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복만 입으면 사람 아닌 취급"
"집값 떨어진다며 추모 현수막 제거"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와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이 계속되는 경비노동자에 대한 갑질을 규탄하며 추모 기자회견을 17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정문 앞에서 개최했다.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와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이 계속되는 경비노동자에 대한 갑질을 규탄하며 추모 기자회견을 17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정문 앞에서 개최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선경아파트에서 지난 14일 아침 10여년간 근무하던 경비노동자가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은 이 노동자의 사인을 관리소장의 부당한 인사조치와 인격적 모멸감으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으로 보도했다. 이를 추모하기 위해 게시된 추모 현수막은 지난 16일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민들의 항의로 제거됐다. 비슷한 시기 같은 아파트에서 해고 당한 외곽 청소노동자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와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이 계속되는 경비노동자에 대한 갑질을 규탄하며 추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정문 앞에서 17일 오전 11시 故 대치동 아파트 경비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잇따른 아파트 노동자들의 사망사건을 언급하면서, “경비노동자가 유명을 달리 하는 안타까운 일이 또 벌어졌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인가”라고 규탄했다. 경비노동자가 살아서 일할 수 있는 아파트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갑질 근절과 가해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다. 

지난 14일 오전, 선경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은 이 사건을 두고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에 3개월짜리 초단기계약을 맺은 사실, 24시간 격일제 근무에 9.5시간의 무급휴게시간이 있었고 급여는 최저임금이었던 사실을 보도했다. 더해 언론들은 아파트경비노동자의 정상업무가 아닌 부당한 지시나 휴게시간을 침해받았을 때도 본인이 책임을 지도록 각종 ‘자술서’, ‘동의서’를 강요받았던 점을 지목했다. 결국 고인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는 호소문을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은 것이라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전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2020년 5월 10일 강북구 A아파트에서 故 최희석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의 지속적인 갑질과 폭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사건도 언급하면서 “당시 가해자는 징역 5년의 형사처벌을 받고, 억울한 죽음은 산재로 인정됐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인간다운 노동을 위한 근무환경이나 사회적 인식이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더해 반복되는 경비노동자들의 안타까움 죽음이 계속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경비노동자들도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노동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선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와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이 계속되는 경비노동자에 대한 갑질을 규탄하며 추모 기자회견을 17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정문 앞에서 개최했다.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와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이 계속되는 경비노동자에 대한 갑질을 규탄하며 추모 기자회견을 17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정문 앞에서 개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투명인간으로 취급받아온 지난 세월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서러운 일상을 감내해야 했다. 공동주택인 아파트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해왔지만 감시·단속적 노동자로 지정돼 권리를 빼앗긴 채 살아왔다”며 “비좁은 초소 안 화장실 옆에서 쪼그려 앉아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석면이 노출돼 있는 지하 휴게실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다. 젊은 입주민이 지나가다 술김에 시비를 걸어도, 정해진 시간에 쉬는데 일 안한다고 트집 잡아도 참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상계주공 14단지아파드에서 일하는 이광현 경비노동자(경비반장) 조합원도 발언했다. 이 조합원은 “저 또한 회사 관계자에 의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었고, 아파트의 경비원과 미화원은 1년 넘게 상습적인 임금 체불을 당한 적이 있었다”고 회고하며 “밀린 월급이라도 제대로 받고 싶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더해 “회사는 즉각적으로 노조를 탈퇴하라고 압력을 가했지만, 노동조합이 있었던 덕분에 밀린월급도, 사과도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고인과 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저는 단지 오늘도 살아남은 사람”이라고 전했다. 

이 씨는 “아파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사람이다. 24시간 맞교대를 해오면서 근무 다음날에 경비복만 벗으면 우리도 여느 사람처럼 사람으로 대접을 받는데, 이상하게 근무할 때 경비복만 입으면 사람이 아닌 취급을 받는다”며 “왜 아파트에서 경비 일한다고 이렇게 비참하게 죽어야만 하나, 이제는 이런 비극을 보고 싶지 않다. 저희는 고인의 죽음이 헛되이되지 않도록 살아남은 자로써 책임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이들 참가자는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우선 주무당국인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마땅한 책무를 조속히 시행할 것을 촉구하며 ▲3개월 초단기 노동계약(근로계약) 근절 ▲과로 불가피한 노동환경 전면 개선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공휴일, 52시간 근무제 적용 ▲입주민 갑질 금지를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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