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자영업자, 사측 모두 고려한 노조 제안도 묵살하는 배민
배달플랫폼노조 단식농성에 이은 석가탄신일 2차 파업 선언
9년째 동결된 기본수수료, 위험 유도 프로모션...교섭으로 업계 구조 고쳐야

석가탄신일인 오는 27일, 배달플랫폼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5일 어린이날 경고파업에 이은 2차파업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위원장 홍창의)는 26일 오전 10시 배민라이더 운영업체인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가탄신일 배민라이더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배달플랫폼노조 배달의민족 라이더 2차 파업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달의민족 라이더 2차 파업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비스연맹

라이더들이 ‘대목’인 5월의 두 연휴를 모두 포기하고 파업에 나서는 건 업계 최하위 기본수수료로 배민라이더의 생계가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배민 라이더의 기본 배달료는 건당 3,000원으로 9년째 동결상태다. 업계 최하위다. 노조는 2023년 교섭안에 기본수수료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사측이 “기본수수료는 10원도 인상할 이유가 없다”고 버티면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교섭 진전을 위해 지난 1일부터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어린이날에는 배민라이더 3,000명이 총파업을 결행했고, 16일부터는 홍창의 위원장과 김정훈 배민분과장이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배민 사측의 입장에 변화가 없자 예고한대로 2차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단식 11일차인 홍창의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언제까지 하루 13시간, 14시간 배달하는 배달기계로 살 수는 없지 않느냐”라며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수수료 인상으로 라이더 수익을 보장할 것으로 요구했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이 배달노동자 생계 보장을 위한 기본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이 배달노동자 생계 보장을 위한 기본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 서비스연맹

“라이더가 언제까지나,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안전에 상관없이 프로모션 덕분에 건당 단가가 오른 것만 반기며 오토바이 시동을 켤 수는 없지 않습니까?”

홍창의 위원장은 라며 배민의 너무 낮은 기본수수료가 라이더를 위험노동과 장시간노동으로 유도한다고 규탄했다. 또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라이더의 요구를 사측이 진지하게 듣고 결단하기를 촉구하며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김정훈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이 진전 없는 사측 교섭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 서비스연맹
김정훈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이 진전 없는 사측 교섭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 서비스연맹

“배민 측은 9년간 꾸준히 자영업자, 소비자에게 받는 배달비를 인상해 축적해놓고 프로모션으로 라이더들에게 지급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프로모션이 1년 중 며칠이나 있을까요?”

김정훈 분과장은 9년째 라이더 기본배달료 동결에 대한 배민 측 설명과 경영 방식이 라이더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민 라이더의 임금 수준은 점점 악화돼 현재는 팬데믹 이전인 18년, 19년보다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분과장은 배민의 지나친 이윤 추구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배달노동자를 취약계층으로 만들지 말라고 요구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배달플랫폼업계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 서비스연맹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배달플랫폼업계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 서비스연맹

“현재 노동조합이 사측에 요구하는 것들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입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배달노동자들이 수입을 포기하고 황금연휴 연이은 파업을 결행하게 된 원인을 진단하고 노동조합의 요구가 왜 합당한지 설명했다. “물가인상률만큼 올려 달라는 게 아니다, 9년 동안 100원 한 푼 만큼도 올려본 적 없던 기본배달료를 조금만 올려 달라는 요구다” 라며 그간 배민의 기본수수료 동결이 비정상적이었음을 지적했다.

또 노조의 요구안이 코로나 엔데믹으로 바뀐 시장 상황, 고객과 자영업자들의 사정 등을 고려해 제시되었음도 강조했다. “배달노동자들은 작년 대비 매출 3조원 전후, 15% 영업이익을 올린 배민이 독식하지 말고 조금만 나누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뿐”이라며 이게 무리한 요구냐고 재차 질문했다.

강 위원장은 배달플랫폼 업계에 뿌리 박힌 프로모션제도 역시 비판했다. “위험할 때 배달료를 더 얹어 주는 제도 때문에 배달노동자들이 목숨을 건 노동에 나서는데도 사측이 프로모션으로 위험한 노동을 독려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다”라며 기본배달료 인상, 위험 강요 프로모션 제도 수정, 지방 차별 기본료 문제 일체를 교섭 테이블에 올리고 노사가 함께 지혜를 모으자고 촉구했다.

김광호 배달플랫폼노조 인천지부장이 배달노동자 장시간 노동 현실과 맞지 않는 배민 경영 방침을 규탄하고 있다. ⓒ 서비스연맹
김광호 배달플랫폼노조 인천지부장이 배달노동자 장시간 노동 현실과 맞지 않는 배민 경영 방침을 규탄하고 있다. ⓒ 서비스연맹

“단식에 돌입한 이유는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김광호 배달플랫폼노조 인천지부장은 홍 위원장과 김 분과장의 단식이 배달노동자 전체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알렸다. “일감 부족으로 길거리에서 헤매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뙤약볕 아래 12시간, 13시간, 14시간 밥도 먹지 않고 오토바이를 모는 것이 배달노동자의 일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김 지부장은 “이런 상황에도 배민은 계속 라이더 모집 이벤트를 진행하는 한편, 송파에서 인천까지도 배달 가능하게 하겠다는 등 비현실적인 교섭안만 제시하고 있다”며, 사측이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사측이 배달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한 3차, 4차 파업으로 계속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배달플랫폼 기자회견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 기자회견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 서비스연맹

마지막으로 홍현덕 배달플랫폼노조 사무처장이 이후 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노조는 27일 배민라이더 파업을 진행하며 소비자에게도 주문 파업 동참을 요청했다. 27일 오후 2시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 농성장에서 간부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31일 저녁 7시에는 역시 농성장에서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4차 촛불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배민의 막대한 영업이익과 라이더 희생, 배민의 실체를 알리는 대국민 지하철 선전전도 진행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비스연맹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 기자회견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 기자회견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 서비스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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