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지난 11월 1일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5만명의 시민이 국민청원에 참여하면서 청원이 성사되었다. 청원과 더불어 올해 안에 반드시 개정하겠다는 각오로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단식농성이 28일째에 접어들었다. 일명 노란봉투법, 진짜사장책임법으로도 불리는 2,3조가 도대체 뭐길래 목숨까지 걸고 싸우는 걸까.

노동자에게는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3권이 있다.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고(단결권), 사장과 교섭을 하고(단체교섭권), 말로 해도 안되면 파업 등을 할 수 있는(단체행동권) 권리다. 하지만 현재 노조법으로는 노동3권의 온전한 보장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고, 점점 그 숫자는 증가하고 있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원하청구조, 특수고용노동, 플랫폼노동이 등장하는 등 고용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노조법은 그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법으로는 이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지도 못하기도하고, 진짜 사장을 만날 수 조차 없고, 혹여나 쟁의행위라도 하게되면 회사는 천문학적 금액의 손해배상을 노동자 개인에게 청구하고 재산을 가압류한다. 배달호, 김주익 열사들이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막으려했지만 지금까지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어느정도인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2013년 한 회사는 조합원이 생산라인에서 구호를 외쳐 265분동안 라인이 중단돼 손해를 입었다며 조합원 2명에게 1억 1백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2015년 한 회사 역시 쟁의행위로 생산라인이 중단돼 손해를 입었다며 조합원 2명에게 5억원을 청구했다. 작년에는 점심시간에 노조가 1시간동안 노동가요를 틀었는데 법상 소음기준을 초과했다며 노조 대표를 대상으로 8240만을 청구했고, 지난 7월에 기고했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에게는 470억원을 청구했다. 월 260만원정도 받는 노동자에게 말이다. 시민단체 ‘손잡고’에 의하면 1988년부터 올해 5월까지 법원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청구한 손해배상액을 합하면 총 316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1인당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까지 이른다.

그래서 노조법을 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내용을 간단하게만 설명하면 노조법 제2조 제1호와 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현재 변화된 고용형태를 반영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 노조법 제3조에서 제한하고 있는 손해배상청구의 대상행위를 넓히고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다. 개정의 필요성이 당연해보이고 진작에 개정되었어야함에도 아직까지 환노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강성노조보호법이다,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라는 주장들도 있지만 이는 법개정의 취지와 구체적인 내용은 감추고 국민들을 호도하기 위한 악의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법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여론이 더 많아지자 경총은 법개정 반대의견이 더 많이 나오도록 여론조사까지 조작을 하고 있다. 보통 회사가 싫어하는 건 노동자에게는 좋은 것이기 마련. 이렇게 반대하는 걸 보면 노동자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 아니겠는가.

일을 하고 월급을 받으며 살아감에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들로부터 배제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하위법으로 제한하며 부정하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정부가 얘기하는 공정과 상식이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전국 노동조합 조직률은 14.2%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손배가압류와 같은 노조 죽이는 제도들이 한 몫하고 있다. 조직률이 70~80%에 달하는 북유럽국가들은 노동조합이 산업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합의는 고사하고 노동개혁을 한다면서 노조회계 공시 시스템을 만든다는 등 노조때리기에 열올리고 있다. 노동조합의 순기능과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일하는 노동자 모두가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바뀌어나가야한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그 변화의 시작이자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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