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만연한 현장실습사고'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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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영화 ‘다음 소희’ 개봉 이후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단체관람을 독려하고 있다. 조합원들 또한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와 콜센터 조합원들도 3월 안에 단체관람을 예정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민주노총은 배급사인 트윈플러스파트너스㈜와도 소통했고 되도록 상영 기간 내에 극장에서 보는 것으로 조합원들에게 권유하고 있다.

영화 ‘다음 소희’는 한국영화 최초로 지난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오른 작품으로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19살 고등학생이 겪게 되는 사건과 이에 의문을 품은 형사 ‘유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또한, 실제로 2016년 전주에서 졸업을 앞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홍수연 양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이기도 하다.

홍수연 양은 2016년 9월부터 전주 완산구 서노송동의 LG유플러스 콜센터인 LB휴넷에서 실습을 시작했다. 당시 홍 양이 현장실습 표준 협약서로 약속한 근무 시간은 7시간이었으나, 콜 수를 못 채웠다는 이유로 임금체납과 야근에 시달렸다. 결국, 우울증과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홍 양은 두 번에 걸쳐 자살을 시도했고 다음 해인 2017년 1월 23일 생을 마감했다. 또한, 2014년에도 이 콜센터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더욱 공분을 사기도 했다.

원청 LG유플러스는 마지막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하청업체였던 LB휴넷 또한, 연장업무를 강요한 적 없다고 발뺌하다 진상이 알려진 5개월 후인 6월에야 과중한 업무와 이중계약서 등에 관해 사과했다.

특성화고에 다녔던 홍 양은 해당 현장실습과는 전혀 관계없는 학과에 있었다. 특히, 홍 양이 배정받았던 SAVE팀은 고객들의 계약 해지를 막아야 하는 부서로 콜센터 업무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감정소비가 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홍 양 사고 이전과 이후에도 실습현장사고는 계속 됐다. 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A 군은 주야 맞교대로 주 6일을 일하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2014년 1월에는 CJ 제일제당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B군이 동료직원의 타박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같은 해 2월에는 울산 금영 ETS 공장에서 일하던 실습생 C군은 눈 무게를 못 버틴 공장이 무너져 숨졌다. 12월에는 제주시 음료제조업체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이민호 군이 프레스기에 눌려 열흘 만에 사망했다. 2년 전인 2021년 10월에는 여수에서 잠수작업을 강요받은 홍정운 군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문제가 계속되자 교육부는 현장실습 분야 역시 전공에 맞는 직무 관련분야로 한정하도록 유도했고 2017년에는 현장실습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현장실습을 허용했다. 하지만 다시 2019년 기업참여가 급감했다는 이유로 ‘선도기업’뿐 아니라, ‘참여기업’도 현장실습생을 받게 했다. ‘선도기업은’ 노무사가 기업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교육청 승인을 받는 까다로운 절차가 있는 반면, ‘참여기업’은 학교 현장실습 운영위원회의 심의만 거치면 된다. 21년 여수에서 사망한 홍 군은 참여기업에서 실습하다 사고를 당했다.

취업률을 집계하고 교육청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학교 입장에서 아이들의 실습을 종용하게 만드는 구조도 문제다. 홍 양의 사고 이후 교육부는 직업계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해야했던 현장실습을 선택제로 바꾸고, 직업계 관련 정책에서 취업률 지표 평가를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있는 직업계고는 홍보를 위해서 취업률을 높이려 할 수 밖에 없다.

영화의 제목이 ‘다음 소희’인 이유이기도 하다. 복잡한 어른들 사정에 낀 다음 소희는 지금도 어디선가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회를 배운다는 명분으로 어른의 사정에 치여 끊임없는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간신히 버텨낸다 하더라도 첫 사회를 경험한 아이들 마음에는 큰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영화 ‘다음 소희’는 우리 가족 중에, 이웃 중에 생길지 모르는 다음 소희를 막기 위해 우리 어른들에게 실습을 요구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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