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목)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보건의날 기념 토론회 열려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적정인력 기준을, 국민과 환자에게 안전과 양질의 서비스를!
보건의료인력국가책임제와 직종별 인력기준(Ratios) 마련 및 의료법 36조 개정 제안

4월 6일(목)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200여명의 보건의료노조 조합원과 직종협회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나의 노후와 건강은 누가 돌보나 - 초고령 사회, 지역의료 격차 확대, 간병 파산 -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적정인력 기준을, 국민과 환자에게 안전과 양질의 서비스를”이라는 주제의 보건의료인력 토론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4월 7일 세계보건의 날을 하루 앞두고 보건의 날 기념으로 진행된 토론회는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가 주관하고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한정애 의원, 강은미 의원과 건강정책학회, 대한간호협회, 대한물리치료사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2023년 현재 현장 100만 보건의료종사자들의 가장 절실한 요구를 공론화하고자 기획된 이번 토론회는 ‘초고령 사회 도래, 지역소멸과 지역의료 격차 확대, 환자안전과 간병파산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무엇인지 물으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핵심과제로 환자 안전과 돌봄, 간병 문제를 꼽고‘보건의료인력(사람)’의 부족 실태와 문제점,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높이기 위한‘보건의료인력국가책임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보건의날 기념 보건의료인력 문제 공론화 국회 토론회 ⓒ 박슬기 기자(보건의료노조)
보건의날 기념 보건의료인력 문제 공론화 국회 토론회 ⓒ 박슬기 기자(보건의료노조)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축사에서 “2019년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제정되고 보건의료인력 정책에 대한 국가의 책무가 강화되고 있고, 2021년 9.2 노정간 사회적 합의로 적정인력 기준 마련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오늘 토론회를 통해 초고령사회의 도전과 환자 안전과 돌봄, 간병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에게‘사람’이 어떻게 준비되어야 하는지를 묻고, 보건의료인력의 적정인력기준 마련과 관련 법 제도화를 촉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토론회가 보건의 날을 맞추어 열리는 만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100만 보건의료 종사자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먼저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인력실태조사를 진행중에 있는 6개 직종(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작업치료사)의 현장 대표, 직종협회 대표의 발표가 있었다. 현장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안전과 노동자 건강권에 대해 이야기한 후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첫 번째 발표에 나선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자문위원은 “현재 간호사들은 평균 근속 7년 8개월을 끝으로 현장을 떠나고 있다. 면허소지자 중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비율은 51%에 불과하다”며 환자수 대비 적정 간호사가 배치되지 않아 간호사들이 과부하, 업무 과중에 절규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최 위원은 “‘적정 간호사 배치수준’에 대한 현실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의료법의 배치기준 표기를 일본, 미국 등과 같이 근무조별 실제 환자를 간호하는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로 적용하여 환자안전 보장 및 간호 질 향상을 이루고 배치수준의 정보 공개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 한국원자력의학원지부 대의원인 남인영 간호조무사는“간호등급제가 시행되면서 간호조무사가 4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었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에서는 간호조무사 1인당 환자 40명까지 돌보고 있다”며 근무하는 병원의 실태를 알렸다. 남 간호조무사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인력기준을 1:20인 이하로 해야한다고 제안하는 동시에 차별없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일부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불법파견 척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시급하며,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을 위해 간호사와 동일하게 야간간호료 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발표 참가자들 ⓒ 박슬기 기자(보건의료노조)
현장발표 참가자들 ⓒ 박슬기 기자(보건의료노조)

이연섭 대한물리치료대학 교육협의회 회장은 “병원은 경영상의 이유로 타이트하게 치료인력을 운영하거나 무자격자인 운동치료사, 재활치료사 등을 고용하여 물리치료사의 업무를 대신하도록하는 일이 만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물리치료는 1:1치료가 기본인데 의원급에서는 의료보험 환자 기준 하루 30명까지도 치료를 담당하는 등 격무에 시달리다보니 물리치료사들이 오히려 근골격계 질환에 많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해결책으로 적정인력기준 마련, 무면허 의료행위 엄정한 관리, 전문물리치료사제도 운영 등을 제안했다.

보건의료노조 충주의료원지부 부지부장인 신동원 작업치료사는 “많은 작업치료사들인 1인 근무를 하고 있다보니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나 감각 및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환자들을 치료할 때 낙상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인력부족으로 인해 환자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비속어와 욕을 드는 일도 빈번하며 주먹이나 발로 가격당하는 상황도 있었다”면서 작업치료사의 고충도 덧붙였다. 신 작업치료사는 노동강도를 줄이고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1인 근무를 금지하고 전문 재활 치료를 받는 경우 환자와 치료사 비율을 1:1, 단순 작업치료 등 1: 다수 치료 프로그램의 경우 1일 평균 환자수를 20인까지 조정하는 등 적정치료시간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백병원부산지역지부 대의원인 정민호 방사선사는“현재 환자 10명 중 7명 정도가 휠체어나 병상용 침대로 이동하여 방사선 검사를 받으러 오는데 대부분 방사선사 혼자서 환자를 옮기고 검사를 하고 있어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CT나 MRI검사는 과정이 복잡하고 신경써야될 부분이 많다. 특히 MRI는 높은 자성을 이용하는 검사인 만큼 작은 일이 큰 사고로 번지는 경우가 있는데 모든 것을 방사선사 혼자서 대처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방사선사는 안전한 검사와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방사선사 필수인원의 법제도화가 필요하다면서 장비 한대당 2명의 필수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여의도성모병원지부 지부장인 우상국 임상병리사는 “2022년 보건의료노조가 시행한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참여한 임상병리사 1449명중 68.2%인 989명이 현재 인력수준에 대해 불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업무노동강도에 있어서는 51.6%가 불만족한다고 답했으며 54.6%가 이직을 고려했다고 응답했다”고 임상병리사의 노동실태에 대해 설명했다. 우 임상병리사는“임상병리 검사업무를 실시하는 모든 의료기관에 임상병리사를 필수 배치해야한다”면서 “현행 법 기준, 의료기관 종별 특성, 검사업무별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인력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날 기념 보건의료인력 문제 공론화 국회 토론회 ⓒ 박슬기 기자(보건의료노조)
보건의날 기념 보건의료인력 문제 공론화 국회 토론회 ⓒ 박슬기 기자(보건의료노조)

현장 직종별 실태 발표에 이어 시민단체가 바라본 보건의료인력 문제의 중요성과 대안을 제안했다. 김원일 간호와돌봄시민행동 위원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에 쓰러졌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 사망한 사건, 추락하여 다친 대구의 10대 청소년이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한 사건에서 보듯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등 의료자원의 공급 부족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공공의대 및 국립의대 설립을 통해 중장기 의사 수급계획이 마련되어야 하며, 의사업무량을 전제로 한 상대가치를 기반으로 한 행위별수가제를 개선하고 의사와 같이 다른 의료인력의 업무도 건강보험수가체계에서 보상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은 “보건의료인력법 제정 당시 노조와 함께연구를 진행했던 인연을 소개하면서 지역의료 공백의 원인은 절대 의사 수의 부족과 높은 민간의료시스템 의존도로 의료공공성이 취약하다는데 있다. 의료서비스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과 관련이 있기에 의료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때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국가의 의무이다”면서 “고령화 사회는 의료 수요를 폭증시킬 것이다. 이에 대비하여 공공의대를 통해 필수 인력을 확충하고, 의료취약 지역에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하여 공공의료인력이 필수 진료과와 취약지역에 배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으로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이 토론회를 주관한 노조의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발표했다. 이주호 정책연구원장은 “ 보건의 날은 우리나라 53개 국가기념일 중 하나인데 다른 기념일에 비해 단지 행사만하는 날로 규정되어있어 아쉽다”고 운을 떼며 “이제는‘보건의료인력 국가책임제’라는 용어를 적극 사용하자. ‘보건의료인력’을 국가 차원에서 우리 사회를 지키고 유지하는 핵심 필수인력으로 규정하는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만 보건의료인력을 국가가 책임지기 위한 첫 출발은 2019년 제정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규정하고 있는 각종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되는 것임을 힘주어 말했다. 즉,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7조에 따라 3년 주기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정례적 실시, 5년마다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수립 ▲실질적인 운영을 하지 않고 있는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운영 활성화 ▲독립적인 보건의료인력지원기관(보건인력원)을 설립·운영 ▲보건의료인력 통합 통계 정보 시스템 구축 ▲인력 중심 건강보험수가 개편과 보건의료인력 관련 정부 재정 지원 확대,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개입력 강화 ▲보건의료인력정책을 총괄할 수있는‘보건의료인력국’신설을 제안헸다.

이 연구원장은 직종별 인력 기준(Ratios) 마련과 의료법 36조 개정의 시급함도 강조했다. “추상적 인력확충 요구를 넘어 구체적으로 환자 안전과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6개 직종부터 적정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이 준수해야 할 의료인 및 보건의료인력 등의 적정인력과 정원 기준을 법률로 명시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법 제36조(준수사항), 제33조의3(실태조사), 제87조(벌칙)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현장과 시민단체, 전문가 의견과 요구를 모두 청취한 뒤 ▲보건의료인력국가책임제 ▲직종별 인력기준(Ratios )마련 ▲의료법 36조 개정 등 제기되는 인력문제 해결과제에 대해 정부와 국회의 코멘트가 이어졌다. 이날 의정협의체 일정으로 불참한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을 대신하여 참석한 임대식 의료자원과장은 “급격한 출생률 감소와 고령화가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보건의료정책과 관련하여 구조적 측면과 재정적 측면을 고민하게 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건의료인력 직무 실태조사를 토대로 현장에 계신 여러분들과 소통하면서 종합적으로 의견을 수렴해나가겠다”고 답변했다. 강은미 의원은 “오늘 나온 제안 등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인력 기준 마련과 관련해서도 관심있는 의원들이 많이 있다. 그 의원들과 함께 현재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6개 직종은 물론 다른 직종들도 실태조사와 인력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좌장을 맡은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OECD 평균 대비 한국의 보건의료인력이 너무 적다는 것은 분명한 현실인 것 같다”면서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삶이 달라지면 환자의 건강 수준도 달라진다. 그런 차원에서 국가의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다.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보건의료인력의 환경이 더 나아지기를 희망한다”는 마무리 발언으로 이날 토론회를 모두 끝마쳤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