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실적압박을 강요하며 근로기준법 위반까지 조장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용역업체를 규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용역업체 규탄 기자회견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용역업체 규탄 기자회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인당 75건의 전화응대를 설정하고 생산성을 강화하겠다며 5월 1일자부터 용역업체(협력사)의 평가지표를 변경했다. 여기서 ‘1인당’은 실제로 근무하는 인원이 아닌 공단과 용역업체가 계약한 ‘정원’을 말한다.

이은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1인당에는 연차나 생리휴가, 가족 돌봄 휴가, 단축 근로자를 포함하였고 전화를 받지 않는 관리자 인원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이건 건강보험 고객센터 위탁운영 업체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에서 확인이 되고 있다. 실제 출근하는 인원으로 산출한다면 1인당 101.4콜을 받아야 하고 이 콜을 받으려면 상담사는 하루 꼬박 8시간을 넘게 쉬지 않고 전화를 받아야만 한다”고 현실을 폭로했다.

또 “연차 등을 사용하면 출근한 상담노동자들이 출근하지 않은 인원의 전화량까지 처리해야 한다. 그러려면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잠깐 쉬지도 못한 채 전화를 받아야 한다. 용역업체는 공단이 정한 콜 수를 맞추기 위해서는 상담사들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많은 인원이 근무해서 최대한 전화를 많이 받게 해야 하니 근로기준법상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연차와 생리휴가를 사용하는데 눈치를 보게하고 사용에 제한을 두려고 한다”라며 “상담사들은 생활임금도 되지 않는 저임금을 받고 있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급여를 받기 위해 제대로 쉬지도 않고 전화를 받고 있는데 용역업체는 공단이 정한 숫자를 맞추기 위해 상담사에게 과도한 실적압박을 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김금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도급업체들을 앞세워 업체 평가기준표에 콜수 비중을 더 강화해 과열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옥죄어 공공성이란 본질을 잊고, 상담사들을 성과보수 노예로 만들어 치킨게임과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패배자로 낙인찍고 얼굴조차 제대로 못 들고 다니는 그런 삶을 만들고 있다”고 공단을 규탄했다.

권수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본부지회장은 “공단은 겉으로는 소속기관 전환을 위한 추진단을 꾸려서는 컨설팅 업체에 몇억을 쥐여주고 본부 고객센터의 정원을 대폭 줄이는 컨설팅 결과를 내어놓았다. 소속기관 전환에는 시간 끌기만 하고 있으면서 안으로는 본부센터에 지역 고객센터와 같은 일반 업무 수행할 인원을 충원한다고 채용공고를 냈다”라며 “우리 상담사들은 공공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이 제대로 운영되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콜 한콜 최선을 다해 상담하고 싶다. 그러나 공단도 도급업체도 건강보험 제도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보다는 보여주기식 콜수 늘리기만 하려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경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경인지회장은 “건강보험 상담사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기 단축 근무를 신청하면 인센티브도 근속 수당도 근무 요율에 따라 퍼센티지를 맞춰 지급한다. 회사는 도급비 청구를 못 하니 청구 한만큼만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육아기의 근로자는 휴직이나 단축 근무 관련하여 어떠한 불이익도 발생해서는 안된다. 협력사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아직 묵묵부답 답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건강보험의 상담사는 닭장 같은 상담석에 바글바글 앉아 8시간 꼬박 전화를 받는다. 협력사 평가표에 공단이 정한 상담사1인 만점이 75콜이다. 육아기 단축 근로자가 4시간만 일하고 퇴근하면 부족한 콜 수는 남아있는 상담사가 채워야 한다. 가족 돌봄 휴가로 출근하지 못한 상담사의 콜 수도 남아있는 상담사가 채워야 한다”라면서 “그러니 회사는 육아기 단축 근무도, 가족 돌봄 휴가도 사용 못 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는 결국 구조의 문제로 귀결된다. 협력사는 공단 KIP 달성을 위해, 회사 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한다. 호주기에는 건강검진도 받으면 안 되고, 코로나19 백신도 맞으면 안 되고, 연차도 가능하면 내지 말라고 한다”고 상황을 폭로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건강보험공단은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용역업체를 무의미한 실적 경쟁에 내몰아 상담사의 기본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또 상담 서비스의 질적 향상보다는 전화만 많이 받으라고 용역업체를 종용하고 사실상 연차 사용 등에 관한 법 위반을 조장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를 민간 용역업체에 맡겨두어 건강보험 상담업무에 대한 공공성은 내팽개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건강보험 제도의 최일선에서 국민과 맞닿아있는 고객센터를 하루빨리 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소속기관으로 전환하여 공적 영역에서 그 역할을 다 하게끔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상담사의 생계를 위협하고 생존권을 볼모로 잡는 용역업체의 각성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과도한 실적압박 즉각 중단, 용역업체의 근로기준법 위반 관리·감독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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