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 2023.4.21. 선고 2021나66447 판결
업무특성과 업무량에 따라 조기출근 내지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
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사례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4. 13. 선고 2020가합113905 판결

※ 답답한 노동 현실을 풀어가려면 문제의 원인을 알고 해독할 방법도 찾아야 합니다. 노동법률 디톡스가 해독제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서른두 번째 디톡스는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지급된 월례비와 장시간 노동 조장하는 윤석열 정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 –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의 문제점-에 대해 풀어드리겠습니다.

디톡스로고
디톡스로고

주류 도매업을 영위하는 회사 A는 운송업을 하는 회사 B와의 사이에 주류 납품을 위한 차량을 운전하는 ‘용역사원’을 조달받기로 하는 배송용역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화물차량 운전기사인 원고는 B와 관리운송계약을 체결하고, 회사 A 소유로 등록되어 있는 화물차량을 관리하되 36개월에 나누어 월부금을 지급하고 이후 소유권을 취득하기로 한 뒤, A의 주류를 운반하는 업무만을 약 14년 간 수행하였습니다.

원고는 14년 간 정해진 시간에 피고 A의 사업장으로 출근하여 A가 작성한 일정표에 따라 매일 달라지는 배송지로 물품을 운송하였고, 운송에 소요되는 통행료, 유류비는 A로부터 지급받았습니다. 원고에게 지급되는 월 보수는 운송료, 월수리비, 통신비, 차량유지비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매월 고정급 362만 원을 지급받았고, 이는 A가 B에게 지급한 380만 원에서 B가 행정비 및 알선료 등 명목으로 18만 원을 공제하고 원고에게 그대로 지급한 금원입니다.

제1심 법원은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고 원청인 A가 원고에 대하여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원고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였고, A는 이에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 역시 A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특히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청과 근로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기 위하여 하청업체는 ‘사업주로서 독자성, 독립성을 결하여 형식적, 명목적 존재로서 노무대행기관 정도에 불과한 역할을 하였어야’합니다. 이 사건에서 회사 B는 회사 A에게 용역사원을 조달하는 것 외에도 다른 거래처를 두고 운송업 등을 하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회사 B가 최소한 ‘원고, 회사 A, 회사 B의 삼자관계 내’에서는 사업주로서 독자성, 독립성을 결하였으므로 원고와 회사 A의 묵시적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된다고 본 것입니다. (2) 변론 과정에서 회사 A는 원고가 회사 A에 전속되어 있지 않고 다른 운송 업무를 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의 업무내용 내지 업무량은 회사 A가 하루 전에 통보하는 배차계획에 따라 정해졌다는 점을 고려, 가사 다른 운송 업무를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회사 A의 업무를 제외한 다른 운송 업무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였고, 다른 업무를 할 수 있었다는 추상적인 가능성만으로 근로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설시하였습니다.

 

업무특성과 업무량에 따라 조기출근 내지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 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사례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4. 13. 선고 2020가합113905 판결>

1. 사건의 개요
원고들은 피고 병원에서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원무팀, 약제팀에서 근무하는 통상근무자들(원고 A그룹)과, 간호부에 속한 교대근무자들(원고 B그룹)입니다. 원고 A그룹의 취업규칙상 근로시간은 점심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일 8시간으로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 특성으로 인해 점심시간 1시간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당직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점심시간 중 30분을 근무하였습니다. 원고 B그룹은 3교대 시 환복과 인수인계를 위하여 근무시간표에 적힌 시간보다 30분 이상 일찍 출근하거나 연장근로를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각 조기출근 및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 및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하였습니다.

2. 쟁점
원고 A, B그룹이 조기출근 및 연장근로한 시간을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는지가 주된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 A그룹에 대하여, 피고는 점심시간에 근로할 것을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원고들이 자발적으로 당직 근무를 선 것이고, 원고들이 번갈아가며 점심식사를 한 뒤 점심시간 이후에라도 휴게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습니다. 원고 B그룹에 대하여는 원고들이 인수인계 등을 위하여 일찍 출근을 한 적이 없고, 시스템 로그인이 시업시각 전에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각자 일찍 출근한 것에 불과할 뿐 근로시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습니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법원은 원고 A그룹에 대하여 점심시간 중의 당직근무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원고 B그룹의 환복 및 인수인계에 필요한 30분의 근무준비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먼저 A그룹에 관하여, A그룹이 근무하는 부서에서는 점심시간에도 연속적으로 고객들에 대한 업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업무 특성과 업무량으로 인해 원고들이 순번을 정하여 점심시간 중 일부를 당직근무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퇴근 시까지 이를 보상하기 위한 별도의 휴게시간을 두고 있지도 않은 점을 고려하면, 당직근무에 대한 관리 감독이 내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피고 병원 역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B그룹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업무 특성상 근로자들이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를 정확하게 받고 의사에게 보고해야 했던 점이 주요 근거가 되었습니다. 간호사인 B그룹은 3교대로 근무하고 있는데 서로 중복되는 시간대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조기출근 등이 불가피하였고, 사용자 측 증인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조기출근이 이미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의무화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부여한 업무 특성과 업무량으로 인해 온전히 휴게시간을 누리지 못하거나 소정근로시간을 전후하여 연장근로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명시적으로 지시한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 특성과 업무량으로 인해 연장근로등이 관행화되어 있는 경우 역시도 근로시간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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