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로 보낸 요구서, 답변은 행안부"
"2차 가해 조치 한다면서, 현장은 그대로"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분향소에서 진행된 희생자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는 159배. ⓒ 김준 기자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분향소에서 진행된 희생자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는 159배. ⓒ 김준 기자

추운 날씨로 땀은 나지 않았다. 다만 흐르는 건 눈물이었다. 159배, 절 한 번은 한 사람을 기리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유가족은 잠시 슬퍼할 겨를없이 서둘러 다음 고인의 안식을 위한 절을 했다. 못내 아쉬움이 중간중간 흐느끼는 소리로 터져 나왔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31일, 집중추모주간 2일 차 일정으로 희생자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는 159배를 진행했다.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분향소에서 진행된 희생자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는 159배. ⓒ 김준 기자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분향소에서 진행된 희생자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는 159배. ⓒ 김준 기자

이들은 본 추모행사 전에 작년 12월, 49일 시민추모제 당시 유가족이 대통령실에 전달한 6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대통령실 입장이 아닌, 행정안전부의 ‘민원처리공문’을 받았다며 이 성의 없는 답변에 대해 입장을 밝힌다고 전했다.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입장문을 읽기에 앞서 헌법 34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먼저 읊었다.

이종철 대표는 “6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한 뒤, 대통령실의 진지한 입장표명을 기대했지만, 대통령비서실은 이에 대한 답변 대신 행정안전부로 이송시켰고 9일경 ‘민원 처리 안내’라는 성의 없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 희생자 사진을 어루만지는 유가족. ⓒ 김준 기자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 희생자 사진을 어루만지는 유가족. ⓒ 김준 기자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대표가 고인이 생전 노래 부르던 영상을 보고 있다. ⓒ 김준 기자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대표가 고인이 생전 노래 부르던 영상을 보고 있다. ⓒ 김준 기자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 희생자 사진을 끌어안고 있는 유가족. ⓒ 김준 기자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 희생자 사진을 끌어안고 있는 유가족. ⓒ 김준 기자

이 안내서에는 앞으로 ‘앞으로 이런 불행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근원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과, ‘2차 가해에 대해서는 경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기관에서 수사, 게시글 모니터링,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에도 혐오 발언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시체팔이 하지 마라”, “슬픔을 강요하지 마라” 등의 혐오 발언이 이어졌고. 2차 가해를 상징하는 현수막도 버젓이 달려있었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 뒤에서 유가족은 “다치지 않게 살살하세요”라며 대부분 이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덤덤히 159배를 시작했다. 

마지막 159배가 끝났을 때, 몇몇 유가족은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혐오 발언 앞에서 덤덤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마지막 159배에서 통곡은 유난히 길었다. 절을 하고 있다기보다, 엎어져 오열하는 모습이었다. 어렵게 고개를 든 이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대기도 했다.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 앞에서 159배를 진행 중이다. 마지막 159배에 오열하는 유가족. ⓒ 김준 기자ⓒ 김준 기자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 앞에서 159배를 진행 중이다. 마지막 159배에 오열하는 유가족. ⓒ 김준 기자ⓒ 김준 기자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 앞에서 159배를 진행 중이다. 마지막 159배에 오열하는 유가족. ⓒ 김준 기자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 앞에서 159배를 진행 중이다. 마지막 159배에 오열하는 유가족. ⓒ 김준 기자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 앞에서 159배를 진행 중이다. 마지막 159배에 오열하는 유가족. ⓒ 김준 기자
31일 녹사평역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 앞에서 159배를 진행 중이다. 마지막 159배에 오열하는 유가족. ⓒ 김준 기자

159배를 마친 유가족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집회를 위해 대통령실로 향했다.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인 이종철 대표는 집무실 앞에 모인 경찰을 향해 “10월 29일에는 어디 있었냐” 따져 물었고, 어머니인 조미은 씨는 “자식 없는 삶 죽어도 여한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소리쳤다. 그 과정에 유가족과 경찰의 마찰이 일어났다. 

31일,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가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보겠다며 오열하고 있다. ⓒ 김준 기자
31일,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가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보겠다며 오열하고 있다. ⓒ 김준 기자
31일,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가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보겠다며 부탁하고 있다. ⓒ 김준 기자
31일,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가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보겠다며 부탁하고 있다. ⓒ 김준 기자
31일,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를 만류하는 이종철 대표. ⓒ 김준 기자
31일,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를 만류하는 이종철 대표. ⓒ 김준 기자

이종철 대표의 만류에도 조미은 씨는 “지한이 아빠, 나 계속 기다릴래”라며 끌어내려는 경찰에 저항했다. 상황이 길어지자 다른 유가족들도 함께 설득에 나섰고, 결국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경찰과 유가족의 부축을 받아 현장에서 나왔다. 

31일, 경찰과 유가족에 부축을 받아 나오는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 ⓒ 김준 기자
31일, 경찰과 유가족에 부축을 받아 나오는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 ⓒ 김준 기자

이들은 조미은 씨를 진정시키고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집회를 이어갔다. 또한, 내일인 다음 달 1일,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토론회와 기자회견을 개최할 것이라 밝혔다. 아울러, 2월 4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제에 많은 시민이 참석해 함께 연대해줄 것을 부탁했다.

한편,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 51층 대회의실에서 아랍에미리트(UAE) 300억달러 투자유치 후속조치 점검회의에 참석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는 캄보디아 소년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초청해 대화를 나눌 예정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현재까지도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만나지 않고 있다.

159배 이후 유가족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 김준 기자
159배 이후 유가족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 김준 기자
159배 이후 유가족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 김준 기자
159배 이후 유가족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 김준 기자
159배 이후 유가족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 김준 기자
159배 이후 유가족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 김준 기자
159배 이후 유가족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 김준 기자
159배 이후 유가족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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