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톡의 노동자 마음건강
통통톡의 노동자 마음건강

삶에서 소중하게 여기던 것을 잃어버리면 슬프다.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비탄(Grief)에 빠져든다. 분명 슬픔은 삶의 일부이다. 삶의 굴곡마다 상실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상실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대상이라면 커다란 슬픔을 겪게 된다. 예고 없이 소중한 가족을 잃거나 자신이 의지하던 사람이 떠났을 때, 때로는 일터에서 매일 만나던 동료가 떠날 때 우리는 삶을 뒤흔들 정도로 커다란 슬픔에 압도된다. 자기 삶과 연결되어 혼란스러운 마음들이 뒤엉켜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상실로 인한 고통으로 비탄에 빠졌을 때 다양한 현상이 드러난다. 이때 드러나는 현상이 살아가는 동안 이어질 것 같아서 고통은 증폭되기도 한다. 때로는 그 고통의 늪에 빠져 깊은 터널 속에 갇힌다. 충격적인 사건 이후 슬픔에 빠졌을 때, 보편적으로 공허하고 무감각해지면서 분노가 일어난다. 죄책감, 우울감, 허망함, 울음이 끊이지 않는 압도적인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드러나면서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며 그 기억에 빠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 있다면 도움이 필요하다.

다양한 반응으로 드러나는 상실과 관련된 복합적인 감정은 개인마다 소화해 내는 속도나 과정이 다르다. 적절한 시간과 방법으로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도록 존중하면서 곁에서 함께 해줘야 한다. 상담실에서 만난 애도 과정을 겪는 중인 내담자들에게서 다양한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압도적인 감정이 동반된 상실을 경험한 내담자들은 일상의 삶에서 물러나 자신을 고립시키기도 하고, 평소와 다르게 곁에 있는 사람에게 화를 내며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또한 상실 경험을 드러내지 않은 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도록 돕는 것이다. 애도 과정이 잃어버린 대상에 관한 기억을 끊어버려야 하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애도 과정은 잃어버린 사람을 온전히 기억하고 삶에 재배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충분히 슬퍼하면서 그로 인해 바뀐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상실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일어난 내부적 참사를 잘 소화해야 슬픔의 과정을 겪고 상실로부터 치유될 수 있다. 치유는 잃어버린 사람과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는 경험과 그 사람이 없는 삶을 새롭게 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일상에서 또 다른 연결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피하지 않고 상실의 고통을 경험해야 한다. 상실로 인해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새로운 관계 형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재배치된 삶에서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자기 삶을 살아내도록 해야 한다. 상실로 인해 자기 삶이 흔들리고 있음을 받아들이고 표현해야 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아니라 균열이 생겼음을 표현해야 한다.

곁에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누군가를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분이 나아지도록 격려하기보다 그들과 함께 곁에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힘든 일상에서 견딜 수 있는 것은 연결이 되어있다는 느낌이다. 힘든 마음에 힘을 내도록 이끌어주는 촉진제는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결감이다. 곁에 함께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다. 혼자서 아픔을 느끼며 고통을 견뎌내는 것보다, 울고 있을 때 곁에 누군가 있다는 안정감이 도움이 된다. 힘들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용기를 내게 한다. 충분히 슬퍼하고 다시 살아낼 수 있기를 곁에서 지켜봐 주자.

사람과 접촉하고 공동체로 연결된다면 삶에서 자신이 혼자라는 생각으로 힘들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후 이어지는 이벤트적인 특별한 날(생일, 기일 등) 고인과 다른 형태로 관계가 이어짐을 받아들이게 된다. 애도 과정에서 때로는 추모식이나 추모 공간을 찾을 수 있고, 부칠 수 없는 편지를 써보는 등 의식적인 행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애도 과정은 끝이 없는 과정이다. 현재 자기 삶을 살아가면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추모의 시간이다. 그 과정을 겪는 동안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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