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만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조차 포기
최저임금 외에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현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저임금 대폭인상 절실

“2,000원”, “반지 도둑”, “돌발상황”, “아이스크림”, “노후보장”이 말들은 모두 최저임금 노동자가 적어낸 키워드였다. 서비스연맹은 지난 5월 26일부터 6월 21일까지 약 한 달간 김수정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이 직접 최저임금 노동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김수정이 간다” 라는 간담회 사업을 진행했다. 최저임금 하면 떠오르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비롯해 마트 노동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가전 방문점검 노동자와 돌봄서비스 노동자까지 모두 다섯 영역의 노동자를 만나 그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들어봤다. 

김수정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은 최저임금 노동자를 직접 만나며 생활에 대한 현실을 직접 들어봤다. 
김수정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은 최저임금 노동자를 직접 만나며 생활에 대한 현실을 직접 들어봤다. 

2,000원 

한 대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이야기한 키워드는 “2,000원”이었다. 2,000원은 바로 어제 먹은 점심값을 말하는 것이었다.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지지는 않지만, 학업과 생활을 병행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에게 9천 원, 1만 원 정도 하는 식당 밥은 사치로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하면 떠올리는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등은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대다수 최저임금이라고 했다. 간담회에 참가한 대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기본적인 주거나 등록금 등을 해결하기 위해 배움과 경험을 포기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있다고 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아르바이트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더 많은 노동시간을 강요하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의 아르바이트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더 많은 노동시간을 강요하고 있다

반지도둑

간담회에 참가한 돌봄서비스 노동자는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큰 문제로 인식했다. 최소한의 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실례가 반지 도둑 사건이었다. 돌봄을 받는 어르신이 어느 날 반지를 잃어버렸다며 곧바로 돌봄 노동자를 의심했고, 어르신의 가족들에게 무수한 추궁을 당한 사건이었다. 며칠 후 반지는 다른 곳에서 찾게 됐지만 돌봄 노동자에게 사과하는 이는 없었다. 이런 사례뿐만 아니라 하대와 욕설 등 인권 침해가 비일비재한 현장이지만 이를 막을 장치도 없을 뿐 더러 돌봄 노동의 가치를 나타낼 임금조차 최저임금 수준이라는 것이 돌봄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최저임금의 급여로는 전세 대출 이자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들은 최저임금이 올라서 노후대책을 세워보고 싶다는 것이 소망이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가 보여주는 것처럼 돌봄 노동의 가치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가 보여주는 것처럼 돌봄 노동의 가치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돌발상황

특수교육 실무사로 일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는 일의 특성상 아이들에 의해 다치는 경우가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했다. 이런 돌발상황에 대한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일하다 생기는 사고에 대한 보상조차 없다는 것 또한 큰 문제다. 간담회에 참가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 외에 위험수당 같은 것이 없다 보니 아주 심각한 상태가 아니면 참거나, 밴드 붙이는 것으로 넘어간다고 했다. 김수정 위원 역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다 보니 이런 상황에 공감하며 공공기관에서조차 싼 비용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하고 있다며 학교 현장의 노동 현실을 개탄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일하다 다치는 것에 대한 보호도, 보상도 없는 상태에서 참는 것이 일상화돼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일하다 다치는 것에 대한 보호도, 보상도 없는 상태에서 참는 것이 일상화돼있다,.

아이스크림

직접적인 최저임금 노동자라고 보긴 어렵지만 최저임금 수준에도 모자라는 급여로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 바로 특수고용노동자인데 그 중 가정에 직접 방문해 설치된 가전제품을 점검해주는 가전방문점검 노동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이 들은 여타 노동자들보다 오히려 더 많은 대기시간과 준비시간, 이동 시간이 노동에 포함되지만 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그나마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코웨이에서조차 점검 시간 외 노동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면 점검 수수료에 모두 녹아있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가한 노동자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이런 사측의 태도를 아이스크림이라고 표현한다고 했다. 이들의 노동시간은 주40~50시간이지만 급여는 150만 원 정도 되는 수준에다가 차량 유지비, 업무 휴대폰 구매 등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 꿈도 못 꿀 이야기다. 

가전방문점검 노동자는 일에 필요한 모든 걸 자부담하지만, 정작 사측은 노동시간 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가전방문점검 노동자는 일에 필요한 모든 걸 자부담하지만, 정작 사측은 노동시간 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노후보장

마트 노동자는 오랜 시간 최저임금 노동자로 알려져 왔고, 실제로 급여 수준이 여전히 최저임금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마트 노동의 특성상 근골격계 질환에 많이 시달리는 편인데 제때 치료를 못 받는 노동자가 많다고 했다. 여러 번 치료를 받아야 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있는 데다,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마트 노동자 중에는 50대가 많은 편인데 건강과 노후를 생각해야 할 나이임에도 오히려 각종 보장을 포기하고 대출 상환이 1순위가 돼버린 현실 때문에 노후보장이란 단어는 이미 잊어버린 단어가 됐다. 간담회에 참가한 한 마트 노동자는 최저임금이 대폭 올라도 여전히 대출 상환에 돈을 더 쓸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대한민국 노동자에게 금리 인상, 물가 인상은 큰 부담이다. 

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마트 노동자가 가정 먼저 포기하는 것은 노후대책이었다.
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마트 노동자가 가정 먼저 포기하는 것은 노후대책이었다.

이렇게 최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을 접한 서비스연맹은 이미 실시한 최저임금 노동자 1,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최저임금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투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7월 3일부터 시작되는 특수고용노동자 실질임금 인상을 위한 총파업 대회를 시작으로 7월 6일 서비스노동자 총파업 대회 7월 15일 비정규직 철폐 결의대회 등 줄줄이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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