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과정에 개입하고, 그 이후 각종 조합활동 및 쟁의행위를 방해한 점 등 이었습니다. 

1심 서울중앙지법은 위와 같은 일련의 노조 파괴 공작의 내용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일탈한 불법행위는 구성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이는 국가가 주도한 ‘부당노동행위’와 유사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특히 국가가 부담하는 헌법상 단결권 보호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성이 상당하다고 평가하였습니다. 당시 원고들은 대한민국의 노조 파괴 공작으로 인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활동을 제한받은 상황이며, 노동조합이 입은 단결권 침해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 상당하다고 평가하며 주문과 같은 위자료의 지급 의무를 선언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국가에 의해 주도된 ‘노조파괴 공작’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명백히 선언한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번 국가배상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MB 정부 당시 국정원 주요 간부들(원세훈 등)에 대한 형사 재판 기록을 확보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정원이 작성한 각종 문건을 확인하여 과거 정부의 노조파괴 공작의 실체를 분명히 밝힐 수 있었던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었습니다. 법원이 강조한 바와 같이 국가는 노동조합을 적으로 삼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노동조합의 단결권 행사를 보장할 헌법상의 책무를 부담합니다. 현 정부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의 단결권 보호 의무를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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