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할 '노동기본권 보장 10대 요구안' 제시

산업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가 대한의사협회 등을 상대로 규모가 작은 병원·의원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하자고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3일 오전 용산구 이촌로에 있는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협회들이 중소병원·의원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섭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무이자, 불평등·양극화 해소, 격차와 차별 해소,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해소와 노동 존중,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정의로운 사회 대전환을 위한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 보건의료노조는 5월 23일 오전 용산구 이촌로에 있는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병원·의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을 하자고 요구했다. ⓒ 강연배
▲ 보건의료노조는 5월 23일 오전 용산구 이촌로에 있는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병원·의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을 하자고 요구했다. ⓒ 강연배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월 10일(수) 의협·치협·한의협·병협에 노동기본권교섭 요청 공문을 발송하면서 "5월 23일(화) 09:30 대한의사협회 회의실에서 1차 노동기본권교섭(상견례)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4개 의료단체는 22일 오전까지 노동 기본권교섭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가 추진하는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를 위한 노동기본권교섭은 노동조합이 있든 없든 규모가 크든 작든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교섭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보건의료노조는 △최소한 생활임금이 보장되는 기본임금 보장 △관공서 공휴일과 노동절을 유급휴일로 보장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를 수당으로 보상 △보수교육 유급 보장과 보수교육비 지원 △임산부 보호 △의료기관 내 폭력 및 괴롭힘 금지 △면허·자격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업무 지시 금지 △유급병가 보장 △경조휴가 부여 △유급 감정노동휴가 부여를 요구한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취지 발언을 통해 "2022년 처음으로 노동기본권교섭을 시작했고, 올해가 2년차 이다, 작년 2022년에 6차례 노동기본권교섭을 요청했지만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더니, 오늘 오전 9시 30분, 1차 교섭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 4개 의료단체는 회원사인 의료기관의 운영과 발전을 위한 각종 회의와 대화기구에는 적극적으로 참가하면서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한 대화와 교섭은 거부하는 것은 이율 배반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특히"우리나라 최상층 지위를 누리고 있는 의사와 의료기관의 사적 이익만 챙기지 말고, 모든 의료기관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사회공익적 책무를 다하라"고 강조했다.

▲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 ⓒ 강연배
▲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 ⓒ 강연배

중소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우시은 작업치료사는"병원은 다년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높은 치료사가 있다고 홍보를 하지만 실제로는 근속와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임금인상도 없다"며,"2016년도에 입사했지만 7년 동안 월 만원도 인상되지 않았고 근속과 경력에 대한 수당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네이버에 "물리치료에 관한 작은 메모장"이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박승주 물리치료사는 2021년부터 회원들의 고충과 어려움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회원들은"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3년 또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국가에서 발급하는 면허증을 발급받았는데,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현실에 대해서 분노스럽고 자괴감이 든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적정한 연봉 수준을 정해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가 아프거나 다쳐서 연차휴가를 가야만 하는데, 본인이 직접 나서서 대체인력을 구하지 않으면 연차를 가기 어려운 현실에 괴롭고, 심한 자괴감이 든다"는 발언을 소개하고 이러한 상황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는 최고연봉, 간호조무사는 최저임금!

김정숙 간호조무사는 병원이나 의원에서 일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동료들은"모친상을 당해도 당사자가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그분에게 비용을 주어야 한다, 출산휴가는 있지만 눈치보여서 의원을 그만두어야 한다, 원장의 지시엔 무엇이든 해야 하고 원장의 개인 심부름까지도 해야 하는 잡부로 취급받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 보건의료노조는 5월 23일 오전 용산구 이촌로에 있는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병원·의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을 하자고 요구했다. ⓒ 강연배
▲ 보건의료노조는 5월 23일 오전 용산구 이촌로에 있는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병원·의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을 하자고 요구했다. ⓒ 강연배

또한 "대놓고 간호조무사는 널렸다면서 언제든 나가도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인력이라고 취급하거나 탈의실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경우, 환자들로부터의 폭언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지쳐도 쉴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낮은 임금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고 소개했다. "개원의의 연봉은 연 3억원에 가깝고 전체 의사연봉은 2억3천여만원인데 의원은 대부분 원장의사와 간호조무사로 구성된 경우가 많지만 함께 일하는 간호조무사의 임금은 2400여만원으로 1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의료전문직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할 기준임금과 노동기본권 보장 10대 요구를 대한의사협회 측에 직접 전달하려고 했으나 협회측에서 거부하여 현관문에 요구안을 부착한 뒤 해산했다.

▲ 공문 접수를 거부하는 대한의사협회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의료전문직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할 기준임금과 노동기본권 보장 10대 요구를 대한의사협회 측에 직접 전달하려고 했으나 협회측에서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 강연배
▲ 공문 접수를 거부하는 대한의사협회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의료전문직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할 기준임금과 노동기본권 보장 10대 요구를 대한의사협회 측에 직접 전달하려고 했으나 협회측에서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 강연배

이들의 10대 요구안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기본임금) 다음과 같이 기본임금을 보장한다.

① (기본급) 기본급은 각 지방자치 조례 제정에 따른 생활임금 중 가장 높은 생활임금을 적용한다,

1. 2023년 시급 : 11,930원

2. 2023년 기본급 : 2,493,370원

② (면허수당 및 자격수당)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면허나 자격이 있을 경우 면허수당 및 자격수당을 다음과 같이 지급한다,

1. 면허수당 : 월 200,000원

2. 자격수당 : 월 50,000원

③ (경력수당) 신규채용자의 경력을 산정할 때 동급 이상의 경력이 있는 경우 다음과 같이 경력수당을 지급한다,

1. 1년 이상 ~ 5년 미만 : 3만원

2. 5년 이상 ~ 10년 미만 : 5만원

3. 10년 이상 : 10만원

④ (근속수당) 1년 이상 근속하는 직원에게 매월 2만원의 근속수당을 지급하고, 매년 2만원씩 인상하여 지급한다.

⑤ (식대)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에게 식사를 현물로 제공한다,

⑥ (법정수당 및 퇴직금) 포괄임금제를 시행하지 않으며,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한다.

2. (유급휴일) 주휴일, 관공서 공휴일, 노동절을 유급휴일로 보장한다.

3. (연차유급휴가)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부여하고,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는 수당으로 보상한다.

4. (보수교육) 의료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 수행을 위한 보수교육을 유급으로 보장하고, 보수교육비를 지원한다.

5. (임산부 보호) 다음과 같이 임산부를 보호한다.

① 임신 중이거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임산부)에게 야간근무와 연장근로·휴일근로 및 유해·위험 업무를 시키지 않는다.

② 임신 중의 여성에게 출산 전과 출산 후를 통하여 90일(한 번에 둘 이상 자녀를 임신한 경우에는 12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부여한다.

③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 직원이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면 허용한다.

6. (의료기관 내 폭력 및 괴롭힘 금지) 의료기관 내 폭언, 폭행, 성희롱, 성폭력을 금지한다.

① 업무상 사용자, 의사, 상급자, 동료, 하급자, 환자 및 보호자, 업무와 관련한 제3자 등으로부터 성적 굴욕감·혐오감, 모욕감과 위협감 등을 느끼게 하거나 신체적·정신적으로 공격하는 모든 종류의 직접적·간접적 폭력행위를 금지한다.

②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7. (업무범위 명확화) 면허·자격에 따른 업무 범위를 명확히 정하며, 면허·자격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지시하지 않는다.

8. (병가) 직원이 질병 또는 부상을 입었을 때 연간 30일 이내 범위에서 유급병가를 부여한다.

9. (경조휴가) 다음과 같이 유급 경조휴가를 부여한다. (단, 토·일요일, 관공서 공휴일, 노동절 제외)

① 본인의 결혼 : 5일

② 자녀의 결혼 : 2일

③ 본인․배우자의 부모 또는 배우자의 사망 : 5일

④ 본인․배우자의 조부모 또는 외조부모의 사망 : 3일

⑤ 자녀 또는 그 자녀의 배우자의 사망 : 3일

⑥ 본인․배우자의 형제․자매 사망 : 3일

10. (감정노동휴가) 환자·보호자를 상대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의 특성상 발생하는 감정노동을 해소하고, 건강한 노동을 보장하기 위해 연 2일의 유급 감정노동휴가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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