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여성노동자 미투 증언대회 열려
2023 차별없는서울대행진 1부 행사로 개최돼

“(성폭력) 사건 직후 바로 회사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중략) 저를 만난 회사 관리자의 첫마디는 “내일부터 바우처 못 찍는데 어떻게 할 거냐?”였습니다. 저희는 바우처가 수입입니다. 제가 당한 일에 대해서 위로는커녕 회사에 생긴 손실부터 걱정했습니다. (중략) 이후 노동조합을 알게 되어 그제서야 산재도 신청하고 회사로부터 겪은 부당함에 대해서 노동청에 진정도 하였습니다. 그러자 회사는 저에게 알리지도 않고 계약 만료라면서 퇴사 처리를 하였습니다.”

-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에서 제공한 활동지원사의 피해 경험 증언

성폭력을 방치하고 묵인하는 회사에 대한 5060 여성노동자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7일 오후 5060성폭력뿌리뽑기대책위원회 주최로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열린 <5060 여성노동자 미투 증언대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특히 성폭력 발생 후에도 사업주와 사측의 미비한 대처로 추가 성폭력이나 2차 가해를 예방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를 키운 경우가 많았다.

이경옥 민주노총 서울본부 여성위원장이 '5060 여성노동자 미투 증언대회'에서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경옥 민주노총 서울본부 여성위원장이 '5060 여성노동자 미투 증언대회'에서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청소 용역 노동자 ㄱ씨는 서울지하철 9호선 2·3단계 청소노동자들이 3년간 당한 피해를 고발했다. 역장 출신인 소장 A씨는 3년간 여성노동자들을 상대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아왔다. 피해 노동자들이 이를 고발했지만 무혐의 결정이 난 A씨의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다. 고발 후 직위해제 된 A씨는 자신을 고발한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지인을 통해 서울교통공사 운영본부에 고발인들을 해고하라고 요구했다.

이찬배 민주여성노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역장 출신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공사는 가만히 있었다”며 성희롱‧성추행에 대한 회사의 강력한 대응과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전국활동지원사들의 성폭력 경험 증언과, 이에 대한 정부와 회사의 대처가 미비해 피해를 예방하지 못하고 확대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전국활동지원사 노동조합 조직국장 ㄴ씨는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중고령 및 여성이 다수이며 (자립생활 지원)수급자는 남성이 많아 여성 노동자가 남성 수급자에게 파견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성폭력) 대책을 요구했지만 예방 및 피해자 구제 대책은 나오지 않았으며 오히려 피해를 신고한 경우 2차 가해가 흔히 발생”함을 밝혔다.

ㄴ씨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는 신고를 하기도 보호 조치를 요구하기도 어렵다. 활동지원사는 고객의 바우처를 써야 임금을 받을 수 있어 성폭력을 신고하면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이용자와의 서비스 계약과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이 분리되어 있어 노동권을 주장하기도 어렵다. 성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이용자로부터 ‘까다롭다’는 비난을 듣게 되는 상황이다.

이어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소속 장애인 활동지원사 ㄷ씨는 3차례 성희롱 성추행을 당했지만 회사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세 번째 가해자에게 성추행까지 당한 경험을 증언했다. 

2023년 2월 6일 남성 이용자를 혼자 가서 서비스를 하라고 (재가)센터에서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매뉴얼만 주셔서 저는 갔습니다. 남자 이용자분이었는데요. 사각 팬티만 입고 있었습니다. ……. (이용자가) 퇴근할 때 저보고 “마스크를 벗어라”(해서) 벗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썼는데요. “안아보자”(고 해서) “안 됩니다, 센터 파트장님한테 보고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센터에 보고한다고 이용자한테 말씀을 드리고 퇴근할 때 파트장님한테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래서 해결이 된 줄 알았는데요. 그 다음 날 또 서비스를 가야 돼서 센터에 가서 어제 상황을 사실대로 보고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또 무시를 했습니다. 2월 6일, 7일, 8일 계속 불안한 상태에서 청소를 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던 2월 16일 날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한편 김정원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장은 직장 내 성폭력을 해결해나가고 있는 노동조합의 시도를 소개했다.

김 지회장에 따르면, LG케어솔루션 노동자들 역시 고객의 성희롱,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만든 후 단체협약에 여성과 모성 보호 조항을 신설하여 ▲사측의 방문 안내 문자에 폭언·폭행·성희롱에 대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포함하고, ▲출산 후 즉시 퇴사하던 관례를 바꿔 출산 휴가 최장 7개월을 보장받았다는 것이다.

5060 성폭력 뿌리뽑기 대책위원회는 이후 대책위원회를 확대하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여 성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증언대회 도중 증언자들이 '5060 성폭력 뿌리뽑자!'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증언대회 도중 증언자들이 '5060 성폭력 뿌리뽑자!'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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