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 2023. 2. 16. 선고 2021나22465 판결
장시간 노동 조장 윤석열 정부 '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
-연장 근로 관리 단위 확대의 문제점-

※ 답답한 노동 현실을 풀어가려면 문제의 원인을 알고 해독할 방법도 찾아야 합니다. 노동법률 디톡스가 해독제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서른두 번째 디톡스는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지급된 월례비와 장시간 노동 조장하는 윤석열 정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 –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의 문제점-에 대해 풀어드리겠습니다.

디톡스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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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지급된 월례비는 ‘임금’에 해당
광주고등법원 2023. 2. 16. 선고 2021나22465 판결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이 건설업체로부터 급여와 별도로 지급받아 오던 ‘월례비’가 사실상 노동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 원고는 형틀 철근공사를 하도급받은 업체입니다. 원청은 타워크레인 회사들과 타워크레인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타워크레인 회사들은 피고들(타워크레인 기사)을 건설 현장으로 보내 타워크레인을 이용하여 건설장비와 골재를 운반하는 일을 하게 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에게 월례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였습니다. 원고는 원청과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피고들과의 사이에는 어떠한 계약도 체결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들에게 월례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었음에도 피고들은 원고에게 월례비 지급을 요구하였고, 원고는 피고들의 작업 거부나 태업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는 것을 막고자 어쩔 수 없이 월례비를 지급하게 된 것이므로,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수령한 월례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광주고등법원은, 하청업체인 철근콘크리트 업체의 월례비 지급은 수십 년간 지속해 온 관행으로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는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된 점, 공사에 관한 특기시방서에 타워크레인 기사들에 대한 월례비 등을 견적금액에 반영해 입찰할 것이 규정돼 있고 원고가 소속된 광주·전남 철근콘크리트 협의회도 철근콘크리트 업체가 지급해야 할 월례비 액수를 통일하기도 한 것 등을 보면 원고가 피고들에게 월례비를 지급할 당시 시공사와 원고 및 피고들 사이에는 적어도 피고들이 월례비를 지급받아야 한다는 점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피고들에게 월례비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피고들이 작업을 거부했다거나 월례비의 지급을 강제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이 사건 각 공사현장에 관해 원고가 피고들에게 월례비 상당의 돈을 증여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묵시적인 계약이 성립했고, 피고들은 이에 따라 원고로부터 월례비를 지급받은 것이므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월례비의 배경과 지급 상황을 고려해, 그것이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갖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최근 정부는 월례비를 받은 타워크레인 기사의 면허를 최대 1년간 정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사기관은 월례비 요구가 공갈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광범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판결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기사가 체결한 근로계약 상대방은 타워임대업체임에도 이들에게 작업지시를 하는 주체는 원청사 또는 철근콘크리트 회사인 기형적 고용구조 하에서 형성된 특수한 임금체계입니다. 근본적으로 이는 노사가 기형적 고용구조와 임금체계를 개선해 해결할 문제이지, 월례비를 지급받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을 범죄자로 낙인 찍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장시간 노동 조장하는 윤석열 정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의 문제점

지난 2023. 3. 6.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선택근로제 확대, 탄력근로제 실효성 제고,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하면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유연근로 확대를 통해 장시간 근로를 가능케 함과 동시에 시간외근로수당 등 임금 부담을 감소시켜달라는 사용자들의 오랜 요구를 받아드린 안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 중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40시간을 초과하여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 연장근로시간을 ‘주 단위’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
제50조(근로시간) 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정부의 개편안은 이러한 ‘1주 단위’의 연장근로 칸막이를 없애,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주·월·분기·반기·연 단위’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 중 하나로 합니다.

관리단위를 월(月)단위로 확장하였을 경우를 상정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한 달은 4.345주(=365일÷7일÷12월)이므로, 한달 동안 가능한 연장근로 52시간(≒4.345주×12시간)을 특정 주에 몰아넣을 수 있게 됩니다.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게시간제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하루 24시간 중 11.5시간을 근로할 수 있게 되는데(=24시간-11시간-1.5시간), 주휴일을 제외하고 6일간 이와 같이 근로하면 1주일에 총 69시간 근로까지도 가능해집니다. 게다가 이 중 한 주의 시작일(월요일)에는 주휴일인 하루 앞날(일요일)과의 사이에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므로, 이 경우 11시간 중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한 10시간이 앞부분에 추가되면 일주일에 총 79시간 근로까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1주일의 연장근로시간은 39시간(=79시간-40시간)이어서 ‘1월 간 52시간’ 범위 내에 있게 되므로 ‘합법’이 됩니다.

노동시간이 주 60시간 이상이 되면, 심근경색 위험이 2배 증가하고, 노동시간이 1일 11시간 이상이 되면 심근경색 위험이 2.9배 증가한다고 합니다. 국제암연구소는 야근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바도 있습니다. 정부 개편안의 본질은 결국 노동자의 건강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고, 사용자의 연장근로수당 지급 부담은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침해하는 정부의 장시간·집중 노동 법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합니다.

민주노총 무료노동상담은 ☎1577-2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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