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
권승미 신미씨앤에프지회장의 여성 교섭대표로서의 경험 '7분 스피치'
"우리 언니들한테 회사와 동등하게 대화할 그런 기회를 갖게 해주고 싶었다"
"젊은 나이에 입사해 어쩌면 집보다 회사 기계를 더 많이 쓸고 닦고 했을 정년을 앞둔 이분들 앞에서, 회사는 어떤 논리로도 이길 수 없었다"

권승미 화섬식품노조 신미씨앤에프지회장이 '2023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에서 '7분 스피치'를 진행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권승미 화섬식품노조 신미씨앤에프지회장이 '2023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에서 '7분 스피치'를 진행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가 소노벨 천안에서 8월 31일, 9월 1일 이틀간 진행됐다. 2022년 민주노총 성평등지수 연구사업이 발표됐고, ‘성평등 단협’을 ‘도전 골든벨’ 형식의 퀴즈로 알아봤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강의가 있었으며, 참가자들은 여성 교섭위원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 배우고 모의교섭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여성 교섭대표로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7분 스피치’ 시간도 있었다. 권승미 화섬식품노조 신미씨앤에프지회장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권 지회장은 “생산직인 우리는 사무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고, 대회의실은커녕 소회의실 근처는 가보지도 못했다. 어쩌다 상담실로 불려가면 죄인처럼 주눅 들어서 가곤 했다. 대회의실에서 회사 임원들이랑 나란히 마주 앉아 교섭을 한다는데, 언제 우리한테 이런 기회가 오겠어요. 우리가 사측 대표랑 대회의실이란 곳에 나란히 앉는 생각만 해도 뿌듯했습니다”라고 교섭을 시작하기 전 느낌을 술회했다.

노조(화섬식품노조 신미씨앤에프지회) 설립 후 첫 교섭 때, 지회 교섭위원 5명 중 3명은 고정했으나 2명은 매번 변경했다. 교섭을 지원하던 노동활동가가 “같은 사람이 들어가야 내용을 잘 알아 더 잘 교섭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권 지회장은 “우리보다 훨씬 어린 총무팀 대리가 부르기만 해도 겁먹고 그 앞에 가면 부당해도 말 한 마디도 못하고 왔던 우리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총무팀 대리보다 더 높은 임원들이랑 나란히 앉아 우리 요구를 말할 수 있는 자리라는데, 그 감정을 전 조합원에게 느끼게 해주진 못하지만 짤릴 각오까지 하고 앞에 나와 간부를 맡아 준 우리 모두가 교섭위원으로 사측과 당당히 앉는 경험을 해주고 싶다”라고 답해 동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권 지회장은 “교섭 때 잘 싸워서 더 많은 걸 따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년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우리 언니들한테 회사와 동등하게 대화할 그런 기회를 갖게 해주고 싶었다”라며 첫 교섭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설명했다.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가 소노벨 천안에서 8월 31일, 9월 1일 이틀간 진행됐다.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가 소노벨 천안에서 8월 31일, 9월 1일 이틀간 진행됐다.

교섭이 끝난 뒤 사측 교섭위원으로부터 “(지회)교섭위원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더라, 저 정도로 회사가 섭섭하게 했나보다. 그래서 미안했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권 지회장은 “10년 근무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대부분이 장기근속자들이었고, 젊은 나이에 입사해 어쩌면 집보다 회사 기계를 더 많이 쓸고 닦고 했을 정년을 앞둔 이분들 앞에서, 회사는 어떤 논리로도 이길 수 없어서 5개월 만에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노조와 회사의 관계도, 조합원들도 달라졌다는 권 지회장은 “우리가 원하는 게 개인의 사사로운 욕심이 아니란 걸 느끼고, 지금은 사측도 귀를 열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려 한다”며 “노동조합은 사측도 우리도 많이 발전하게 해주는 통로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막 대해도 되는 아줌마가 아니라, 회사와 동등하게 대화하고 회사의 발전에 함께 이바지하는 노동조합 조합원이 되었다”고 말했다.

권 지회장은 최근 새로운 도전을 한다. 상급단체(화섬식품노조) 부위원장에 출마를 결심한 것이다. 그는 “여성 대표로서 또 한번 새로운 시작을 해보려 하니 다들 많은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는 말로 ‘7분 스피치’를 마무리했다.

권승미 지회장은 동료들과 함께 2019년 12월 노조(화섬식품노조 신미씨앤에프지회)를 설립했다.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연달아 상여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려 했기 때문이라 했다. 노조는 결국 상여금을 지켜냈다. 상여금이 계기가 됐지만, 사실 그 전부터 불합리한 일들은 많았다. 신미씨앤에프지회와 관련된 내용은 아래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화섬식품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으로 화학, 섬유, 식품 사업장들을 비롯해 의약품, 폐기물, 가스, ICT, 광물, 문화예술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조합원들로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신미씨앤에프는 콩으로 식료품을 만드는 식품회사다. 유부, 두부, 낫또 등 자체 브랜드도 있으나 CJ, 한성, 이마트(노브랜드), 풀무원 등에 제품을 공급하기도 한다.

민주노총은 2017년과 2018년 수련회로 진행된 행사를 2019년 활동가대회로 격상했다. 매년 여성활동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여성노동운동의 전망과 과제를 토론했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회를 개최하지 못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포기할 수 없는 미래, 다시 만난 여성활동가'란 이름으로 대회가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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