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넷, 제주 청소년 노동인권 보장 위한 토론회 진행
"5인 미만 사업장 대다수…청소년 노동권 취약"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에 대한 비판 이어져

노동안전과현장실습정상화를위한 제주네트워크(노현넷)가 18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청소년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안전과현장실습정상화를위한 제주네트워크(노현넷)가 18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청소년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일하는 청소년’들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8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렸다.

노동안전과현장실습정상화를위한 제주네트워크(이하 노현넷)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고의숙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이 좌장을 맡아, 제주지역 청소년의 노동인권 보장과 직업계고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 등 두 가지 주제로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노현넷 공동대표)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노현넷 공동대표)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노현넷 공동대표)는 인사말에서 “청소년 노동은 함부로 해도되는 저임금 노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생애 첫 노동이 자아실현보다는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노동의 소외와 상실감을 우선 접하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오늘 토론회가 청소년 노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혜선 노동인권실현을위한 노무사모임 부회장(민주노총 제주본부 법률지원센터장)이 ‘제주지역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 및 보장 방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김혜선 노동인권실현을위한 노무사모임 부회장(민주노총 제주본부 법률지원센터장)이 ‘제주지역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 및 보장 방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첫 순서로 김혜선 노동인권실현을위한 노무사모임 부회장(민주노총 제주본부 법률지원센터장)이 ‘제주지역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 및 보장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혜선 부회장은 “제주지역은 주요산업의 특성상 5인 미만의 중세영세 사업장이 주를 이루고 있고, 청소년들의 첫 일터도 소규모 영세사업장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영세사업장일수록 최저임금 위반,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노동권이 취약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지역 청소년들은 노동인권 침해를 경험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18년 제주특별자치도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제주지역 근로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감정노동과 관련한 사안에서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비율이 66.5%에 달했고, 임금체불(30.3%), 초과근무요구 및 휴게시간 미준수(46.4%) 비중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성희롱이나 산업재해를 당하거나, 고용주의 사적 심부름에 동원되는 등 크고 작은 노동인권 침해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선 부회장은 여러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주지역 청소년들은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이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이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 노동 당사자의 발언이 있었다.

하주희(방송통신고 2학년) 양이 아르바이트 노동 경험을 발표하고 있다.
하주희(방송통신고 2학년) 양이 아르바이트 노동 경험을 발표하고 있다.

하주희(방송통신고 2학년) 양은 생계의 어려움으로 시작했던 아르바이트 경험을 소개하며 “제가 경험한 아르바이트는 부모동의서를 요청하는 곳이 많지 않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적도 많았다”며 “그러다보니 사장님 마음대로 임금 지급 시기를 수시로 바꾸거나, 출근하는 날이 아닌데도 가게가 바쁘다는 이유로 출근을 요구하고 퇴근 시간이 늦은 적도 자주 있었다”고 증언했다.

하주희 양은 “이런 아르바이트조차 미성년자이다 보니 구하기기 쉽지 않았다”고 토로하며 “근로조건이 나쁘거나 부당한 일들을 겪게 되더라도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은영 제주시일시청소년쉼터(이동형)‘버프’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은영 제주시일시청소년쉼터(이동형)‘버프’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은영 제주시일시청소년쉼터(이동형)‘버프’ 소장은 “생계 또는 용돈 마련을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연소자를 위해 친권자, 후견인 동의서를 대신하여 학교장이나 이용하는 시설의 장이 보호자를 대신해 ‘연소자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이에 더해 “도 교육청과 협력하여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상하반기 연 2회 실시하는 방안과 사업주 대상 교육을 강제하고, 그러는 동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일하는 청소년을 위한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순서로 하인호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 공동행동 공동대표(前 직업계 고등학교 교사)가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과 정상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하인호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 공동행동 공동대표(前 직업계 고등학교 교사)가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과 정상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하인호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 공동행동 공동대표(前 직업계 고등학교 교사)가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과 정상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하인호 공동대표는 현장실습의 법적 성격부터 모호함을 지적하면서 “현장실습제도를 규정한 직업교육훈련촉진법과 교육과정에서의 개념이 충돌하고 있다”며 “현장실습을 넘어 직업계고 교육과정 자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장실습제도가 1963년에 도입되어 6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법률상 근거가 없는 정책으로 남아 있다”며 “교육과정으로서의 현장실습은 물론 산업체 기반 교육훈련으로서 현장실습도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장실습이 원래의 취지를 상실했고, 취지에 맞게 개혁하는 일도 불가능하다면 폐지 밖에 대안은 없다”며 “그간의 현장실습제도가 노동력 수급 관점에서 이뤄져온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직업교육정책에 학생 및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하고, 실습의 형태와 관련 없이 학생의 노동권과 건강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영 노현넷 공동대표(현장실습생 故이민호 군 부친)이 발언하고 있다.
이상영 노현넷 공동대표(현장실습생 故이민호 군 부친)이 발언하고 있다.

이상영 노현넷 공동대표(현장실습생 故이민호 군 부친)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일하는 청소년의 기본권 보장, 직업계고 학생 및 지원제도 확대 등 정상화 방안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상영 공동대표는 “교육부가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내보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결국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학생들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하인호 선생님 발제 중 ‘고쳐서 쓸 수 없는 제도’라는 데 거듭 동의한다. 향후 대응은 현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과 직업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모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동현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부산보건고등학교 교사)가 발언하고 있다.
서동현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부산보건고등학교 교사)가 발언하고 있다.

서동현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부산보건고등학교 교사)는 “현장실습은 교육이라는 허울을 쓴 청소년 노동 착취 수단이고 헌법이 보장한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 착취와 인권침해, 차별, 폭언 및 폭행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2022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청소년 유해업무 실습, 성희롱 및 부당대우, 시간을 초과하는 실습(야근, 주말노동) 등의 문제가 꾸준히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동현 활동가는 “전적으로 외부 기업이나 기관에 의존하여 학생들은 생산 도구로 만드는 연계 교육형 현장실습과 산업체 채용형 현장실습은 폐지되어야 할 것”이라며 “학생들을 생산요소인 인적자원이 아닌 존엄한 존재로 성장하는 교육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은 故이민호 군 사고 이후  올해부터 '산업체 채용형 현장실습'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연계교육형 현장실습'이 과거의 채용형(파견형) 현장실습과 같이 운영될 여지가 남아있어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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