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서울, 6일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발표
요금 인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 책임 부재’ 꼽아
“민자발전사 수익과 대기업 특혜 위해 한전‧도시가스 적자 방치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국민 중 87%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기업 적자 해소를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도 동의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서울지역 사회단체‧진보정당 등으로 구성된 너머서울은 6일 오전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공공요금 폭등 증언대회 및 여론조사 결과 발표회’를 열고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너머서울은 지난달 13일부터 30일까지 전국 2,381명을 대상으로 가구별 공공요금 지출 규모 변화, 요금 인상에 대한 찬반, 에너지․교통 대기업의 적자 원인과 해소 방안 등에 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4,1%가 매우 반대한다, 22.9%가 반대한다고 답해 87.0%가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찬성과 찬성을 합한 4.2%의 20배가 넘는 수치다.

대중교통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68.1%가 매우 반대 또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 8.7%, 매우 찬성 5.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반대 여론이 확인된 것이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주요 원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필수공공재로서 요금 안정을 위한 정부의 책임 부재’를 꼽은 의견이 가장 많았다.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2.0%가, 가스요금에 대해서는 59.2% 정부 책임 부재를 짚었다. 한전․도시가스공사의 적자 해소 방안으로는 정유사 등 에너지재벌의 고수익에 횡재세를 부과하자는 의견이 60.9%, 서울교통공사 적자 해소 방안으로는 공익서비스 비용을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54.9%로 가장 많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여미애 너머서울 공공요금팀장은 “요금 인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매우 높고, 대다수가 정부의 에너지바우처 확대를 해결책으로 보지 않는다”며 “공공요금 정책 기조를 ‘인상 후 잔여적 복지 지원’에서 민자 발전사 수익을 보장하는 산업구조와 대기업에 유리한 요금체계 등의 구조적 문제 해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요금 인상이 아닌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정부가 그것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민자발전사 영업이익이 2년간 4배로 증가했는데, 정부는 이들의 이윤을 국민들이 낸 요금으로 채워주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구 실장은 이어서 “공공요금 결정 과정의 비밀주의, 전문가와 관료의 독재, 원가주의 경향에 맞서 노동자와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공공서비스 제공 사업을 하는 민간기업에 대해 요금 결정과 관련된 정보를 모든 시민이 열람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시가 서울교통공사의 공익서비스 비용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서울시가 버스회사들은 표준운송원가 기준으로 지원해 연간 700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반면,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 적자는 요금 인상으로 서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가 최근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월 45,000원을 초과하는 교통비를 지역화폐로 환급해주겠다고 발표한 것도 화제가 됐다. 이 위원은 이와 관련해 “부산과 서울의 차이는 공기업 적자 여부가 아니라 어떤 정책목표를 갖고 어떻게 재정을 투입하느냐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조돈문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에너지산업이) 대기업들이 이윤을 챙기고 적자는 한전과 가스공사로 넘기는 구조”라며 “여론조사 결과는 정부 책임이 실종됐음을 국민들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편,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열린 증언대회 참가자들이 올해 초 전기‧가스요금 폭등에 따른 경험을 공유했다.

 

30평 아파트에 거주하는 4인 가구 구성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혜순 씨는 “지난 1월 난방비 고지서는 그야말로 폭탄이었다”고 말문을 연 뒤 “한 달 생활비로 250만 원 정도를 쓰는데, 도시가스요금 약 35만 원에 관리비 21만 원까지 총 56만 원짜리 고지서를 받고 어찌 살아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 건강관리 서비스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였던 서효정 씨는 “자영업자들에게 가혹했던 코로나를 겨우 버텼는데, 이제 전기세와 수도료를 감당할 수 없어 얼마 전에 결국 폐업했다”고 말했다. “전기료가 3배 이상, 수도요금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오른 상황에서 에너지바우처 10만 원을 받고 솔직히 놀림당하는 기분이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임재원 씨는 “1월 혹한기를 보낸 후 난방비 고지서를 받고 ‘0’ 하나가 잘못 붙은 줄 알았다”며 “매월 생계비로 57만원 정도를 받는데 그 40%인 233,630원을 난방비로 냈다”고 밝혔다. 당시 받았던 난방비 고지서를 내보인 임 씨는 “2월에 난방 온도를 낮췄는데도 난방비가 15만 원 가까이 나와서 3월에는 아예 난방을 하지 않고 지냈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곽남희 씨는 “점자 고지서가 없어서 정확한 금액을 보지 못하고 부모님에게서 전기‧수도요금이 갑자기 많이 나왔다는 얘길 들었다”며 “2월에 에너지바우처라며 10만 원이 통장에 들어와서 3월에도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한 차례 10만 원 지원으로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친구와 함께 성북구에 거주 중인 청년 여성 레나 씨는 세전 210만 원 정도의 월급으로 1인 가구로 살아갈 계획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친구와 함께 쓰는 공동통장에 매달 20만 원씩 이체하는데, 올해 초 공과금이 너무 많이 나와 1인당 3~4만 원 더 지출했다”며 “이럴 때마다 돈이 없는데 미래를 계획하고 자신의 꿈을 꾸려나가는 게 사치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너머서울은 여론조사 결과와 증언대회 참석자들의 발표 내용을 토대로 재벌 특혜를 중단하고 정부의 책임을 높이는 방향으로 요금 인상 철회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꾸준히 활동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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