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 오전 광주 전일빌딩 4층서 진행… 광주시민사회단체 함께 해
환자가 청소, 배식, 의료보조 행위까지 “시립 공공병원 맞나”
임금삭감 위해 보호사 노동시간 줄이고 휴게시간 보장하는 척 꼼수
정신병동 통합운영한다면서 인력 감축…간호사 1인당 환자 100명
위탁운영 맡기고 사태 방치한 광주시의 무책임한 태도도 도마에 올라

보건의료노조 광주시립요양정신병원지부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지 6일째에 접어드는 가운데,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가 <광주시립 제1요양·정신병원 노동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증언대회에서는 올 2월부터 광주시립 제1요양·정신병원을 위탁 경영하는 빛고을의료재단이 불법해고와 단체협약 승계 거부 등으로 노동권을 탄압하는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인권과 건강권까지 위협하고 있는 행태가 드러났다.

6/20 오전 광주 전일빌딩 4층, 광주시립 제1요양·정신병원 노동자 증언대회 ⓒ 박슬기 기자(보건의료노조)
6/20 오전 광주 전일빌딩 4층, 광주시립 제1요양·정신병원 노동자 증언대회 ⓒ 박슬기 기자(보건의료노조)

증언자로 참석한 조합원들은 관행적으로 이어져온 부적절한 병원 운영 방식과 위탁 기관 변경으로 더욱 악화된 노동현실을 폭로했다. 환자에게 건물 청소, 배식 심지어 의료보조 행위까지 하게 하며 인력부족의 책임을 전가하는가 하면, 임금삭감을 위해 보호사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척 꼼수를 쓰거나 정신병동 간호사에게는 1명당 환자 100명을 돌보게 했다. 공공병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기가 막힌 실태가 터져나왔다.

김경일 조합원은 “빛고을의료재단이 인건비를 절감하려고 보호사의 노동시간을 축소하고 휴게 시간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환자들의 취침시간이 되기도 전에 보호사들은 휴게실로 들어가 강제로 잠을 자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처한다. 그 사이 환자들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또 바로 나가서 업무를 할수 밖에 없다”면서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척하면서 수당없이 근무를 하게 되는 상황을 설명했다.

증언을 위해 참석한 광주시립요양정신병원지부 조합원들 ⓒ 박슬기 기자(보건의료노조)
증언을 위해 참석한 광주시립요양정신병원지부 조합원들 ⓒ 박슬기 기자(보건의료노조)

김하늘 조합원은 “원래 정신병원은 한 병동에 50병상씩 4병동으로 구성되어있고 병동 당 간호사 1명과 보호사 1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빛고을재단이 이를 통합운영한다면서 2개 병동을 통합하여 100병상에 간호사 1명과 보호사 2명을 배치했다. 간호사 한 명이 환자 100명을 돌보게 하는 만행이 이루어진 것”이라 고발했다. “취침 전 투약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휴게시간 확대로 보호사들 마저 없으면 약을 삼키지 않거나 약을 숨기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간호사 혼자서 수십명의 투약 과정을 지켜봐야하는 사태까지 발생한다”고 밝혔다.

박가연 광주시립요양정신병원지부 비대위원장은 환자들이 배식, 청소에 동원되고 심지어 의료보조행위까지하는 실태를 폭로했다.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각각 건물이 있다. 이렇게 넓은 건물을 청소하는 인력이 3명뿐이다. 인력이 부족하니 ‘일상생활 훈련 프로그램’을 가장해 정신병동 환자들에게 건물 청소를 하게 한다. 또 환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는 배식도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환자가 의료보조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데, 환자가 다른 환자의 혈압을 재거나 목욕을 시켜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가연 광주시립요양정신병원지부 비대위원장 ⓒ 박슬기 기자(보건의료노조)
박가연 광주시립요양정신병원지부 비대위원장 ⓒ 박슬기 기자(보건의료노조)

증언대회에는 김승연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지부장도 참가했다. 김승연 지부장은 “제2시립요양병원은 2013년 개원당시부터 전남대병원이 위탁운영하며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었는데, 공공의료 사업은 그 특성상 확산 적자 발생이 불가피함에도 광주시는 오히려 방만한 경영을 했다고 몰아세우고, 노사 갈등을 유발시키는 등 그 역할과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증언해 광주시의 무책임한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곽경선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취지발언을 통해 “공립요양병원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춰주길 바란다”면서 “전체 요양병원 중 공립 요양병원은 5.5% 밖에 되지 않는데 대부분 위탁경영을 하고 있으며 민간 위탁을 할 경우 공공병원 다운 역할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립요양병원은 중증환자 치료와 지역 커뮤니티케어의 가교역할을 하는 곳이다. 인력에 대한 적극 투자가 필요한데 당장 빛고을의료재단도 위탁경영을 맡자마자 67억 적자를 운운하며 인건비 포지션을 줄이는게 목표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광주시립요양정신병원지부의 파업투쟁을 ‘공립요양병원의 역할을 확대하고 시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싸움’으로 봐달라고도 당부했다.

전면파업 6일차,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병원 로비서 농성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조합원들 ⓒ 박슬기 기자(보건의료노조)
전면파업 6일차,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병원 로비서 농성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조합원들 ⓒ 박슬기 기자(보건의료노조)

한편, 광주시립요양정신병원지부는 지난 15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으며 부당해고 철회와 단체협약 승계, 광주시의 관리감독과 지원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측은  6차례에 이르는 교섭과 3차례의 조정회의에도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다가 지부가 파업에 돌입하자 직장폐쇄를 했다. 지부는 병원로비에서 농성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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