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신고하시라”, 건설노동자 “아무도 안오지 않나” 분노
12일, ‘건설산업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국회토론회 진행

12일 진행된 '건설산업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를 방청한 건설노동자가 토론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 건설노조 
12일 진행된 '건설산업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를 방청한 건설노동자가 토론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 건설노조 

지난 12일,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공동주최하는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연속토론회 3, 건설산업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이 날 토론회는 지난 4월 14일(건설산업 문제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과 4월 20일(건설산업 고용 문제와 해법은 무엇인가)에 이은 연속토론회의 마지막 순서로, 전날(11일) ‘민·정·당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후속대책’ 발표로 관심이 집중됐다.

양회동 열사 추모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토론회는 이내 격앙된 건설노동자의 목소리로 뒤덮였다. 토론자인 김상문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이 불법하도급 문제 해결에 대한 질문에 “신고하시라”고 답하자 방청한 건설노동자들이 “신고해도 안오지 않나”, “노동부, 국토부 아무도 안온다”, “신고하세요가 아니라 이미 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신고하고 왔다” 등 국토부의 실질적 단속은 외면한 태도에 강하게 항의했기 때문이다.

김상문 국토부 과장은 “불법하도급 없다고 얘기한 적 없다. 건설업계는 그렇게 얘기할 거라고 한거다. 실제 모든 불법하도급은 형식상 시공참여자 형태로, 십장들 상대로 이뤄지고 있기에 본인들과 무관하다고 얘기한다는 것이기에 오해하면 안 된다. 또 그런 부분에서 상납이 있든, 유용이 있든 이런 건 여러분들이 최고 많이 아니까 신고하시면 된다”면서 불법하도급 문제에 대해 국토부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하지 않은채 건설노동자들에게 신고하라고만 하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 전에 김 과장은 “건설업계는 불법하도급 없다고 한다. 일리가 있다. 법적으로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시공참여자, 팀장들까지가 끝인데 사실상 밑에 또 있는 거다. 회계상으로는 정당하게 한 것처럼 다 돼있다”면서 “어제(11일) 발표(민·당·정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후속대책)도 했는데, 전자카드제, 공사비 기준, 직불제 이것만 잘되면 다단계하도급 없어진다”. “특사경(특별사법경찰) 만든게 사측도 해당된다. 리베이트 주고, 누수되는 것 막는데 노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1일 발표된 후속대책에 대해서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건설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편향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며, 대책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결국 건설업의 본질적인 문제를 찾지 않은 무책임한 대책”이라며 “오히려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킬 사이비 대책일 따름”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날 토론회에서 문제가 됐던 국토부의 불법하도급 대책, 그리고 특사경 도입에 대해서는 “고용대책 없는 불법하도급 근절 방안은 아무런 대책도 아니”라며 “불법하도급의 본질인 고용문제에 관해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 없이 부실한 정보를 비교(후속대책에서 대책으로 발표한 건설산업정보망을 활용한 조기포착 시스템과 의심사례 발굴)해서는 불법하도급을 밝혀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결국 불법하도급을 근절하겠다는 어떠한 의지도 읽어낼 수 없다”고 평했다.

또한 김상문 국토부 과장이 언급한 특사경에 대해도 건설노조는 “이번 대책에서 도입하겠다고한 특사경 수사 대상 범죄 목록만 봐도 불법의 시정을 요구하는 건설노동자와 건설노조의 문제제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불법화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신설되는 모든 항목이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겨냥했다. 이번 대책은 건설사들에게 보내는 투명한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건설산업혁신, 고용구조개선을 위한 연속토론회의 마지막 순서로 '건설산업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 건설노조
건설산업혁신, 고용구조개선을 위한 연속토론회의 마지막 순서로 '건설산업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 건설노조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건설노조가 생기고 17년 동안 우리는 매년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위해 법과 제도를 바꿔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렇게 조금씩 바꿔오고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모든 행동력을 동원해 탄압하고 있다. 그리고 양회동 열사가 분신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건설노조가 탄압받고 있는 상황을 말했다. 이어 장 위원장은 “건설노동자의 고용을 이렇게 방치한 것은 정부와 국회다. 정부와 국회, 원청과 하청이 계속 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면 우리는 항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토론회 좌장으로 이날 사회를 진행한 우원식 의원은 “양회동 열사가 분신하는 상황 속에서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며 “불법적인 다단계하도급을 끊어내고 직접시공제로 바꾸고, 건설노동자들도 적정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노동자이 안전도 보장된다. 그것을 하자는 건설노동자들을 건폭이라는 이름까지 만들어 압박해 아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상황 속에서 책임감이 더 커진다. 양회동 열사의 죽음 앞에 다시 죄송스러운 마음을 표하고, 국회가 제대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건설산업 정상화를 위한 정부 및 노사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 건설노조
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건설산업 정상화를 위한 정부 및 노사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 건설노조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전문위원은 '모두의 제값 확보를 통한 건설산업 정상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 건설노조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진행한 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 교수와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전문위원은 각각 “(노란봉투법과 같은)노조할 권리를 보장해 초기업 교섭과 사회적 대화를 통한 건설혁신과 노동자 보호”와 “적정임금제 법개정과 기능인등급제 활용방안 법제화가 절실”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건설산업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그동안 중요해왔음을 발제하면서 “우리가 바꿔온 현장이 다시는 후퇴하지 않도록, 조금 더 나은 현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지금도 많은 요구를 하고 있다. 이게 바뀔 때까지 꽤 많은 노력을 할 것이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묵묵히 할 것이다. 오늘 참석한 전문가, 업계관계자, 국회의원 분들 불편할거다. 계속 불편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건설현장 바꾸는 일에 일조했으면 한다”면서 건설산업 혁신을 위한 종합대책이 수립되도록 노·사·전·정이 함께 노력해야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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