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언론노조, 공동 기자회견 “언론이 아니라 윤석열 애완견”
CCTV 영상 ‘독자제공’ 경위 따져야 ‘개인정보, 누설죄 위반 소지’
일반적 상상으로는 어려운 의혹 제기하면서 명백한 근거 제시 없어
취재과정에서 트라우마 시달리는 동료에 ‘분신 왜 안막았냐’ 괴롭힘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송승현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조선일보가 양회동 열사 분신 당시를 악의적으로 왜곡해 보도한 것을 두고,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조선일보는 최소한의 언론 윤리마저 져버린 동시에 인간으로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강하게 분노했다. 양회동 열사의 분신을 동료가 방조했다며 악의적으로 ‘의혹제기’한 왜곡 보도는 그 자체로 혐오범죄이자, 고인과 유족, 동료에 대한 2차 가해라면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의 분신에 대한 논점을 흐리게 만들기 위한 의도로, 노동자에 대한 혐오범죄이자 2차가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건설노조는 이같은 프레이밍에 휘말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거대언론 폭력으로 유가족과 건설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혐오범죄를 저지르고 2차 가해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애완견을 자처했다며 언론 자격이 없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16일 인터넷신문과 17일 지면을 통해, 양회동 열사의 분신 당시 영상을 입수해 편집 보도했다. ‘양회동 열사가 분신하는 곳에 노조 상급자 A씨(이하 건설노조 동료)가 있었음에도 말리기는커녕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멀리 떨어진 채로 방관했다’는 게 주된 기사의 내용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송승현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배현의 건설노조 법규국장이 조선일보에 보도된 CCTV 화면 및 실제 CCTV가 촬영 가능한 장면 등을 사례로 제시하며 조선일보의 악의보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우선 건설노조는 이에 대해 악선동의 정도가 넘어섰다고 일갈한 뒤, 건설노조 동료가 도착했을 때 열사는 이미 휘발성 물질을 몸과 주변에 뿌렸으며, 다른 한 손에는 라이터를 쥐고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가 ‘건설노조 동료가 휴대전화만 만졌다’고 한 대목에 대해서는, 이미 열사가 동료들에게 메신저로 자신의 결단을 미리 알려, 수많은 통화가 오고 가던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분주한 상황속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분신을 막으려고 노력한 것을 조선일보는 악의적으로 편집해 보도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기사가 인용한 ‘독자 제공’ 영상의 위치와 각도를 살펴본 결과, 춘천지방경찰청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건물 외부의 CCTV(폐쇄회로티비) 녹화 장면일 것이라고 건설노조는 특정했다. 이에 비추어봤을 때 영상 제공자는 단순 독자가 아니라 검찰과 경찰 또는 법원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건설노조 100인 변호인단 소속 신선아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건설노조 100인 변호인단 소속 신선아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건설노조 100인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신선아 변호사는 “조선일보는 건설노조 동료가 분신을 가만히 지켜보며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인간으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의혹 제기를 하려면 명백한 근거 있어야 있어야 하지만, 기사에는 CCTV로 확인되는 움직임과 익명처리된 목격자 진술이 있을 뿐, 고인과 동료가 나눈 대화들이 모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기사는 일부러 건설노조 동료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하는 익명의 목격자(기사상 B씨)의 인용만을 강조하는 등, 고의적으로 보이는 ‘행위’에 대해서만 진술하고, 건설노조 동료가 고인을 만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부분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전체 사실 중에서 일부 사실만 선별하고 부각하면서 악의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한 허위 보도라는 게 변호인단의 진술이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도 조선일보의 괴롭힘이 있었다고 건설노조는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 최훈민 기자는 사건 이후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목격자의 연락처를 알 수 없는 경위로 입수한 뒤, 집요하게 ‘왜 막지 못했냐’가 아니라 ‘왜 막지 않았냐’고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접근을 해서 답변을 유도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한 건설노조 동료와 취재요청을 받고 현장에 왔던 YTN 취재진 등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심리상담 등의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노조 100인 변호인단은 해당 기사와 관련해 허위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 명예훼손 고소 및 기사 삭제, 정정 보도 청구 등을 할 예정이다. 정신적 충격이 큰 유족과 건설노조 동료에게 근거 없는 왜곡 보도를 통해 정신적 고통을 한층 가중한 부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CCTV 영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일보 기사상 ‘독자제공’ 장면을 누구로부터 어디서 넘겨받았는지도 확인해 위법성을 따지겠다고도 했다. 이를 검찰 측 직원이 넘긴 거라고 한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고, 경찰 등 수사기관이 넘긴 거라고 한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될 소지가 있다고 신 변호사는 전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건설노조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건설노조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아놓고 그들과 함께하는 언론 권력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는 혐오 범죄를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저지르고 있다. 조선일보의 어제 보도는 검찰과 경찰로부터 자료를 받아 작성된 것이라고 것이라는 정황이 여러 가지 있다”며 “수사당국은 당사자의 동의도 받지 않는 자료를 조선일보에 넘겨 왜곡 선동할 목적으로 사용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며 윤석열 정권의 사과를 받아낼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짧게 전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우선 기자회견에 참가한 건설노조 조합원들에게 “아무도 사과하지 않으니, 언론인으로서 저라도 사과드린다. 양회동 조합원 동지와 그 주변 동지들, 가장 마음 아프실 유족께 사죄한다”며 허리를 굽혀 사과한 뒤, 이내 눈물을 보였다.

윤 위원장은 “사실확인조차 없이 쓰여진 조선일보의 처참한 보도는 스스로가 내세우는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을 정면 위배했을 뿐 아니라,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을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다. 기본적인 원칙을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노조혐오 정서를 확산시키고 사용자들의 이해를 일반적으로 대변하기 위한 치열한 공작이라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더해 “언론노동자들에게 호소한다. 인간을 혐오하는 반인륜적 직업활동을 언론의 이름으로 하지마시라. 언론을 내걸고 다른 노동자를 짓밟고 위협하고 혐오하고 죽음마저도 왜곡하는 행위가 조선일보 노동자들이 지향하는 언론 윤리인지 묻고 싶다. 조선일보의 엄정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한다”고 외쳤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유감을 표하기에 앞서 언론인으로서 죄책감을 느낀다며 울음을 참고 있다. ⓒ 송승현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유감을 표하기에 앞서 언론인으로서 죄책감을 느낀다며 울음을 참고 있다. ⓒ 송승현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언론인으로서 죄책감을 느낀다며 조선일보를 대신해 사과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언론인으로서 죄책감을 느낀다며 조선일보를 대신해 사과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미성 건설노조 부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도중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 송승현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11시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미성 건설노조 부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도중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 송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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