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실직 경험 18.3% 대기업 2배 … 56.5% ‘괴롭힘 심각’
“죽여버리고 싶다” 폭언 뒤 해고 … 공지사항에 “우린 해고 가능”
헌법 “근로조건 인간의 존엄성 보장” … 노동의 범법지대 없애야

직장갑질119는 4일 오후 2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30호에서 ‘대한민국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 아우성’ 행사를 열고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방치된 5인 미만 사업장 당사자 6명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직장갑질119는 4일 오후 2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30호에서 ‘대한민국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 아우성’ 행사를 열고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방치된 5인 미만 사업장 당사자 6명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고용노동부는 올 초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단계적 적용’을 포함한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취임 이후 언론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꾸준히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축소를 통한 노동약자 보호를 약속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할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했다. 그 전부터 국회에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위한 다수 법안이 발의된 상태였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이러한 말과 행보가 무색하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근로기준법의 핵심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실태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수는 313만8284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17%에 해당한다. 이 노동자들은 단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급 연차휴가 사용 권리가 제한되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렇게나 해고돼도, 한주에 100시간씩 일을 해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올해 6월 9일~15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1월 이후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그 결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실직을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은 18.3%로, 민간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응답(9.9%)의 2배에 달했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장 맘대로 해고’라는 폭력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따른다.

직장갑질119의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올 6월 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56.5%가 직장 내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응답해 300인 이상 사업장(41.9%)에 비해 15% 가량 높았고, 이는 일관된 흐름을 보였다.

수당과 휴식에서도 차별은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1,000명에게 초과근로수당을 받고 있는지 물었을 때,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57.1%가 초과근로수당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초과근무수당을 제대로 지급받고 있다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응답은 36.7%에 불과했다. 유급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도 300인 이상 사업장은 81.3%에 달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56.7%에 그쳤다. 명절이나 공휴일과 같은 빨간날, 유급으로 자유롭게 쉴 수 있었는지를 묻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절반(49.4%)이 쉬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들은 10명 중 2명(20.3%)만이 빨간날 쉬지 못하는 상황이다.

직장갑질119는 4일 오후 2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30호에서 ‘대한민국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 아우성’ 행사를 열고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방치된 5인 미만 사업장 당사자 6명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이어 5인 미만 사업장의 핵심 문제인 ①해고 ②직장 내 괴롭힘 ③수당·휴가에 대해 각 부문별 근로기준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의 해설을 듣는 행사를 진행했다.

5인 미만 학원에서 해고된 A씨(증언1)는 “원장은 법적 절차에 맞게 한 달 전 해고예고와 5인 미만 사업장은 해고가 자유롭다는 것만 이야기하면서 아무 문제 될 게 없다며 한 달 후 그만둘 것을 다시금 통보했다”며 “강사 생활하는 동안 처음 겪는 일에 너무 억울하고 납득할 수 없었지만 근로기준법은 저를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사실에 그저 참담했다”고 증언했다. 비영리 사단법인에서 일한 B씨(증언3)는 대표 부인인 사무국장에게 “죽여버리고 싶은 거 참고 있다” 등의 욕설까지 듣고 해고되었지만 대한민국 법은 B씨를 보호하지 않았다.

5인 미만 회사에 다니는 C씨(증언5)는 사장으로부터 “머리로 생각하고 일하냐?” 등 매일 모욕적인 폭언을 들었고, 분 단위로 업무보고와 야근, 시도때도 없는 업무연락 등 갑질을 당했다. 5인 미만 무법지대를 잘 아는 사장은 회사 내 메신저 공지사항에 “우리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서 해고로부터 자유롭다”라고 대놓고 써놓고 해고를 하고,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이직상실코드를 자진퇴사로 입력했다. 그는 “길거리를 가다가도 누군가 욕을 하면, 메신저에서 괴롭히거나 한다면 법이 지켜주는데요. 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는 왜 상시 근로자 수로 제한하여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요?”라고 반문했다.

직장갑질 119는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근거 없는 차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공식 석상에서만 노동 약자를 보호하겠다 말하는 ‘희망 고문’을 이어가는 사이, 오늘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데 보호받을 수 있을지’를 묻는 안타까운 상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달리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취지와 다를 뿐 아니라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중대한 차별이라며, 국회와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직장갑질119 5인미만특별위원회 위원장 신하나 변호사는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훨씬 많이 일하지만 훨씬 적게 받는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저하되고 있다. 심지어 적용되어야 하는 법도 어겨지는 것이 일쑤다.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게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여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 즉 노동의 범법지대를 없애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5인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 5인미만 사업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취약성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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