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11-1 예천 호명초 초등돌봄전담사 임미애 선생님

‘학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 의자에 앉아 선생님이 있는 칠판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학교가 바뀌고 있다. 한 반에 5~60명 넘는 학생이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고, 학교 종이 울리면 하교하던 시절은 옛말이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갈 곳 없는 아이는 학교에 남아 담임 선생님이 아닌 또 다른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밥을 주기 시작했고, 상담, 진로 탐색, 치유 등 공부 외의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의 기능이 커지면서 교육이나 학교 행정을 지원하는 수많은 직종이 생겨났다. 학교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만, 교원도, 공무원도 아닌 사람을 우리는 ‘교육공무직’이라고 부른다.

누군가 사람은 ‘혼자 와서 혼자 가는 존재’라고 했다. 그러나 사람은 ‘돌봄’과 뗄레야 뗄 수 없다. 태어나서부터 홀로 사는 사람은 없다. 가족이나 사회, 주변 누군가가 돌봐주기에 성장할 수 있다. 성장해서는 누군가를 돌보고 보살피기도 하며, 나이가 들면 다시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다.

특히 어린 시절, 즉 아동기에는 신체와 감정, 지능이 발달하고, 부모 및 또래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자존감이 생기고 사회화가 진행된다. 이 모든 게 누군가의 돌봄과 보살핌에 따라 좌우되며, 인간으로서 기초를 형성하는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아동기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많다.

아이를 키우는 역할은 본래 가정에서 했지만, 맞벌이 가정이 많아진 요즘 부모가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만 돌보기엔 어렵다. 이때, 학교가 끝난 아이와 함께하며 성장을 돕는 사람들이 바로 초등돌봄전담사다. 아이들의 말동무로, 선생님으로, 놀이와 활동을 지도하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아이들은 한 뼘씩 자라고 부모는 안심하고 일한다. 열한 번째 교육공무직 직종인터뷰로 경상북도 예천 호명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임미애 선생님을 만났다. 임 선생님은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 조합원이다.

예천 호명초 초등돌봄전담사 임미애 선생님
예천 호명초 초등돌봄전담사 임미애 선생님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경북 예천 호명초등학교 돌봄전담사 임미애입니다. 나이는 51살이고요. 돌봄전담사로 근무한 지는 15년 됐어요. 그전에는 은행에서 일했고요. 안동 시내에 있는 송현초등학교에서 일하다가 이곳으로 왔어요. 교육공무직으로 편입되기 이전, ‘보육실’로 운영할 때부터 근무했어요. 당시 보육실을 전국에서 몇몇 학교만 3년 정도 시범운영 하다가, 2010년도에 돌봄교실로 바뀐 거로 알고 있어요. 돌봄전담사라는 명칭도 없었고, ‘보육실 선생님’으로 불렸죠. 12시부터 6시까지 아이들과 함께 있어요.

Q. 돌봄교실에 오는 아이들은 몇 명이고, 그 안에서 어떤 활동이나 교육을 하나요?

25~30명 왔다 갔다 해요. 매년 거의 비슷해요. 주변이 신도시이다 보니 학교가 크고 학생들이 아주 많아요. 교실당 정원을 25명 내외로 정해놓고 있는데, ‘내외’라는 말이 29명까지도 가능하다는 의미가 되거든요. 전국적으로도 25명 내외일 거예요(기자 주 : 돌봄교실 인원이 25명 내외인 지역이 많지만, 경기도 등 몇몇 지역은 25명 ‘이내’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돌봄을 제공하고, 전담사들도 좋은 여건에서 일하려면 ‘내외’를 ‘이내’로 바꾸고, 인원 자체도 점차 줄이면서 인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3년 전에는 특수아동 포함해서 30명까지도 봤어요. 돌봄교실에는 주로 저학년 아이들이 와요. 호명초등학교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1학년만 해도 돌봄교실당 인원이 25명을 넘어요. 그래서 1학년만 봐요. 일반적으로는 1, 2학년 친구들이 오고, 작은 학교는 전 학년을 다 보기도 하죠.

학교마다 다르긴 한데, 돌봄교실에는 ‘무상 특별활동’이라고 해서 하루에 프로그램이 하나씩 들어와요. 호명초는 스피치나 창의수학, 만들기, 체육활동을 주로 해요.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거죠. 이 프로그램이 없으면 돌봄전담사가 계획부터 진행까지 모두 다 하고, 강사가 들어오면 주로 학생들이나 교실을 관리하고, 행정업무 등을 하죠. 방학 때는 강사가 와도 40분만 활동하고 가기 때문에 돌봄전담사가 활동을 주로 많이 진행해요.

다른 시도는 8시간 전일제로 근무하기도 하는데…

아이 보면서 돌봄교실 일을 하기에 6시간은 부족해

Q. 6시간 근무하는데, 휴게시간은 충분한가요? 업무시간이 부족하진 않나요?

경북은 3시간, 4시간, 5시간, 6시간 근무하는 돌봄전담사가 혼재돼있어요. 전국에서 가장 복잡할 거예요. 얼마 전에 교육청에서 돌봄전담사를 6시간 근무하게끔 공문을 내렸는데, 내용을 모호하게 해놓았어요. 출퇴근 시간을 12시부터 6시까지로 고정하라고 했고, 그마저도 학교장이 돌봄교실을 6시까지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면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까지 뒀거든요. 6시간으로 근무시간이 늘어나지 못한 분들이 많아요. 작은 학교는 6시까지 운영하기 어려워서 시간을 못 늘려주겠다는 학교도 있어요. 여전히 근무시간이 통합되지 않고 뒤죽박죽이죠.

다른 시도는 8시간 전일제로 근무하는 분들이 많은데, 경북은 없어요. 가장 길게 근무하는 사람이 6시간이죠. 그 안에 학생도 보고, 행정업무 하고, 교실도 관리해야 하죠. 호명초는 3개 교실이 있고, 제가 6시간 근무하고 나머지 2실, 3실 선생님들은 5시간 근무자였는데 이번에 6시간으로 확대됐어요.

이렇게 같은 학교 안에서도 근무시간이 다르다 보니, 전담사 선생님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가 있죠. 작년까지만 해도 2, 3실에서 마치고도 학교에 계속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 저한테 오기도 했거든요. 시간이 짧은 선생님은 ‘(시간이 긴 선생님이) 일을 더 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고요. 업무분장 등에서 불편한 점이 있어요.

아이들 보는 것 외의 행정업무로는 일단 아이들 간식을 주문해요. 교실에 필요한 비품도 주문하고, 제가 병가나 연가를 낼 때 대체인력을 구해야 하는데, 이때 서류를 갖춰서 결재하고, 특별활동 강사 임금 지급도 그렇고. 돌봄교실의 거의 모든 행정업무를 다 해요. 6시간 안에 이 일을 다 하려면 시간이 부족할 때가 있죠. 특히 일이 몰릴 때는 더 그래요. 학생들을 봐가면서 일하려면 헷갈리거나 버겁죠.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기도 해요. 학생 보는 시간과 업무시간이 분리돼있지 않아요. 근무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인데, 행정업무 보는 시간을 따로 보장해줬으면 해요.

휴게시간에는 제대로 못 쉬어요. 돌봄 직종이 현실적으로 휴게가 어려워요. 법적으로는 휴게시간 30분이 보장돼 있고, 우리 학교는 특별활동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지정해놓긴 했는데 온전히 쉬기 어렵죠. 학부모에게서 전화 오거나, 중간에 가는 학생에게 간식을 먹이고 귀가시켜야 하고요. 일이 계속 있죠.

또, 단시간 일하다 보니 임금도 급식비만 결근하지 않으면 전액 받고, 나머지 임금은 6/8로 비례해서 받아요. 언젠가는 명절휴가비를 전일제 근무자처럼 모두 다 줬더라고요. ‘내가 방학 때 8시간 근무하니까 줬나보다’ 생각했는데 다음 달에 행정실에서 잘못 줬다고 2시간분만큼을 환수해가더라고요.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과 조건은 학교마다 다르다. 같은 학교에서도 서로 일하는 시간이 다르다. 어떤 시도는 돌봄전담사의 근로계약서가 내용은 같은데 근무시간만 다르게 해서 9종이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 단시간으로 일하는 돌봄전담사가 있는 교실에서는 전담사가 더 일하고 싶어도, 아이가 더 있고 싶어 해도 빨리 끝난다. 돌봄전담사는 아이만 보는 게 아니라 돌봄교실의 온갖 행정업무도 한다. 기안과 품의를 올리고, 결재를 받는 것은 돌봄전담사의 몫이다. 8시간 전일제로 일하는 돌봄전담사도 행정업무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6시간 일하면서 행정업무를 그때그때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1990년대까지는 없었던 돌봄교실이 생긴 이유 중 하나는 여성이 경제활동에 점점 더 많이 참여하게 됐기 때문이다. 일하면서 아이를 안심하고 양육할 수 있게끔,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다.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학교는 모두 문을 닫고 비대면으로 수업했지만, 돌봄교실은 ‘긴급돌봄’이라는 이름으로 대면으로 열릴 정도였다. 출산율이 낮아져서 이런저런 대책이 발표되는 요즘, 돌봄교실을 강화하는 게 먼저 아닐까. 돌봄교실당 학생 수를 줄이고, 돌봄전담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시간을 줘야 한다.

Q. 최근 정부는 돌봄전담사가 저녁 8시까지 근무할 수도 있는 ‘늘봄학교’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벌이 부모가 자녀와 함께 있으려면 부모가 일찍 퇴근하는 게 맞죠. 어린 학생이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다면 아이들도, 부모도 누구도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늘봄학교를 새로 만들어봤자 돌봄교실과 중복되는 학생이 다수고, 관리자가 바뀌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거예요. 한다면 돌봄교실 안에서 보완해야죠. 근본적으로는 부모가 일찍 귀가하는 방법을 찾아야죠. 저도 집에 늦게 가면 힘들어요.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가족과 있을 시간도 부족하고요. 노동시간을 줄여야 해요.

정부가 발표한 늘봄학교 모델(출처 : 교육·돌봄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추진 방안(안))
정부가 발표한 늘봄학교 모델(출처 : 교육·돌봄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추진 방안(안))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가 늘봄학교 정책을 규탄하며 내건 현수막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가 늘봄학교 정책을 규탄하며 내건 현수막

정부는 올 1월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교육과 돌봄의 국가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취지는 좋으나, 아침돌봄을 도입하고 지역 여건과 수요에 따라 돌봄교실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하겠다는 정책 모두 ‘사람’에게 적용되며, ‘사람’이 하는 일이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아이들이 가정과 너무 많이 떨어져 지내는 것은 아닐까? 돌봄전담사 포함, 늘봄학교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교육공무직의 역할과 책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인력은 어느 정도로 충원할지, 행정업무는 어떻게 지원할지, 처우나 근무조건은 어떻게 개선하려고 하는지는 답이 없다. 돌봄전담사가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고 저녁 늦게까지 하는 노동은 과연 올바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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