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만의 NOT TODAY
홍석만의 NOT TODAY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현행대로 보험료율(평균소득 대비 보험료) 9%에 수급개시연령 65세를 유지하면, 국민연금 기금이 2041년부터 소진되기 시작해 2055년에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올리던가, 수급개시연령을 늦추던가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93년 이후 기금 고갈을 목표로 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2%, 15%, 18% 중 하나로 올리고, 연금 수급개시연령도 65세에서 68세로 늦추며, 기금 운용수익률을 현재의 4.5%에서 0.5%p 또는 1.0%p 더 올리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식을 조합하면 국민연금 기금 재정 시나리오가 모두 18가지나 나온다. 가령, 보험료율을 15% 이상 올리고, 수급 개시 연령은 68세로 늦추고, 기금 운용수익률을 1%p 높이면 기금 고갈 시점이 2093년 이후가 된다고 전망한다.

인구변동 시나리오 없는 국민연금 재정계산
저출산, 인구감소로 연금 기금 수입은 줄고, 노령화로 연금 수급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쌓아둔 연금기금이 시간이 갈수록 축소돼 결국 고갈될 것이라는 사실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동안 연금 기금 소멸 시점을 늦추기 위해 노후보장성인 소득대체율을 지속적으로 낮춰왔고, 소득 대비 보험료(보험료율)은 계속 더 올렸다. 그런데도 연금 기금의 고갈은 막지 못해 언젠가는 기금이 소멸한다.

기금 고갈 문제는 결국 인구 구조 때문이다. 재정계산위의 인구전망은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23~2093)를 기초로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총인구는 2023년 5,156만 명에서 2070년 3,766만 명으로 약 1,400만 명 줄 전망이다. 2092년에는 2,821만 명으로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국민연금 가입대상인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3년 3,637만 명에서 2070년 1,737만 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2092년에는 1,359만 명으로 현재의 약 1/3 수준으로 줄어든다. 반면, 국민연금 수급연령인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 2023년 950만 명에서 2070년 1,747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해 정점에 이르고 2092년까지 1,227만 명으로 다소 줄어든다.

국민연금 재정전망의 기본 전제: 주요 인구변수
국민연금 재정전망의 기본 전제: 주요 인구변수

국민연금 재정 문제는 인구 구조변화로 국민연금 가입자는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데, 수급자는 더 늘어난다는데 있다. 이처럼 인구변동 요인은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하는데 핵심 요인, 주요 변수다. 그런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이런 인구 감소와 변동 추이를 변하지 않는 상수(常數)로 보았다. 인구 변동을 상수로 보게 되면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보험료율, 수급연령, 기금운용수익률 또는 소득대체율 등을 변수(變數)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기계적인 계산식이 된다.

문제 원인에 대한 대처, 그에 변화에 따른 재정 계산과 재정 변동 시나리오가 아니라 부수적인 요인들의 변화로 계산식이 구성된다. 또한 문제의 원인이 변화 또는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과인 재정 문제도 전혀 해결되지 않고 시간만 연장된 채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현재의 재정계산 논리대로면 국민연금의 부담을 미래세대에 넘기고, 그 미래세대는 자신보다 더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 넘겨 언젠가는 독박을 쓰게 될 폭탄을 미래로 돌리는 방식일 뿐이다. 결국 이런 재정계산은 보험료율을 높이고 기금 적립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속보이는 계산식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인구변동요인(출생, 사망, 국제이동)의 장래수준을 고위, 중위, 저위로 설정한 후, 요인별 수준을 조합하여 총 31개의 장래인구추계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이 중에서 장래인구추계의 중위 시나리오로 인구 변동을 고정시켜 놓고 재정 시나리오를 짰다.

인구변동을 변수로 장래인구추계의 여러 시나리오를 대입해보면 현재의 재정계산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가령, 장래인구추계 시나리오 중 ‘고위 시나리오’에 따르면, 2070년 예상 인구는 4,473만 명이며, 생산가능인구도 2,094만 명으로 중위 시나리오에 비해 인구 감소가 15년 정도 늦춰진다. 그에 따라 현재의 국민연금 조건을 유지해도 재정 고갈 시기가 2055년이 아니라 2080년 이상 뒤로 넘어간다.

게다가 재정계산위원회가 고정시킨 인구변동 ‘중위 시나리오’도 ‘저위 시나리오’ 못지않게 매우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이것이 현실로 나타나면 한국은 인구 감소를 넘어 국가 소멸 단계에 접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전망대로라면 한가하게 국민연금 재정 고갈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국가 소멸을 우려해 인구 감소, 저출산을 막기 위한 특단의 국가 대책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나 고민이 지금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나?

연기금 적립과 금융투자는 신자유주의 금융화
국민연금 재정의 두 번째 문제는 국민연금 운영방식이 1년에 납부한 보험료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부과식’이 중심이 아니라, 연금 보험료를 모아 기금으로 적립하고 나중에 여기서 보험금을 충당하는 ‘적립식’이 기준이라는 점이다.

기금 적립은 나름 합리적으로도 보인다. 어차피 낼 보험료 처음부터 좀 많이 내서 기금으로 적립해 투자를 하면 이자 수입까지 생겨 연금 재정이 더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있다. 그러나 적립된 기금은 현실적으로 수입이 더 늘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기금을 현금으로 적립해두면 물가상승 때문에 매년 현금 가치가 축소된다. 현금은 쌓아만 두어도 매년 3~4%씩 가치가 줄어든다. 그래서 현금으로 다른 자산에 투자하게 되는데, 투자수익률이 그렇게 좋지도 않았다.

국민연금이 시작된 1988년부터 2022년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 누적수익률이 5.11%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예상 평균 운용수익률은 4.5%다.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3.62%로 실질 수익률은 1.5% 수준이고, 예상 운용수익률 기준으로는 0.9%도 안 된다. 여기에 기금을 위탁 운영하는 민간 금융사에 수수료와 간접비 등 기금운영비를 매년 5천억 원 이상 지불하고 있는데, 기금 적립을 하지 않았으면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실질 수익률은 사실상 0%에 수렴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수십년동안 수백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면서, 국민들이 낸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당시 현금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문제는 적립식 기금이 모두 가지고 있다. 그나마 국민연금의 사정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4대 공적연금인 사학연금, 교원연금, 군인연금의 운용수익률은 1~2% 수준으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마이너스다. 적립된 기금을 금융시장에 투자하면서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로 재정악화에 기여할 뿐이다. 그나마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오랜 시간 성숙했기 때문에 기금 적립을 멈춘 상황이라 손해가 덜했다.

일반 노동자의 퇴직연금도 사정은 비슷한데, 2022년 퇴직연금 전체 가입자의 수익률이 0.02%에 불과하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에서는 1.83%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실적배당형에서 -14.2% 손실을 냈다. 상품별로 보면 회사(사용자)가 운영하는 확정급여형(DB)은 1.51%, 가입자(근로자)가 직접 투자를 결정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각각 -1.21%, -3.14%로 집계됐다. 최근 5년(2018~2022)과 10년(2013~2022) 연환산수익률도 1.51%, 1.93%로 2%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에 그쳤다. 한 푼이라도 이자 수입을 더 내려고 그렇게 애를 썼어도 실질 퇴직연금은 오히려 삭감되었다.

애초 연기금의 적립과 금융투자는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결과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시장은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돈 놓고 돈 먹는 시장이기 때문에 신규자금의 유입이 없으면 시장이 더 커지지 않는다.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들이 주식투자와 채권투자를 확대하면서 금융시장의 성장 동력이 되었고 또 사실상 그런 목적으로 적립식 연기금 제도를 도입, 확대해 왔다.

2023년 7월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의 금융투자액(평가액)은 990조원이며, 이중 450조원을 국내외 주식시장에, 국내외 채권시장에는 390조원을 투자했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약 2000조원(2022년말 기준)에서 국민연금은 2.2%를 보유한 가장 큰 손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연금은 최소 840조원만큼 금융시장 성장에 기여했고, 금융시장 참가자들 특히 대자본이 그 편익을 누렸다는 얘기다. 또한 연간 수천억원(5천억원 이상)을 기금운영비로 지불하면서 연기금을 위탁 운용하는 민간 자산운용사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2023.3.31)
출처 : 연합뉴스(2023.3.31)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1,000조원(평가금) 가량 쌓여 있는데, 2040년까지 750조원 이상 기금이 더 쌓여 2040년 기금 적립금이 1,755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5차 재정계산). 기금 적립과 금융시장 투자가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이미 적립된 기금을 가입자별로 나눠서 돌려주거나 그냥 고갈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기왕에 적립된 기금, 앞으로 적립될 기금은 금융시장의 땔감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연금 재정 확충에 맞게 재편하여 잘 사용하면 될 일이다.

노후생활안정을 위한 국민연금 개혁방향
국민연금의 목적은 노후 생활의 안정적 보장에 있다. 애초 국민연금의 문제는 재정 고갈이나 인구 감소 문제보다도 노후생활보장 급여수준이 문제였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개인이 평생 번 평균 소득 대비 국민연금 수령액으로, 2023년 현재 42.5%에서 매년 낮아져 2028년부터 40%까지 낮아진다. 이것도 4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했을 조건이기 때문에, 2020년 기준 실제 가입 기간은 18.6년, 실질 소득대체율은 24.2%에 불과하다.

OECD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65∼75%가 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 정도는 되어야 노후생활이 보장된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28년부터 40%로 떨어지고, 가입기간을 고려한 실질 소득대체율은 30%를 밑돈다. 때문에 국민연금의 목적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을 최소 5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그런데, 지금 소득대체율을 40%로 고정시켜도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국민연금 가입자는 줄고 수급자는 기하급수로 늘어나 2055년에는 국민연금 기금이 완전고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득대체율을 올리기는커녕 미약한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연금 수급개시연령을 늦추고, 보험료도 더 올리자는 것이 정부의 방안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수입을 늘리는 방안이 보험료 인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국민연금 입장에서) 연금 가입자를 일정규모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가질 수 있다. 즉, 재정계산위원회처럼 인구 구성을 상수로 두지 말고 변수로 보고 인구 증감율 변화에 따른 재정 시나리오를 기존과 다르게 작성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기금운용수익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보험료율 인상 없이도 국민연금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목표로 한 국민연금 개혁방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기금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전환한다, 둘째, 인구감소와 국가소멸을 억제·방지하기 위해 국민연금 기금 투자를 돌봄, 양육, 교육 등 재생산과 재생에너지 부문에 집중한다. 셋째, 기금운용수익률 7%를 위해 대기업, 기간산업 등 주요투자 기업의 대주주가 되어 대주주 편익 및 기업의 사회환원율을 높인다.

연금 부과식 개편과 재생산·재생에너지 투자
먼저 국민연금 운용을 기금 적립 방식에서 부과식으로 변경한다. 어쨌든 기금이 고갈되면 부과식으로 바뀌던가, 아니면 국민연금을 폐지해야 한다. 연금이 성숙한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의 경우 기금 적립이 중단돼 사실상 부과식으로 바뀐 점도 이를 확인해 준다. 다만, 현재의 장래인구추계(중위 시나리오)로는 부과방식비용률, 매년 보험료 수입만으로 국민연금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이 대폭 올라간다.

현재의 인구규모로 전액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보험료율(부과방식비용율)은 6%다. 적립식인 현재의 보험료율 9%보다도 낮다. 그러나 인구 변동으로 2030년에는 현재 보험료율 수준인 9%에 도달하고, 2080년 34.9%로 정점을 찍은 후 2093년 29.7%로 안정될 전망이다. 즉 (중위)장래인구전망추계대로면, 보험료율(부과방식비용률)이 치솟아 소득의 1/3 가까이 국민연금 보험료로 지급해야 할 판이다. 때문에 이런 전망으로는 부과식으로의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처럼 부과식 전환에서도 인구감소율을 정체 또는 반전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다. 인구감소율이 현재 수준을 벗어나 일정하게 정체 하거나 반전하기만 해도 부과방식비용률, 보험료율은 낮은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 계획의 목표는 기금 고갈 시점의 연기가 아니라 인구증가(감소)율과 고령자 비율이 일정하게 균형이 되는 2040년 수준에서 인구감소율을 정체시키거나 인구증가율을 높이고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돌봄과 양육, 교육 등 재생산 영역에 대한 국민연금 기금의 과감한 투자가 지금부터 진행되어 2040년을 기점으로 생산가능인구 감소율을 반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인구 계획이 실패하거나 차질을 빚어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되나? 국민연금 재정의 측면에서 목표는 생산가능인구비율과 고령인구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출산을 통해 인구 증가를 유지 확대하면 가장 건강하겠지만 생산가능인구, 국민연금 가입자를 유지 또는 확대하는 방법은 인구정책 이외에도 노동이나 이민정책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이주노동 정책을 통해 생산가능인구 비율을 유지하거나 확장할 수도 있다. 장래인구추계에서도 인구 변동의 3대 요인으로 ‘국제 이동’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주노동의 확대 수준은 이를 받아들일 사회적 생산력과 사회적 합의수준에 달려 있다.)

획기적인 재생산·재생에너지 영역 투자를 통해 인구감소율을 반전시킨다고 하더라도 올해 태어난 신생아가 생산가능인구가 되는 2040년까지 인구구성비율은 현재의 전망치를 보일 것이다. 이 때 부과비용률(보험료율)은 15% 수준으로 결코 낮지 않다(5차 재정추계 참조). 지금의 보험료율 인상폭과 같은 수준인데, 여기서 이미 적립된 기금의 운용수익률을 대폭 높이면 재정 부담이 완화한다.

국민연금 기금은 2040년에 최대치인 1750조원 이상 적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기금운용수익률을 6~7%로 유지하면 년간 기금수입이 100조~120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물가상승률만큼의 비용을 자체 보전하더라도 기금수입을 통해 보험료율을 9% 수준을 유지하고 소득대체율은 50%로 올려도 유지 가능한 구조가 된다.

기금운용수익률 상승, 국민연금이 대주주 되는 것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기금운용수익률을 2.5% 포인트 더 늘일 수 있을 것인가? 앞서 기금운용수익률 제고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기금 규모가 클수록 1%는커녕 0.1% 포인트 올리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재정계산위원회도 예상 수익률 4.5%인 현재 수준에서 0.5~1.0% 포인트 더 늘리는 방안을 추천했는데 그만큼 현재의 금융시장에서 수익률 인상이 쉽지 않다고 봤다. 1% 포인트 인상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해외투자와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을 더 늘려 확보하라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위험투자도 불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형 사모펀드처럼 국민연금도 규모에 맞게 공격적인 투자도 불사해서 고수익률을 확보해야 하며, 지금처럼 안전 투자로는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등 민간 대형금융자본이 위험투자를 잘해서 수익을 높였다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위험투자라기 보다는 각국의 제도적인 허점을 노리는 경우가 많고, 특정 시기 취약국가의 취약점을 노려 큰 수익을 가져갔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와 지하철 9선을 인수했던 매쿼리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금융시장의 대자본들은 주요 기업의 최대주주 또는 대주주로서 일반 주주가 누릴 수 없는 각종 편익까지 챙겼다. 경영권을 노리거나 경영권을 인수해 무리한 주주배당을 시행하거나, 자사주 매입으로 대주주의 주식가치를 키우거나, 기업 합병 또는 분할로 대주주 지분율을 늘리거나, 구조조정 이후 매각을 진행하면서 일반적인 주식 매매 이상의 고수익을 챙겨갔다.

주식시장의 2.2%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는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이 대주주로서 실제 경영권을 통제할 수 있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에서 국민연금이 단일주주로는 최대주주라 하더라도 재벌총수일가의 일족 지배로 지배주주가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최대주주이지만 주주권 행사도 극도로 제한되어 있어 주식시장의 논리(금융대자본의 논리)와 눈치를 보고 따라야 할 뿐이다.

간혹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라치면 연기금 사회주의니, 관치금융이니 하면서 금융대자본들은 이를 막기에 급급했다. 국민연금이 대주주로서 주주권을 행사하면 궁극적으로 금융대자본의 현재 이익을 나누거나 분배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려고 나섰다. 금융대자본들은 수백조, 수천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이 금융시장의 판돈 키우는 데만 이용되도록 돈만 넣어둔 채 가만히 있으란 얘기다. 결국 이를 통해 국민연금은 금융시장에서 평균이윤분배 또는 주식시장 성장률 이상의 수익을 얻지 못했다.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위험투자나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것보다 국민연금이 주요투자 기업의 ‘대주주’, ‘지배주주’가 되는 것이다. 대주주로서 기업 이윤과 자본 수익의 더 많은 부분을 수취할 수 있기 때문에 기금수익률이 올라간다. 나아가 국유기업이 된다면 더 많은 이윤의 사회적 환수도 가능하다. 가령, 북유럽의 가난한 소국이었던 노르웨이는 1970년대 북해 유전이 개발되면서 에너지 기업을 모두 국유화했다. 노르웨이는 에너지 국영기업에서 나오는 수입과 이윤으로 무상의료, 무상연금, 무상교육 등을 시행해 그 때부터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국가가 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사모펀드들처럼 구조조정 후 먹튀 같은 걸 하고,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면서 이윤을 늘리라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공적연금으로서 기업을 더 민주적, 공익적으로 통제하고, 다만 대주주의 편익은 국민을 위해 가져가란 얘기다. 그동안 민간 대자본들이 대주주로서 취한 사적편익을 국민을 위한 공적편익으로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기금은 재무적, 포트폴리오성 투자에서 주요 기업, 기간산업 대주주가 되기 위한 투자로 변경해 기금수익률 제고를 이루고, 돌봄, 양육, 교육 등 재생산 영역에 대한 특단의 투자와 기후위기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해 ‘아이를 낳아도 건강하게 잘 키울 사회’의 기반을 확대하는데 일조해야 한다.

국민연금 문제 해결은 기금 고갈 연장이 아니라 (생산가능)인구 증가세에 있다. 이를 위한 연금 기금의 재생산,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기금수익률 제고를 위한 대주주권 확보야말로 기금운영의 혁신방안이 될 것이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18살이 되어 국민연금 가입 연령이 되는 2040년 즈음에는 더 이상 기금 고갈을 우려해 보험료율을 올리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보험료율로도 소득대체율 50%가 넘는 국민연금이 되도록 부과식 국민연금 개혁과 기금 투자 방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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