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 국회서 개최

저임금과 고용불안, 가치절하되는 돌봄노동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가 11일 오전 10시 국회 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 조연주 기자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가 11일 오전 10시 국회 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 조연주 기자

노동자들의 희생과 착취로 유지되는 돌봄정책은 더 이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돌봄노동 전 분야의 노동자 증언을 통해 다시금 강조됐다.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가 11일 오전 10시 국회 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남인순, 서영교, 이학영, 박주민, 진성준, 강민정, 김경만, 서영석, 이수진(비례), 이정문, 최혜영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2022년 민주노총 소속 돌봄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92%가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정성이 매우 높고, 임금은 최저임금으로서 방문 돌봄노동자의 경우 시간제로 일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임금이 100만원~159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인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인 188만 1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같은 돌봄노동의 노동실태를 증언해줄 민주노총 돌봄노동자 조합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노인·아동·장애인·정신건강·사회서비스원 등 다양한 돌봄노동 분야의 노동자들이 모여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돌봄노동의 양질을 좌우한다고 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돌봄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일자리의 열악성으로 인해 대표적인 기피 일자리로 전락되어 인력난이 심각하는 우려도 따랐다.

돌봄서비스는 국민의 혈세인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로서 영리활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95%가 민간기관에 위탁되어 부정수급 등의 만성적인 비리가 구조화되고 돌봄서비스의 질 저하와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고착된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가 11일 오전 10시 국회 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 조연주 기자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가 11일 오전 10시 국회 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 조연주 기자

조길순 요양보호사(보건의료노조 안산시지부장)는 의료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근무 실태를 증언하면서 턱없이 돌봄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 상황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말같은 경우에는 요양보호사 1명이 13명의 어르신을 돌보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어르신 안전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인력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영 방문요양보호사(서비스연맹 돌봄서비스노조 조합원)는 “온갖 집안일을 해야 했고, 김장철에는 온 동네 사람들과 김장을 해야했다. 명절을 앞두고는 만두를 300개씩 빚거나 고층 베란다 바깥 유리창을 닦아달라고 요구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에 “파출부인지 요양보호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며 센터에 하소연하면, 센터는 고객을 빼앗길까봐 침묵하다가 (요양보호사의)업무 태도를 문제 삼아 하루아침에 해고를 통보해오기 일쑤”라고 전했다.

오주연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아이돌봄분과장은 여성가족부 아이돌봄지원사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돌봄노동자다. 오 분과장은 아이돌보미들의 높은 퇴직률과 지역별 수요 격차, 턱없이 낮은 임금을 지적하면서 “국가가 아이돌봄에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이용자들은 아이돌봄에 있어 정부에 이용시간 확대와 비용지원을 지속해서 요구하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있고, 이와중에 국민의힘은 국가서비스를 민영화 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문인 장애인활동지원사(정보경제연맹 다같이유니온 장애인활동지원사지부장)는 “이용자의 선택에 따른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교체 및 해고가 쉬운 구조로 인한 상시적 고용불안에 놓여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공기관이 이를 ‘쪼개기’ 형태로 운영됨에 따라 연장근로를 하지만 수당을 받지 못하는 등의 근로 환경에 놓여있다”고 하며 “보건복지부가 급여비용을 제대로 설계하지 않아 장애인활동지원기관과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의도치 않는 대립 구도를 형성하며, 그 피해는 장애인에게 돌봄 공백으로 전가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가 11일 오전 10시 국회 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 조연주 기자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가 11일 오전 10시 국회 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 조연주 기자

서울 사회서비스원에서 근무하는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장은 “모두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회적 취약계층들의 감염병대응체계가 부재한 대혼란 속에서 공적돌봄기관은 빛을 발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는 우리가 열심히 일하지 않고, 감히 월급제 정규직으로 ‘서울시 생활임금’씩이나 받고 있다며 예산을 끊었다”고 전하면서 “공공돌봄은 역행하고 있다. 고용 불안에 떨며 하나둘 퇴사하고, 정규직 인력이 퇴사한 자리는 계약직으로 메꿔지면서, 아이들과 노인 및 장애인을 위한 돌봄서비스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김정희 노인생활지원사(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송선이 보육교사(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주상현 정신보건전문요원(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장)이 증언에 나섰다.

박지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법률원 부설기관 노동자권리연구소에서 지난해 1200여 명의 요양보호사와 노인생활지원사, 아이돌보미, 장애인활동지원사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때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두 가지의 가장 주된 문제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이었다”고 했다.

돌봄노동자가 받는 총액이 적고, 특히 근무시간을 고려할 때 실질 시급 자체도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그 이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돌봄노동자들이 계약직일뿐더러 그 기간에 휴업수당조차 지급되지 않은 탓에 돌봄노동자의 퇴사 또는 해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박 변호사는 전했다. 저임금의 문제와 고용불안의 문제는 서로 얽힌 채 서로 연결돼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다고 부연했다.

박 변호사는 또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한 아이에 한 마을이라면, 돌봄이 필요한 온 시민을 위해서는 온 나라가 필요하다. 이제 공적인 장에서의 돌봄노동이 얘기돼야 한다. 돌봄노동자 개인에 기대지 않는 돌봄노동과 적정한 노동조건에 대해 논의할 때”라고 강조하면서 그 논의의 하나로서, 노사정 거버넌스를 비롯한 돌봄노동자 기본법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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