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여성노동자, 국가인권위에 모성보호제도 차별 시정 위한 진정 제출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법이 명백한 사각지대 만들고 있어” 조속한 시정 권고 촉구

7일, 건설산업연맹과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모성보호제도 차별 시정을 위한 진정을 제출했다. ⓒ 이준혁 기자
7일, 건설산업연맹과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모성보호제도 차별 시정을 위한 진정을 제출했다. ⓒ 이준혁 기자

건설현장의 여성노동자들이 차별받는 모성보호제도의 현실을 지적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여성위원회는 7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건설노동자에겐 그림의 떡인 모성보호제도, 불합리한 차별 시정을 위한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취지를 밝히며 “현행 모성보호제도는 사실상 건설노동자가 이용할 수 없는 차별이 존재한다. 상시 근로자와 동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시정을 촉구하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과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함께 준비한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의 김세정 노무사는 “현행 모성보호제도는 상용·상시 노동자를 적용대상으로 예정하고 설계돼 일용·임시 노동자인 건설노동자는 모성보호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모성보호제도가 6개월 이상의 의무복무를 요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건설현장의 건설노동자들은 공사기간 전체에 대해 근로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 공정에 따라 단기간에 맞춰진 기간제 근로계약이나 일용직 근로계약을 체결하기에 그 기간이 몇 개월 정도로 길지 않다. 실제 2017년 대전비정규직센터에서 조사한 ‘건설현장 일용노동자 근로형태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설노동자들은 연평균 10.6개의 현장에서 일할 정도로 노동현장의 이동이 잦아 모성보호제도를 신청할 수 있는 기본 조건조차 갖추기 어려운 현실이다.

7일, 건설산업연맹과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모성보호제도 차별 시정을 위한 진정을 제출했다. ⓒ 이준혁 기자
7일, 건설산업연맹과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모성보호제도 차별 시정을 위한 진정을 제출했다. ⓒ 이준혁 기자

김세정 노무사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합리적 이유없이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고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 배제, 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상용·상시 노동자들의 재생산기능을 보호해야 될 필요성과 일용·임시 노동자들의 재생산기능을 보호해야할 필요성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현행 모성보호제도는 직종 및 고용형태에 따라 재생산기능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대우는 차별적 대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이러한 차별적 대우에는 어떠한 필요성도 합리적 사유도 없다. 제도보완을 통해 건설근로자들에게도 모성보호제도가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7일, 건설산업연맹과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모성보호제도 차별 시정을 위한 진정을 제출했다. ⓒ 이준혁 기자
7일, 건설산업연맹과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모성보호제도 차별 시정을 위한 진정을 제출했다. ⓒ 이준혁 기자

건설현장에서 20년 넘게 타워크레인 조종사로 일해온 윤원경 조합원은 “20년 전, 아이를 가진채로 건설현장에 출근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출산휴가와 같은 전례가 없다며 일을 계속하던지 퇴사를 하던지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건설현장에서 모성보호제도와 같은 조건을 따지면 ‘이래서 여성노동자를 채용할 수 없다’며 고용에 대한 차별을 하기에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며 “아이를 가진 것이 마치 죄인 듯 그럴거면 집에서 쉬지 뭐하러 현장에 나오냐는 시선도 있다. 왜 건설현장에만 모성보호제도가 적용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재민 노무사는 “법이 명백한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를 보완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정부는 뭘 했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직 건폭 운운하며 탄압만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 진정의 의미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차별받는 건설 일용직 여성노동자를 보호하고, 건설노조가 정부 주장과 달리 건폭이 아니라 건설노동자들을 보호하고 건설현장의 부조리와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존재하고 활동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훌륭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차별이 너무나 명확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속한 조사와 권고를 통해서 차별받는 노동자들이 온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인권위원회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7일, 건설산업연맹과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모성보호제도 차별 시정을 위한 진정을 제출했다. ⓒ 이준혁 기자
7일, 건설산업연맹과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모성보호제도 차별 시정을 위한 진정을 제출했다. ⓒ 이준혁 기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9년 12월,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을 ‘계속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가 신청한 경우’를 ‘6개월 미만’으로 개정하면서,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며 “신규 입사자 등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을 보장해 육아기 근로자의 일·가정의 균형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산업연맹과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은 “이같은 고용노동부의 요건 완화 사유에 비춰봤을 때, 건설노동자가 사업장의 변경이 있더라도 일정기간동안 근로의 상시·지속성이 인정되는 경우 모성보호제도가 적용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실질적으로 상시 근로자와 동등하게 모성보호제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이 속히 마련돼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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