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추천대상에서 양대노총을 배제한 채 재정운영위를 강행해 양대노총이 강력한 항의에 나섰다. 양대노총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를 대표해 지난 20년간 역대 정권에 관계 없이 재정운영위에 참여해왔다. 양대노총 배제는 위원회 구성 이래 처음이다.

민주노총(위원장 양경수)은 한국노총과 함께 15일 오후 2시 2023년 12기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1차회의가 열린 서울 마포 서울가든호텔 회의장을 찾아 운영위 졸속 강행을 규탄 항의했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양대노총은 지난 20년간 어떤 보수정권에서도 배제되지 않고 직장가입자를 대표해 재정운영위 가입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런 양대노총을 운영위에서 배제하고 존재를 지우겠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윤석열 정권의 코드와 맞추겠다는 의도와 다르지 않다”라고 비판하며 “재정운영위 전체회의를 즉각 중단하고 운영위원을 재위촉해서 정상적으로 회의를 운영해야 한다”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는 병·의원 등 공급자 단체와의 요양급여비용의 계약을 비롯해 건강보험 재정 전반을 심의·의결하는 위원회로 건강보험 가입자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한 거버넌스다. 건강보험의 100조 원이 넘는 재정을 담당하고도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재정위 운영위원 추천공문을 130여 개 단위 노동조합에 직접 발송해 위원구성에서 양대노총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논란을 불렀다.

이날 양대노총의 해명 요구에 보건복지부와 재정운영위원회 간사가 내세운 노동조합 배제 이유는 ‘회계 관련 의무 준수 여부’였다. 즉, 양대노총이 윤석열 정권이 요구한대로 노조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이번 운영위 선정에서 배제했다는 것이다.

항의 피켓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이것은 국가행정체계에서 벌어진 명백한 차별”이라고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흥수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성위원장은 “정부는 헌법에 보장된 (노조할) 권리를 감시하기 위해 회계자료를 요청했다. 재정운영위는 건강보험의 재정을 판단하고 확인하는 자리인데, 법원에서 다투는 회계자료 제출 및 투명성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라고 날세게 비판했다.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오늘 회의가 끝나기 전 (운영위원 선정) 절차를 정상화하기 위한 문제를 기타 안건에 넣어 논의해야 한다. 벌써 두 명의 위원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자리를 떴다. 그것 자체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라면서 “양대노총이 직장가입자를 대표해 이 자리에 앉는 데는 이유가 있다. 300만 명의 직장가입자의 대표성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소위원회도 이런 식으로 구성하면 절대 안 된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손호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이에 대한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양대노총을 ‘노동조합법에 따른 법정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단체’로 규정하고 마치 양대노총이 법을 어겨 운영위 자격을 박탈했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노동자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양대노총의 강력한 항의로 본회의는 30여 분 지연돼 시작됐다. 회의에 앞서 한국노총 소속 단위노조에서 추천된 최미영(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 위원 등 두 명의 위원이 회의를 보이콧하며 항의서한을 운영위원회에 전달하고 자리를 떴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소속 강정현 위원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위원회 구성이 늦어져 실질적으로 5월 30일, 6월 1일 밤을 새가며 논의할 것 같은 그림이 그려지는데, 위원회 시작도 전에 이런 문제가 정리돼야 여기 앉은 운영위원들도 수긍하고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냐”라고 쓴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양대노총의 강력한 항의 속에서 이날 정상적인 회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보고안건만 처리한 뒤 오늘 회의 안건의 핵심이었던 소위원회 구성 및 소위원회 권한 위임 건은 처리하지 못한 채 차기회의로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