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건설노조 가입하며 사상 첫 노동조합 결성
1월 16~18일, 2박 3일 건설노조 전국 방송차 지원 투쟁

“도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가정과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기노동자들입니다.”

한겨울 찬바람이 몰아치는 제주도 거리에 선전 방송이 쉴새없이 울려 퍼졌다. 그 주인공은 22,900볼트의 전선을 설치, 유지 및 보수하는 배전노동자들이었다. 한국전력공사의 협력업체 소속인 제주지역 배전노동자들은 지난 2022년 12월, 사상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임금 및 단체협약 쟁취 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제주지부(지부장 이세연)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배전노동자들은 육지의 노동자들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임금은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이에 한전의 공사를 수주받는 협력업체와 7차례에 걸쳐 임단협 교섭이 열렸지만, 사측에서는 사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만 반복할 뿐이었다. 지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수의계약을 봐도 제주지역 업체들도 육지와 똑같은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발주처이자 실질적인 관리 및 감독을 하는 한전 측은 뒷짐만 지고 있다. 한전의 무관심 속에 배전노동자들의 몫이 되어야 할 임금은 협력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교섭이 지지부진해지자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석원희)는 제주지역 배전노동자들의 임단협 투쟁을 지원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했다. 지난 1월 16일부터 2박 3일 동안 전국의 건설노조 동지들이 방송차 20여 대와 함께 제주도를 방문, 연대투쟁을 진행한 것이다.

16일, 한국전력 제주본부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박 3일 투쟁의 막이 올랐다. 이 자리에서 이세연 건설노조 제주지부 지부장은 “왜 제주에 있는 배전노동자들이 제일 적은 임금을 받아야 하나. 한전 직원들이 제주도 오면 봉급 절반만 받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한전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기 노동자 동지들이 임단협 쟁취할 때까지 제주지부가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라며 투쟁의 결의를 밝혔다.

이세연 건설노조 제주지부 지부장
이세연 건설노조 제주지부 지부장

이후 3일에 걸쳐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시내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협력업체 앞에서 투쟁을 벌여냈다. 그리고 이틀째인 17일, 다시 한전 제주본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투쟁의 결의를 되새겼다. 이 자리에서 이번 투쟁을 조직한 석원희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은 “한전이 적자 공기업이 된 이유는 모든 업무를 외주화하고, 협력업체에 수십조를 털어넣는 방만한 경영 탓”이라 짚었다. 그러면서 “제주도에 고립돼 있는 노동자라고 인건비가 차이나서는 안 된다”라면서 “한전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인건비가 실제로 일하는 우리 노동자들에게 전달돼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달려와 주신 조합원 동지들께 제주지부 전기노동자 모두의 마음을 담아서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린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이신협 제주지부 전기분과장이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제주도 배전노동자들은 일한 만큼 대접받기 위해 건설노조 제주지부 전기분과를 결성했다”라며 노동조합 가입의 이유를 밝힌 이신협 분과장은 “우리가 가는 길에 장밋빛 미래만 있지는 않을 것이지만, 똘똘 뭉쳐서 죽기 살기로 투쟁한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드시 임단협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하겠다는 결의를 밝히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석원희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부위원장 겸임)
석원희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부위원장 겸임)
이신협 건설노조 제주지부 전기분과장
이신협 건설노조 제주지부 전기분과장

한편 제주지역 배전노동자들은 2022년 12월 31일 자로 근로계약이 만료된 상황이다. 2년에 한 번씩 협력업체들이 한전과 계약을 맺고, 그 이후 노동자들을 새로 채용하거나 재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이에 제주지부 전기분과는 지난 1월 2일부터 취업하지 않은 채 임단협 쟁취를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건설노조는 제주지역 배전노동자들의 사상 첫 임단협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할 때까지 함께 투쟁해나갈 계획이다.

1월 16일, 한국전력 제주본부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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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 한국전력 제주본부 앞에서 진행된 '제주 배전노동자 23년 임단협 승리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공동투쟁 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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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 한국전력 서귀포지사 앞 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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